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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정말로 그렇게 착각하는 사람들이 몇명이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마치 블로고스피어가 언론의 대안이라는 듯이 주장하는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러나 딱 잘라 말하자면, 블로고스피어는 언론의 대안이 아니다.


블로거들의 낚시를 얘기해봤자 기자들도 거짓말쟁이가 아니냐고 반문할 테니 정보의 진실성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어떤 종류의 언론을 보더라도, 그 언론의 지향점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그 언론을 통해 사회의 많은 부분에 대한 정보를 대단히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지적되어야 한다. 가령 거짓말쟁이 조선일보라도, 사악한 중앙일보라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동아일보를 볼 때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나는 조선일보가 어떤 방식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중앙일보가 어떤 측면에서 사악한지, 동아일보의 뇌구조가 어떻게 뒤틀려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서 익명의 블로거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재단하고 있는지 알게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물론 몇번 그의 글을 읽다보면 자연히 그런 식의 인지는 가능하겠지만, 이 개별 블로거들의 성향을 인지하는데 사용되는 시간의 양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언론의 정보를 대체할 만한, 믿을 만한 블로거들의 링크를 사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는 있다. 사실 모든 블로거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정보전달의 체계가 굉장히 의미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체계의 구축은 언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한다. 언론을 대체할 만큼의 블로거 링크를 상상해 보라.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게다가 매일 매일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 정확한 발언을 할 만한 성실성과 시간을 동시에 가진, 블로거들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런 블로거 중에 한 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상해 봐도, 그건 지나치게 어려운 일이다. 소위 게시판의 시대에 인터넷 정치논객질이라는 걸 해봐서 아는 말이지만, 그건 무지막지하게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이다. 외국처럼 인기 블로거가 되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그것 자체가 생업인 기자들을 지나치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개의 블로고스피어들은 관리자의 편집에 의존하고 있으며 올블로그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블로거들의 추천에 의해 메인 화면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편집에 의해 움직이는 블로고스피어의 경우, 그것 자체가 언론의 역할을 할 수가 있지만 이 경우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은 블로고스피어 그 자체가 아니라 관리자의 편집기능이다. 다음 블로거뉴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 경우 블로거뉴스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블로고스피어의 기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올블로그의 경우는 블로고스피어의 정체성에는 더욱 걸맞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에선 더더욱 멀리 떨어져 있다. 올블로그의 메인 화면은 이 블로고스피어에 소속된 블로거들이 현재 무슨 관심사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것은 우리가 언론에 기대하는 역할은 아니다.


나는 지금 블로고스피어가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블로고스피어는 언론과 다르고, 언론이 하지 못하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블로고스피어가 언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어떤 순진한 착각이 가져오는 폐해다. 이러한 착각은 저널의 문제를 새로운 대안저널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을 무화시킨다. 즉 조중동이 문제가 있다면 경향이나 한겨레, 정 종이매체가 싫다면 프레시안 등의 인터넷 저널을 통해서 그 대안을 강구해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새로운 저널이라도 고민해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심한 언론의 수준을 인터넷 여론이 극복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저널이 있다면 우리가 인터넷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정보의 질도 높아지고 양도 증가할 것이다. 종이신문이 엉터리다, 기자들이 멍청하다고 비판하면서 블로그에서만 안온함을 느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훌륭한 저널을 찾아내서 돈주고 구독하는 것이 그 비판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 점도 분명히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착각은, 순전히 자발적인 것일까? 사실 블로거들의 자뻑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다. 블로거 여론이라는 것은 질에서뿐만 아니라 영향력에서도 종이매체에 패배했다. 2007년 대선을 생각해 본다면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반면 2002년 노무현의 당선은 사실 제로보드의 승리였다는 이상한 모자 님의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현실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게시판 시대에도 없었던 자뻑이 블로그 시대에 갑자기 생겼다는 건, 여러 사람을 블로그로 유인하려는 각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도 연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썬도그

2008.02.26 16:03:28
*.146.5.242

대안 안대안 대안 안대안 대안 안대안 정답은 각자알아서

erte

2008.02.26 16:15:07
*.99.83.71

정답은 안대 안대 안대 안대 안대요 안대요 대요 대요 대요...(응?)

HHH

2008.02.26 16:22:12
*.226.142.55

뉴욕타임즈 편집자도 대놓고 블로그는 언론이 될 수 없다고 했죠. 블로거들은 '취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블로거들이 스스로 '소스'가 되려면, 스스로의 경험이나 전문성으로 컨텐츠를 무장해야 되는데, 죄다 어디 언론 기사나 퍼와서 까든지 빨든지 하고 있으니 대안이 못되죠. 죽어라 무장해도 프로 기사들과 경쟁이 될까말까 하는 판국에...

login

2008.02.26 16:36:08
*.138.209.245

블로그를 언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블로그는 없습니다. 블로그는 신문기사의 기사처럼 법무화되어 있지 않고, 오타가 있으며, 개인의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기사를 쓰는 블러거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블로고스피어가 영향력이 있어진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블로그의 그런 인간미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사실 블로그는 사실이고 진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신문기사 처럼 거짓을 진실처럼 보기좋게(굉장히 어렵지만, 세련된말들로) 포장하는 것 보다 주체가 내가 되고, 법무화된 말이 아닌 평어를 쓰고, 오타가 있고, 자기중심적이라는게 더 살아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블로그가 늘어나고 있고 블러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론의 대안으로 블로깅이 사랑받는 것이 아닌 솔직함과 자기중심적인 일대 대수의 매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뉴녕

2008.02.26 17:03:17
*.176.49.134

말씀하신 생각에는 동의합니다만 블로그를 언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한 모자

2008.02.26 17:37:38
*.53.93.204

저는, 존재 그 자체가 대안이죠.

노정태

2008.02.27 15:05:30
*.162.212.41

동의합니다.

W

2008.02.26 18:15:56
*.98.170.241

한윤형 님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나 블로그가 언론의 대안이 되길 바라는 분들은 현재보다 발전된 형태의 블로그 스피어를 머릿 속에 담아놓고 그런 말씀을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잘해봤자 대안이죠. 대체가 아니라. ^^

p.s '2002년 노무현의 당선은 사실 제로보드의 승리였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데 재밌네요. 다만 한가지 지적하자면... 노사모는 제로보드를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쿨럭~ 쿨럭~

노정태

2008.02.28 17:45:54
*.162.212.41

수동 트랙백입니다.
블로그와 인터넷 언론의 가능성 http://basil83.blogspot.com/2008/02/blog-post_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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