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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기획회의 284호(11월 20일 발행)에 실렸던 글. 다른 키워드들이 뭐였는지는 미처 확인 못했다.

2010/11/08 - [문화/기록물] - '세대론' 관련 글 정리 에도 업데이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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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잘 보이지 않는 ‘당사자 담론 활발’의 해였다. 세대론에 대한 20대의 다양한 응답의 시도들이 있었지만, 정작 20대들은 그것에 대해 무관심했다. 386세대는 ‘김예슬 선언’에 열광하면서 김예슬이 되지 못하거나 그녀에게 동조하지 않은 20대들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비난할 권리를 획득했다.


‘김예슬’ 이전에 세 권의 책이 연달아 나왔다는 것은 2007년 ‘88만원 세대’라는 호명이 주어진 이후 20대들의 고민이 진행된 방식을 보여주었다. 1월에 나온 <요새 젊은 것들>(단편선, 전아름, 박연 공저, 자리)은 20대의 밍숭맹숭함을 비판하는 ‘여론’에 맞서 뭔가 특이하게 사는(것처럼 보이는) 20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했다. 이것은 어른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는지, 조선일보에서까지 이용해 먹으려고 덤볐다.


2월에는 <위풍당당 개청춘>(유재인 저, 이순)이 나와 20대 후반 직장인의 애환을 기반으로 세대에 관한 얘기를 펼쳐냈다. 하지만 오늘날 ‘정상인’이 되기 위한 ‘비정상적’인 과제로 격상된 취업에 목을 매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현실의 공유’가 아니라 “취직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될거야.”라는 본인도 믿지 않는 다독거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3월에는 <이십대전반전>(문수현,박은하,원소정,최은정,홍지선 공저, 골든에이지)이 나와 우리의 혼란스러웠던 ‘이십대 전반전’에 옐로카드를 날리고 후반전을 준비하자고 했다. 이 책은 같은 학교의 교지에서 호흡을 맞춘 필자들에게 가능한 책이었고, 그리하여 ‘보편을 말하는 특수’라는 뚜렷한 강점과 한계를 지녔다.


<김예슬 선언>(김예슬 저, 느린걸음>이 4월에 묶여 나온 후 ‘20대 당사자 담론’은 한동안 침묵했다. 20대가 ‘김예슬 선언’을 수용하는 방식은 이 세대가 학벌/학력/계층 등으로 수없이 분절되어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 간단한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윗세대의 규정을 벗어나 20대들이 자신들의 세대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는 언제나 ‘대표성’의 문제가 대두했다. 윗세대의 규정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세대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그들은 언제나 상호비방과 중상에 시달려야만(그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그들 세대의 이야기를 고립된 세대의 품성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얘기로 끌어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저, 푸른숲)의 시도가 돋보인다. 선배세대 문화인류학 지식노동자인 저자는, 구체적인 자신의 강의환경에서 만난 구체적인 계층의 20대들의 언어를 수용하고 그것에 더해 자신의 해석을 풀어낸다. 그는 세대론이 아닌 ‘시대론’을 말했다. 청춘들이 직면한 문제를 응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 말하는, 일종의 ‘세대론 종결자’의 역할을 의도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조차 세대론으로 소비되는 우리의 현실은 ‘20대 당사자 담론’이란 팬시한 공허함이 우리를 한동안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cimen7

2010.12.14 14:13:20
*.108.137.173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10.12.14 14:32:43
*.149.153.7

ㅎㅎㅎㅎ 괜찮습니다. 제가 요즘은 좀 정신이 없는데 사실 사람만나는 거 꺼리는 사람 아니니 언젠가 기회가 있겠죠. 신간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지나가던 행인

2010.12.14 16:03:33
*.46.209.134

애초에 20대론의 원조인 <88만원 세대>도 세대론의 틀만 빌려왔을 뿐 사실 시대론,혹은 사회 구조론이었던걸로 기억해요. "한국사회엔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의해 피해받는 이들이 있고,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피해자가 양산될 것인데, 근데 그게 니들 자식(혹은 니들)이야." 란 내용이었으니까요. 근데 그 책이 세대론을 주장하는 양 읽히는 세태가 영...

idler

2010.12.14 21:57:29
*.182.132.40

세대론적 시각의 한계?에 대해서, 그리고 세대론의 탈피로서 시대론?, 이런 시도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세대론을 비판하는 자체가 과연 '지금의 20대' 앞에 놓인 문제"인지는 의문이 가네요. 제가 전체적 맥락을 잘 모르고, 또한 윗세대들의 세대론?은 어떠했는지를 찾아보질 않아서 그렇지만요.
젊은 세대를 별종 취급하는 풍습?은 항상 있어왔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만일 그렇다라면 굳이 지금의 세대론을 별종으로 오인하진 않는가하는 점입니다. 오히려 세대론을 비판하는 듯하면서 나오는 책들이 세대론 자체에 이미 포섭되어 있거나, 오히려 세대론을 유행시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구요.
2010년의 (출판계)키워드가 "20대"라곤 하지만, 88만원 세대의 후폭풍?인 동시에 그저 젊은 세대들이 거쳐가는 통과의례일 뿐라는 비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도 20대이지만 저런 책들에 손이 안 간다는 것도 문제점 같습니다. 말씀대로 일종의 '팬시'같은 느낌?도 풍깁니다.

전태일

2010.12.15 01:58:50
*.27.124.197

<너는 나다>는 빼먹으셨네요~

mah0140

2011.03.24 18:07:34
*.38.62.58

http://blog.naver.com/romanticroma/150105314970

ㄴ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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