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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명계남, 조선바보 노무현?

조회 수 876 추천 수 0 2007.03.29 01:09:54
 

노사모 대표를 오랫동안 역임한 명계남씨가 최근 <조선바보 노무현>이라는 책을 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그가 현재의 정국에 불만을 가지고, 폭넓은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내가 그의 견해를 같잖은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 또한 자유다.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이들은 참여정부가 평가절하되고 있다, 아직 정부에 대한 온전한 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 나중에 역사에 평가를 맡기자, 라는 식으로 말한다. 대통령조차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은, 그 ‘현재의 평가’에 가장 열렬하게 저항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역사적 평가’를 기다린다면, 왜 현정부에 대한 ‘현재의 평가’에 그토록 신경을 쓰고 심혈을 기울여 반론해야 할까? 아직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행정부의 수반이 일개 교수에게 반론을 해야 할 정도로. 그것은 그들도 무의식적으로는, “이렇게 당대에 평가가 안 좋은 정부가 나중에 역사적 평가가 좋아질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토록 노무현에 대한 평가에 ‘억울함’을 느낀다는 것도 문제다. 문민정부 말기와 국민의 정부 말기를 생각해보자. 김영삼과 김대중 역시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었다. 김영삼의 업적 중 군벌 해체나 금융실명제 실시 등은 챙기고 지나가야 하고, 김대중도 IMF 극복과 6.15 공동선언으로는 남을 수 있을 게다. 그러면 노무현은? 솔직히 말하면 노무현은 한미 FTA로나 남을 게다. 한미 FTA가 업적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정말이지 ‘역사적 평가’에 맡겨보자. 나머지 부분은 말하기가 쑥스럽다. 정치개혁? 부패청산?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계속 개선되는 추세에 있었고 다음 정부 들어서기 전엔 말 그대로 아직 모르는 거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에 비견할 만한 업적이 노무현에게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억울할까?


참여정부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억울했을 국민의 정부 말기를 생각해 보자. 그때 지지자들이 “김대중을 평가해라! 김대중은 잘못한 것 없다!!”고 소리높여 외쳤던가? 아니다. 그랬다면 정권 재창출이 되었을 리 없다. 그때, “김대중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은 꽤나 용기있는 정치인에 속했다. 문성근의 해설에 따르면, 그 말은 대북정책 등 김대중 정부의 정책적인 기조는 유지하되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뜻이라 했다. 지금 노빠들은 “노무현이 뭐 그렇게 잘못했어???”라고 명패를 던지는 정치인이 있어야 지지해주겠다는 태세다. 웃기는 소리다. 노빠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명계남이 이명박을 그렇게 싫어한다면, 이명박 캠프에 들어가면 된다. 받아줄 지는 의문이지만.


노무현조차 2002년에 그렇게는 안 했다. 대선정국에서 노무현은 민주당 후보라는 사실을 거의 감추고 다녔다. 당시 선거 팜플렛 봐라. 민주당이라는 단어는 조그맣게 쳐박혀서 보이지도 않는다. 한나라당이 하도 민주당 민주당 거리니까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싸우십시오! 노무현은 21세기와 싸우겠습니다!!” 그런데 왜 노빠들은 지금 노무현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참여정부를 포기하지 못하는가? 간단하다. 그들은 어차피 이 정부와 같이 역사적 평가를 받을 테니, 이 정부가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진력을 기울여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알리바이에 대한 욕망은 정권재창출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그래서 명계남은 자기가 하는 짓이 범여권 말아먹는 짓이라는 것도 모르고 저딴 책을 써댄다.


노빠들의 생각처럼 한국 민주화세력은 참여정부와 아무런 수준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참여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화 세력 전체가 다 무능한 것일 수도 있다. 좌파들은 어쩌면 참여정부보다 훨씬 더 한심한 집단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범여권이나 진보진영에도 ‘미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노무현이 상식이고, 노무현이 원칙이고, 노무현이 희망이라고 2002년에 그들은 우겨댔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라는 말조차도 찜찜해서 못 하겠는 냉소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두환 때문에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말을 함부로 못하는 것처럼, 이제 노무현은 한 사회의 긍정적인 단어들을 다 빨아먹고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 그 단어들을 구출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그런 생각없다. 여전히 노무현이 상식이고 원칙이고 희망이고 안티조선이랜다. 좋다. 그럼 우리 크라잉넛 노래 제목대로 ‘다죽자.’ 씨발 지구를 박살내자. 참여정부 개박살날 때 우리모두 콱 죽어버리자. 그러자는 얘긴가?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닌 참여정부 바깥 사람들에게도 ‘미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설령 그들이 지금 참여정부 못지않게 무능하다 하더라도 성장할 기회는 줘야 할게 아닌가? 하지만 같이 망하자고? 여전히 노무현이 상식이고 원칙이고 희망이고 안티조선이라고? 그럼 누가 그 단어들을 쓸 수 있겠는가?


