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상한모자 님의 포스트를 보고 열받아서 진보누리에 올린 글입니다. 진보누리 별로 가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글을 딱히 올릴 곳도 없더군요.
--------------------------------------------------------------------------------
민주노동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하여 '오픈프라이머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원래 국민경선제는 지지자는 있으나 당원은 없는 보수정당들이 '지지자에 의한 경선후보 선출'을 흉내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멀쩡하게 진성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민주노동당이 이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멀쩡한 '곰'더러 '곰돌이 푸' 흉내를 내라는 것이다.  

이상한모자 님은 이런 시도가 '좌절한 노빠들을 꼬셔보자.'라는 의도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나도 그의 현실판단에 동의한다. 문제를 민주노동당의 '장사'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의 시각에서 본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보수정치의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그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두리뭉실하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은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공약과 일치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정당 하나가 들어설 이념적 공간이 없겠는가.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지지자에 대한 배반'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어째서 지지자를 배반하였는가. 첫째는 지지자가 정당을 컨트롤하고, 정당이 소속 정치인을 컨트롤하는 정당정치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 지지자들의 성향이 지극히 정서적이고 모호해서, 열린우리당의 우향우 상황에서도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중 전자는 제도적인 문제고, 후자는 문화적인 문제다. 후자의 문제를 '노빠'의 문제로 부를 수 있겠지만, 이것은 나같은 사람이나 관심을 가지면 될 일이고,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은 그 중 제도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제를 유지할 때도 당원이 정당을 컨트롤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아예 기간당원제 자체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한국사회에 당원들의 정당은 명실상부하게 민주노동당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제 민주노동당이 당의 지지자가 아닌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원이 정당을 컨트롤하고, 정당이 소속 정치인들을 컨트롤하는 정당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이 성립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의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현재의 정치냉소주의는 열린우리당이 지지자를 철저하게 배반했기에,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사람들을 지지자로 모으겠다는 어줍잖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필요한 정당의 모델을 선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어차피 이 사람들은 민주노동당과는 정책적 지향점이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 일부가 찍을 곳이 없어 전략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그런 판단에 '오픈프라이머리'가 반드시 영향을 미치란 법도 없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의 정당인가?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제도적으로는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지만, 이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인'들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엔 정파의 문제가 있다. 당 내에 정파가 있다는 것은, 국가 안에 정당이 있다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 정파들이 하나의 이념적 지향점을 당에 제시하면서, 그 지지자들을 대변하는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다.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고, 정파의 수장들의 '쇼부'에 의해 많은 것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과제가 최장집 교수의 말처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면, 민주노동당 역시 당내에서 민주화 제도를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게 당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며,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이 한국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

2007.02.03 16:59:55
*.111.198.71

당게에도 좀 올려주세요

하뉴녕

2007.02.03 17:07:17
*.60.168.146

아, 넵. 확인해보니 아직 당게에도 아이디가 남아있군요. -_-;;

iamX

2007.02.05 20:41:28
*.199.206.140

동의합니다. (반쪽짜리-당비 반액-당원입니다만)
뽑는 권리를 오픈 프라이머리로 돌릴 거라면, 마찬가지로 뽑히는 권리 역시 오픈 프라이머리로 가야(!) 맞지 않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정당이라면 당원의 목소리로 정책을 제시하고 선거를 치뤄야 한다고 보고요…에구,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글 잘 읽고 갑니다.

쟁가

2007.02.04 17:49:11
*.50.69.85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는 다른 제도와 문화를 갖고 있고, 과거 개혁당과도 다르지요. 그나마 몇 안되는 민노당만의 '비교우위'를-물론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이런 식으로 던져버리는 건 명분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대선이라는 국면을 통해서만 지지자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현재 민주노동당이 갖고있는 어떤 '질환'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 어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 윤리적 판단을 위한 역지사지 [118] 하뉴녕 2011-08-03 27439
34 [경향신문]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SSM 꿈' [5] 하뉴녕 2011-03-26 4386
33 마지막 순간 [23] 하뉴녕 2011-03-23 5679
32 이글루스 좌파-노빠 전쟁에 대한 잡상 [22] [1] 하뉴녕 2009-12-26 2589
31 임종인과 예비역들 [20] [3] 하뉴녕 2009-09-27 1442
30 [미디어스] 친노신당과 민주통합시민행동에 대해 [6] [1] 하뉴녕 2009-09-01 1268
29 20대론 재론 [6] 하뉴녕 2009-08-12 1749
28 [딴지일보] '노무현 시대' 이후에도 진보정치는 가능할까? [15] [2] 하뉴녕 2009-04-21 4701
27 책사질의 유혹 [6] 하뉴녕 2009-02-04 1862
26 [씨네21/유토디토] MB냐 관료주의냐 [6] 하뉴녕 2008-12-19 1515
25 현직 대통령의 정치 혐오증 [2] 하뉴녕 2008-04-21 873
24 진보신당은 대안이 아니다? 누구 마음대로? [9] [1] 하뉴녕 2008-04-08 2922
23 진보신당 왜 생겨났나? [16] 하뉴녕 2008-03-29 1249
22 지역주의 뒤집어보기 하뉴녕 2008-01-17 2551
21 운하영웅전설 file [6] 하뉴녕 2007-11-26 1483
20 선관위와 정치평론 [3] 하뉴녕 2007-06-29 1169
19 그들이 개혁당을 잊지 못한 이유는 [4] 하뉴녕 2007-04-16 952
18 "참여정치의 추억"을 보고 [3] 하뉴녕 2007-03-18 1094
17 대통령을 안쓰러워하시는 idea님에 대한 답변 [3] 하뉴녕 2007-02-21 1083
» 민주노동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한다. [4] 하뉴녕 2007-02-03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