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2030 콘서트 원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311810295&code=990000
원래는 글의 제목을 "뉴미디어, 정치인 ‘소통’의 대안인가."로 잡았다. 말하자면 '소통'이란 말을 좀 해체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다른 얘기들이 많다 보니 본문에 잘 드러나지 못했고 결국 소통의 '질적 측면'을 문제시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런 글 내용에 맞춰 제목을 적당히 바꾼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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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아이폰 열풍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번성으로 ‘SNS’란 단어가 자주 운위되었다. 뜻밖의 지방선거 결과가 트위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SNS의 정치성에 관한 ‘썰’이 난무했다. 주로 PC통신이, 인터넷 게시판이, 블로그가 새로운 매체로 부상할 때 한 번씩은 나왔던 순박한 ‘기술진보 만능론’에 얼리어답터들(?)의 자기 자랑이 섞인 수준의 ‘썰’들이었다.
그 결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많아졌다. 그런 이들은 또 ‘끼리끼리’ 엮이는 경향이 있다. 가령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기자, 활동가, 정치인, 대학원생, 편집자 등이 그득하다. SNS에서 TV에서나 보던 정치인과 마주치는 것도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SNS 세계의 ‘정치인 범람’ 현상이 곱게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에는 기존의 매체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는 군소정당의 정치인들이 먼저 SNS를 주목했고 그런 시도엔 의미가 있었다. 트위터에선 노회찬이 인기가 높다더라, 신문광고 내지 못한 <삼성을 생각한다>가 트위터 통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더라, 는 풍문들이 이 새로운 세계에 정치인들의 유입을 강요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여야의 유명한 정치인들이 트위터에서 민초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나는 트위터에 제각각 얼굴을 내비치는 정치인들이 연말에 송년회 자리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지역구 관리’와 질적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정치인이 내 말에 대꾸해주는 지 여부는 그가 민생을 얼마나 고민하는 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노인정 송년회에 나와 친근하게 노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가 의정활동에선 노인복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껏 트위터에 와서 팔로우가 많은 소설가에게 시비를 거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를 꼬집고 싶지는 않다. 그분들은 지역구 관리와 비슷한 몸짓을 SNS에 와서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문제가 되는 건 뉴미디어의 진보성을 예찬하며 자신이 그것을 받아 안겠다고 생각할 진보·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다. 나는 이분들이 그저 ‘접촉’을 늘리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유력정치인 쯤 되는 사람이 모든 이의 질문에 답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건 누군가와의 소통을 포기한단 걸 의미한다. 그런데 아이폰을 쓰고 트위터를 하는 사람들이 진보와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이 대변해야 할 그런 계층의 사람들일까? SNS의 현장에 나와서도 그분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듣는 것이 아닐까?
대체 중점적으로 소통해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 대변하려는 계층? 골수지지자? 범지지자? 아니면 적대자?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는지에 따라 소통의 방식이 확확 달라진다. 가령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 사이트에 덧글을 달았다는 사실에서 ‘탈권위’와 ‘소통’을 느끼고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지지자들을 세세하게 챙길 때 그는 다른 영역의 소통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은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논의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이 해야 할 고민은 이런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의 기분과 상태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SNS는 자기 연출이 필요한 정치인이 직접 부여잡기에 적합한 매체가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요구하는 시대에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그런 정치인이 보고 싶다.
그리고 진보신당 쪽 정치인과 활동가들은 강남좌파들과 거리가 멀고 그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핵심인자와 지지층 사이의 괴리죠. 그래서 더욱 '촛불 이후' 정치에 관심이 생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분들은 대중이긴 하나 숫자가 많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ㅇㅇ
그나저나 촛불 이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촛불당원이라고 부르던데 진보신당에서 이 사람들의 비율이 그리 많은 편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국참당이 나온 이상 더 이상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긴 뭐 국참당 등장 이후 당원이 줄었다는 글은 못 본 듯?)
진보신당이 현재 다가가려는 대중을 기층보다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 리버럴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봐도 되는건지요.
