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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부처별 기자실을 통폐합하겠다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과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블로그 여론은 정부를 옹호하고 반발하는 언론들을 성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는 한미 FTA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서는 조중동의 찬사를 받고, 마이너 신문들과 각을 세운다. 그리고 매우 세부적인 정책 사안에서는 (주로 경제와는 상관이 없고 정치개혁이나 언론개혁이라는 대의를 내세운) 거의 모든 언론과 반목한다. 그렇다면 마이너 신문들이 조중동화 된 것인가? 아니면 참여정부의 개혁이 부적절한 것인가? 큰 틀에서는 이런 고민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러한 고민의 산물은 아니다.

먼저 정부가 언론에 대해 무슨 조치를 취할 때마다 ‘언론탄압’이라고 뇌까리는 언론들이 구체적인 사안을 매우 정치적인 수사로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언론탄압이란 규정은 뭔가 극단적인 행위에 대한 수사가 되어야 그 적절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들은 자신에게 약간이라도 불편한 정책이 있으면 무조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의 위신을 실추시켰다.


그 결과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서도 네티즌들에게 그들 주장의 합리적 핵심을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내가 그들이라면 ‘언론탄압’이라는 수사를 남발하는 대신 ‘기자의 취재를 제약하는 부분이 많다.’고 표현할 것이다. 사태에 대한 과장되지 않은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법이다.


하지만 ‘언론탄압’을 외치는 언론들에 맞서 ‘기득권 언론의 발악’으로 이 사태를 규정짓는 대다수 블로거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태의 구체적인 면을 분석하지 않고, 지극히 수사적인 어휘로 포장된 이분법적 대립으로 사태를 파악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중동과 문화일보 등이 “언론탄압 정권 vs 비판언론”의 대립을 선전하고 있다면, 이들 블로거들은 “개혁 정권 vs 기득권언론”의 대립을 선포한다.


기자실 통폐합은 굉장히 구체적인 정책 사안이다. 신문 관련 법안들처럼 단순한 당위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 정책 효과를 판단하는데 있어, 우리는 공무원과 기자들의 말을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나 기자가 아닌 우리는 기자실의 역할이나 효과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므로, 우리는 그들의 발언을 통해 사태의 진상을 추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로거들은 모든 언론의 비판을 ‘기득권의, 동종의식의 발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조중동과 문화일보 정도만 기자실 통폐합을 비판하고 있고 나머지 군소언론들은 찬성하고 있다면 이런 규정이 성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겨레, 경향, 지역신문들, 오마이뉴스까지 기자실 통폐합에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기자실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그것이 기자실 출입 기자들에게만 배타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자실 통폐합이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을 제외한 마이너 언론에게는 모종의 혜택을 줄 거라는 판단을 함축한다.


그렇다면 수혜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도 기득권화 되었다.” 기득권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논리적 모순을 비껴가는 것이다. “한겨레도, 경향도, 오마이뉴스도 기득권화 되었다.” 언론개혁의 기수였던 민언련이나 강준만 교수마저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이라는 이유로 공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 뭐가 남았단 말인가? “블로그만이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심심찮게 이런 소리가 들린다.) 블로거들이 직접 공직사회에 뛰어들어 취재를 할 셈인가?


선진국에는 기자실이 없는데도 훨씬 더 선진적인 취재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련된 목소리를 찾아보면,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고, 공무원이 기자를 대하는 태도도 훨씬 성실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 까닭에 언론이 기자실을 운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 군소언론을 배려하고 싶다면, 공무원들이 어떤 기자에게나 공평하게 일정한 등급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기자들이 공무원과 폭탄주나 마시면서 정보를 뜯어내는 관행이 싫다면 말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기자실이 폐지된다면, 권영길 의원의 지적대로 오히려 조중동 기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조중동 기자는 공무원과 흥정을 할 힘이 있지만, 나머지 기자들에게는 쥐뿔 그런 것도 없을 테니까.


물론 여기까지의 내 견해는 왜곡된 관점들을 취합한 잘못된 견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진짜 문제는, 적어도 하나의 견해를 말할 때는 이 정도의 정보량은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당사자의 발언을 통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구체적인 사건을 경험을 통해 판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많은 이들이 제각기 이런 방법을 통해 찬반을 논한다면, 논쟁이 지속될수록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정책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러한 것이 바로 토론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면 민주주의적으로 바람직한 의사결정이 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그러한 접근들은 서로를 보완하여 더 좋은 견해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람이 떠들고 있더라도, 그들 각자가 그저 이분법적 수사에 갇혀 몇 개 안 되는 빈약한 어휘들로 상대방을 비방할 뿐이라면, 아무리 오랫동안 싸운다 하더라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그저 정치인 두 사람이 떠드는 것과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특정한 블로거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몇몇 이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게다. 나는 대개의 경향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런 식의 토론을 선도적으로 보여줘야 할 언론이 정치인적 수사에나 매달려 있는 형국이니까. 그리고 지식인들 역시 학술토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논쟁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왕왕 실패하고 있는 형국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수구’언론을 비판한다고 믿는 시민이라면, 언론의 의사소통이 어떤 의미에서 잘못인지를 인지하고, 그 자신은 그것을 넘어서야 할 의무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수구언론의 문제는 개혁정권의 발목을 잡는 것에 있지 않다. 그들 말대로 비판자는 언제나 필요하니까. 진짜 문제는 그 논변의 치졸함이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능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그 점을 이해한다면, 언론개혁은 특정한 언론의 손발을 묶는 문제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은 우리 공동체의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는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언론개혁을 말하려면, 우리는 (비록 정보량에서는 그들에게 뒤지더라도) 언론보다 더 나은 의사소통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yy

2007.05.25 01:28:38
*.248.17.1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스트라

2007.05.25 10:51:16
*.202.210.147

하..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훨씬 논리적으로 풀어주셨네요 ``

민노씨

2007.05.25 14:14:19
*.142.115.33

우선 좋은 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문제는 저 개인적으론 그 판단이 굉장히 어렵고, 혼란스러웠는데, 이 글을 읽으니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시각 하나를 '더'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 )

다만

1. "블로거들은 “개혁 정권 vs 기득권언론”의 대립"라고 사안을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찬성하는 입장이기라기 보다는 기존 언론의 행태에 '신물'을 느낀 블로거들의 '피로감'이라고 보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감정적인 사안 해석'이고, 이성적으로 사안을 고민하는 태도는 아니겠지만요.

2. 기존 언론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안을 일방적으로 '언론탄압'으로 '국민의 알권리 축소'로 몰고간 점은 이런 블로거들의 실망감과 피로감을 더한 측면이 강한 것 같아요. 언론에게 그간의 "어슬렁 저널리즘" "받아쓰기 저널리즘" 에 대한 자기 반성까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안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그 정책의 장단점을 깊이있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도 블로거들이 이렇게까지 실망감과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하의 시각들은 저로선 그것을 단순히 폄하할 수 없는 시각으로 생각해요.

1. 국민의 알권리, 기자들이 침해하고 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12138

2. 어슬렁 어슬렁 저널리즘
http://gatorlog.com/?p=755

3. 기자실 통폐합 = 언론자유위협?
http://janice.kaist.ac.kr/~gomeisa/blog/?p=260

위 글 들의 문제제기,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성실한 대답'을 줬던 언론이 하나라도 있었나 의심스럽습니다.

그런 언론에게 기존 기자실 시스템을 존치하더라도 좀더 나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다는 '기대감'은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죠.

즉 현재의 기자실 시스템을 존치하더라도, FTA나 김승연 사건에서 보여줬던 '언론의 직무유기'적인 행태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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