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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무현 시대에 임명된 모든 공직자-기관장들을 해임시키고 거기에 자리 사람들 (혹은 소외되었다고 믿는 박근혜 계파의 사람들?)을 앉히려는 이명박 정부나, 언론노조의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하면서까지 남의 밥그릇을 뺏어 먹겠다고 설치는 조중동을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지난 십년 간, 소위 개혁세력이 추진한 시장주의에 도태되어 온 그들이 '좌파세력이 추진한 공산주의 정책에 의해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겼다.'라고 믿는 착시현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시민들만 신자유주의로 서민 고통이 심해진 경제문제를 민주화 세력 무능론으로 치환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본다면 잘못 생각한 것은 유권자 뿐만 아니라 기득권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들의 감각에서 볼 때 시장주의란, 만인을 경쟁의 장으로 초대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적이고 부당한 것이다. 종부세나 신문고시법에 대한 그들의 혐오는 거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들은 시장주의적인 정책이 마치 공공성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정책인 것처럼 질타하고 비난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시장주의라는 언어는, 우리의 것과 같지 않다. 그것은 말하자면 국가의 주머니돈에서 돈을 빼내 그들의 쌈지돈으로 이동시키는 모종의 체제를 의미한다. 주머니돈이 쌈지돈인 세상. 말하자면 해방 직후에 줄을 잘 서면 미군정으로부터 '적산불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을 나누어받는 것)를 받던 그 방식대로 그들은 국가로부터 덩어리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니 그들은 국가의 모든 재산을 소유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을 어거지로 실행시켜 한국이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충분히 민주화되지 못한 국가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그들의 역사적 의의겠고. 그들은 '잃어버린 십 년' 동안 잃어버린 '제 1깡패'로서의 국가의 위치를 복권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좀 투박한 해석이긴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그런대로 문제겠지만, 그들이 말한 바 "민주화는 좌파의 공로, 그러나 경제발전은 우파의 공로!!"라고 말할 때의 그 경제발전, 즉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을 한 이유에 대해 그들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시국에서 가장 큰 문제다. 남은 것은 그 시대에 사장질을 했던 대통령의 삽질에 대한 추억일 뿐.


아마도 (진중권의 용어였던가?) 이념형 보수와 경제형 보수의 분화,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강남지역에서의 민심 상실 등도 이런 기준으로 설명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남인들이 앞서 말한 반시장주의적인 기득권 보수세력 (이념형 보수?)와 완전히 포개지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asianote

2009.02.14 18:36:44
*.253.194.92

뭐 보수도 이명박 정부 때문에 대분화가 이루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부로는 안된다는 파, 그래도 믿어보자 파로 말이지요. 사실 제2롯데월드 문제로 공군을 쑥밭으로 만들었으니 그들이 주장하는 안보도 저 안드로메다로 팔아버렸고, 비지니스 프렌들리 좋아하신다는 분들이 경제는 개판으로 만들고. 이념과 행동이 맞지 않는 정부. 좀 심하게 표현하면 정신분열증 정부로 표현하면 되겠지요.

fjkd

2009.02.17 04:44:31
*.122.206.126

한국이 고도성장을 한 이유가 만인을 경쟁의 장으로 초대한다는 의미에서의 시장주의라는 거네요. 개발독재에 의해 성장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발독재때는 대통령이 경쟁을 제한시키고 몇몇 소수한테 자원을 몰아줘서 규모를 키워줬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 경쟁제한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개적인 경쟁 분위기었던게 고도성장한 이유라고 하는건가요?

하뉴녕

2009.02.17 05:47:31
*.139.11.232

시장주의는 아니었죠. 시장주의는 잃어버린 십년 동안 가장 크게 발흥했다는 게 제 말인 거죠. 보수주의자와 시장주의자를 대립시킨 후 전자가 박정희 경제발전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해서 후자가 박정희 경제발전과 겹친다는 얘기로 들린 것 같네요. 제 글이 좀 친절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님의 말대로 개발독재는 정부가 자원을 틀어쥐고 '성장'이란 목표에 맞추어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었죠. 시장주의나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의 고도성장이 시장주의와 자유무역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교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장하준 교수가 지적한 바 있죠. 문제는 장하준 교수는 박정희 방식이 어느 정도는 지금도 통용된다고 믿는다는 건데... 이 생각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여하간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생각의 앞뒤를 맞추려면 적어도 장하준처럼 생각해야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도로 해방 후엔 아직 지금처럼 부르주아 계급이 확실하게 정립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신분상승의 욕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부분은 있습니다. 만인을 경쟁의 장으로 초대한 '시장주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만인이 경쟁에 참여하긴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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