PD들이 이념적으로 노동운동에 더 밀접했음에도 불구하고 NL들의 활동력을 따라가지 못했고, 또 민주노총의 비판적 지지 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을 버리고 나온 처지인지라 (NL이 주류였고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많아 남아 있었던 민노당에 비해) '학출'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근데 이 판의 학출이라 해봤자 십 년 이상 이 답도 안 나오는 판에 꼴아박은 사람들인지라 대체로 물질적 자원이 풍요롭지가 못합니다.(활동을 열심히 했을수록 더 그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닐 당시의 대학은 지금과 성격이 좀 달랐지요. 막말로 지금 명문대 다니는 친구들은 부모님이 잘 살 확률이 높지만 그땐 그런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들을 '인텔리'나 '먹물'로 칭할 수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십수년간 진보정당 활동에 제 삶을 꼴아박았지만 거기에서 아무런 득도 얻지 못한 운동권들이 진보신당의 평균적인 구성원이었던 것이고 그곳에서 제 또래 정도 되는 친구들이 대충 십년째 '막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진보신당이 탄생한 후 총선에서의 '성공한'(...그 자원가지고선 말이죠.) 마케팅과 2008 촛불의 연타크리가 터지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꽤 입당했습니다. 세칭 '촛불당원'입니다. 이 사람들 성향이 '노빠'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탈정치적이었다가 (적어도 정당원이었던 적이 없었던)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 많았고, (20대 초반에서 30대까지 다양했지요. 제게도 후배들이 생기게 된 셈이지만,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입당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노무현'과 '진보신당'을 구별하는 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분들의 정서가 기존 당원들과 엄청나게 다른 것은 명약관화였고, 이건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 자유주의자며 노무현/유시민을 좋아한다."라는 식의 도식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하튼 진보신당은 새로 들어온 당원들과의 융합 내지는 소통을 시도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당지도부나 주요 정파들이 이 당을 지나쳐가는 가설정당으로 인식했던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자꾸 사건이 터져서 전략전술 짜기도 부족했기 때문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애초에 노력을 했더라도 촛불당원들이 조직화될 성향이 아니었다는 사람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출신 진보신당원이 4, 창당 후 새로 입당해온 사람들이 6이라고 나왔다고 합니다. 촛불 이후 입당한 분들은 처음에 노무현 유시민에 우호적이었더라도, 그래도 이 당에서 오래 부비다 보니 국참당에 있는 분들과는 좀 결이 다른 정체성을 지니게 된 것 같습니다. 국참당 창당 이후 당세가 줄었다는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물론 (세칭) '강남좌파'들의 입당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요. 또 이중당적을 가진 이들이 꽤 분포할 가능성도 있겠구요. 그런데 여하튼 이런 분들은 대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나는 진보신당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후원회원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당원이 되고 당비인출도 꼬박꼬박하시는 분이 지역당협에서 전화했더니 "당비까지 내줬으면 냈지 전화는 왜 하느냐."고 역정내시더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원수로 보면 구민노당원이 아니었던 분들이 많다 해도, 그런 분들은 후원회원처럼 뒤로 물러서 있고 여전히 예전 성원들 중심으로, 특히 예전부터 '정치'하던 활동가들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진보신당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사람들만 욕하기도 뭣한게 딱히 다른 활동인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좀 온정적으로 해석해드린다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이나 트위터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그게 그거'라는 판단은 제가 보기엔 사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선 트위터 활동에 의미는 있겠지요. 뭐 어쨌든 기존매체에서 취급을 안해주니 무슨 짓이든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해야 하라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이구요. 가령 노회찬은 트위터가 참 잘 맞는 것 같습니다만, 다른 정치인들 경우에는 인터넷에서도 좀 다른 접근방식을 채택해볼 수 없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보신당이 지금 어느 계층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는...당원이든 활동가든 당지도부든 과연 명확한 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일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기존의 판에서 입지를 담보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대연합 관련 협상 등등이 다 그런 것이지요. 저같은 사람은 그런 거 말고 다른 일들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입니다만, 솔직히 저도 활동가 입장이 되면 (거의)'불가능한 돌파구'보다는 (상대적으로)'가능한 피신처'를 확보하려고 들지도 모르는 일이죠.
너무 길게 설명드렸습니다만 아마 이게 대충 현 상황일 겁니다. 진보신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더 지리멸렬해져가는 진보판 일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촛불당원' 성향인데 지역당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죠...
근데 지역당협 모임에 나가보면 아무래도 그 사람들이 소수인지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긴 어려웠고...
청년학생 모임의 경우 촛불당원 성향의 친구들이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진보신당 내에서 볼 때 청년학생 모임 자체가 애물단지였습니다...(가령) 선거운동할 때 '동원'은 잘 안되면서, 이런저런 사업계획서 만들어서 돈이나 달라고 보채는...저는 양쪽에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다 들었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