“조선 바보 노무현”이란 제목을 보자. 미친 지랄이다. “조선 바보”는 안티조선 단체들의 이름으로 흔히 쓰이던 것인데, “조선일보 바로보기”의 준말이다. “바보 노무현”은 한때 희망과 상식과 원칙이란 단어를 전세내고 남들은 건들지도 못하게 했던 한 철학자 대통령을 표현하는 레토릭이다. 여기, 교묘하게 바보가 매개로 들어가 “안티조선=노무현”의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참여정부를 지켜야 겠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싸움은 100% 지는 싸움이다. 그래서 언론운동도 참여정부와 함께 망하자는 얘긴가?


백만번 양보해서,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가 나중일이라고 치자. 그러면 실패라고 판명될 확률이 50%일게다. 그러면 명계남이 한국 개혁세력을 말아먹을 확률이 50%라는 얘기다. 명계남은 작정했다. 안티조선 운동을 노무현과 함께 침몰시키기로. 그래서 그는 노무현이 조선일보와 싸워서 위대하며, 다음 지도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차이는 상대적이다. 노무현과 조선일보는 한미 FTA를 똑같이 찬성한다. 노무현이 표나는 것은, 조선일보와 차이나는 부분에 대해서 가장 과격하게 발언한다는 거다. 그게 그렇게 자랑인가?


안티조선 운동의 내적 논리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이 다음 글에서는, 명계남과 노빠들이 침투하기 이전의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나는 안티조선 운동의 초기 맴버였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댄다. 하나의 타켓을 잡아서,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를 나머지 것과 분별하기 위해 엄청난 논리를 동원해야 한다. 지금 노빠들이 조선일보를 씹는 논리는 나부터가 다 깨버릴 수 있다. 강의실에서 만난 어느 냉소주의자 문학 강사. “조선일보가 이회창을 지지한다...그게 뭐가 문제야? 한겨레는 노무현을 지지하잖아?” 이 말을 반박할 능력이 노빠들에겐 없다. 여러 가지 기준에서, 사설의 편향성 / 선동성과 기사의 비윤리성에서, 한겨레는 영광스럽게 조선일보 다음을 차지한다. 지금은 정권비판적인 매체로 변했지만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한겨레보다 더 심했다. 서프라이즈 따위의 노빠 수용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대통령은 언론이 편향적인데 이를 인터넷이 약간 ‘커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말인즉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가 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언론의 천박한 행태는 도저히 언론운동으로 옹호해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명계남과 노빠들은 “왜 조선일보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이 떠드는 논리 중에는 과거에 내가 정립한 것조차 있다.


요약하자면, 참여정부는 수구세력의 발에 밟힌 도마뱀 꼬리다. 개혁이든 진보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잘라버려야 하는 그 무엇이다. 잘리기 싫다고 지랄하는 이들의 항변을 우리는 무시해야 한다. 이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그들을 잘라버리지 못하면 모두가 다 죽게 된다. 진정으로 바라건대, 제발 노빠들은 이명박 캠프에나 가버려라.






한담

2007.03.29 01:13:17
*.10.244.36

뭐, 비판하는 것도 자유니까, 비판에 저항하는 것도 자유죠.

대통령 욕먹는데,
해명은 않고 욕만 먹고 앉아있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사시는 듯.

하뉴녕

2007.03.29 01:17:52
*.176.49.134

해명도 자유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씹는 것이고.

너무 단순하게 사시는 듯.

수하이

2007.03.29 07:24:20
*.19.200.160

마이 귀찮아하면서 적은것 처럼 보이는군요^^

극단혹은중용

2007.03.29 09:47:01
*.4.221.12

'귀찮아하면서 적은것' 처럼 보이지는 않구요 ;;

글에 '火'가 뭍어나네요.

태공망

2007.03.29 10:44:47
*.236.222.17

"노무현과 조선일보는 한미 FTA를 똑같이 찬성한다" 이 부분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 초창기에 노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옮음을 가려줄 수 있는 시금석으로 '조선일보가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를 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아직 유효하다면 지금 한미 FTA를 조선일보가 찬성한다는 사실은 곧 노대통령이 그르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죠?

하뉴녕

2007.03.29 13:10:05
*.46.105.48

좋은 지적입니다. 2002년 단일화 논란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선택하자 오마이뉴스에서 "조중동이 반대하는 단일화이므로, 뭔가 좋은 일일 것이다."라는 궤변이 등장했고, 2003년 유시민 후보의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논란 때도 당시 유시민 후보는 계속해서 "연합공천은 없다."고 말하다가 "조선일보가 반대하고 있다. 그럼 연합공천이 맞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물타기를 시도한 바 있죠.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자의적인 '안티조선'을 펼친 결과 "조선일보와 어떤 점에서 대립각을 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조선일보와 가장 시끄럽게 싸우는가."를 판단의 준거로 삼게 된 것이겠죠.

시만

2007.03.29 11:40:42
*.150.179.78

타켓 >> 타깃
중요하면서도 어조가 센 문장에서 오타를 발견할 때의 저릿저릿함;;

하뉴녕

2007.03.29 13:10:28
*.46.105.48

흠....'타켓'은 안 되는 건가요? 외래어 표기법에 약해서.

시만

2007.03.29 22:59:39
*.150.179.78

그게;;; 얼마 전 알게 된 건데 g니까 일단 ㄱ이고(예를 들어 로스 맥도널드 작, 움직이는 표적 The Moving Target)
'타겟'도 비표준어임. 현행으로는 '타깃'만 인정한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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