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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영어 공용화론이 다시 나와야 할지도

조회 수 1111 추천 수 0 2007.02.06 16:59:07

이번에 입학하게 된 여동생의 등록금 영수증을 보니 5백만원이 넘는 돈이 찍혀 있었다. 나는 굉장히 등록금이 싼 학교에, 그 중에서도 등록금이 쌀 수밖에 없는 단대에 다니고 있지만, 이젠 내 등록금도 2백만원에 육박한다. 그것도 재학생이라 그런 거고, 내 후배 신입생들은 2백만원을 돌파했다.

대학생들은 모두 다 알겠지만 현재 통용되는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7%다. 이 제도를 만든건 노무현 정부이고, 최근 정부가 보증하는 대출의 이자가 이렇게 높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도한 건 다름아닌 조선일보였다. 이게 참여정부 마지막해의 '풍경'이다. 그쪽 사정을 모르니까 아직 '책임'은 묻지 않았다. 그냥 '풍경'이란 거다.

부모님에게 감사해야겠다. 내 친구들 중엔 부모님 빚 갚아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내 부모님은 내게 빚을 남겨주지도 않았고, 당장 학자금 대출을 해서 내 이름으로 빚을 져야 할 상황을 주지도 않았으니까. (사실 그쯤은 해도 되는데.) 내 20대가 변화무쌍했던 것은, (한국적 기준으로 보면) 내가 쓸데없이 (정신적/공간적/물질적으로) '독립'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은 그다지 철저하지도 못했다. 한동안 돈 안 받고 산 적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그 직후엔 또 엄청나게 받아쓰고 했으니, 부모님 입장에선 딱히 내가 돈을 안 쓴 자식도 아니다. 물론 여동생이 더 많이 가져가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어찌됐건 저 건에 관한 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언론의 공익적 성격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노빠들이나 노정권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할 말이 많을 게다. "조선일보가 싫어하는 일이니 정당성이 있는 듯 하다."라는 희한한 논변을 펼친 사람들이니까.

개헌을 지지하는 노빠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원래 '원 포인트 개헌'이란 건 조중동의 '안'이었다. 그걸 노무현 대통령이 받아서 발표한 거다. 이처럼 조중동이 대통령과 일치할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글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왜 개헌에 대해서 지금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팜플렛을 만들었더라.

하지만 조중동이 말했듯 대통령이 말했듯 '원 포인트 개헌'은 그다지 올바른 제안이 아니다. 이 부분에선 그저 최장집의 말을 인용하도록 하자.

"민주주의는 정치의 방법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데,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면서 정치 밖에서 외재적 제도를 부과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하다. 헌법이 잘못됐다, 단임제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정치 밖의 제도의 힘을 통해 안 풀리는 정치를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사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만든다. 대연정 시도도 같은 성격의 문제를 가졌다. 갑자기 반지역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등 우리 현실의 실제 갈등을 이데올로기적 허상으로 대체하려 하고 선거를 통해 성립한 정당정치의 구조를 일거에 대통합하자는 태도의 연장선에 지금의 개헌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인터뷰에 감명받아 최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보고 있는데, 가령 교육문제에 대한 그의 논지는 이런 식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대입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초집중화'의 문제다. 초집중화 문제를 건들지 않고 대입제도만 바꿔서 경쟁이 완화될 리도 없고 입시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내가 굳이 교육문제의 예를 든 것은, 이미 교육정책은 그 '효과 없는 혼란'을 예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미 이데올로기적이다. 당시 조중동의 심리분석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여론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민의를 장악했는데도, 대통령이 저렇게 까칠하다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흥, 어차피 한번 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대통령제가 문제야. 뭐 이런 식이다. 그럼 대통령의 의중은? 조중동의 의중이야 어쨌든 바로 조중동이 말한 바 그대로 주장을 하여 정국을 전환시키겠다는 의도 정도가 있겠다. 이유야 만들면 되는 거고. 그런데 대통령이 조중동의 정신분열을 치유하는 자리일까?

그리고 나는 조중동의 심리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 이전에 한국의 대통령 체제가 '4년 연임제'였다면, (2006년에 대선치뤘을 것 아닌가?) 노무현이 또 연임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케릭터에 매혹된 사람들과, 안병욱 교수나 최열 정대화처럼 한나라당은 절대 안 된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결합하면, 상상 외의 막강한 힘이 생긴다. 정부를 운영하는 능력과, 선거에서 이기는 능력은 별개다. 지금은 열린우리당-민주당 쪽에서는 누가 나올지를 모르니까 대선 때까지는 한나라당 쪽의 여론에 맞서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다. 바로 이 맴버로 대선 치른다고 생각하고 2006년부터 '조중동 포위전략' 들어갔으면 상황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 더 위임해 보자.'는 논리도 매우 매혹적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저런 종류의 사상투쟁(?)에 매우 취약한 집단이다. 그들이 뉴라이트에 보내는 열렬한 러브콜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정치투쟁은 정말이지 한국 사회의 문제와 따로 노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한국 사회의 문제는 거의 치유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넘어가 버렸다. 민주화 이후 초집중화가 더욱 고착화 되어 버린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바라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은 아니다. 좌파 정치인 몇 명 먹여살릴 직장도 있어야 하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수준을 높여주기는 하니까, 크는 게 나쁘지는 않다는 정도의 생각인 거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정치에 답이 없으니 머리가 SF적으로 회전한다. 가령 나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그러나 한국에 정치적으로 매우 독립적인 국가가 다섯 개쯤 더 있는 가능세계를 상정한다. 그 나라가 무슨 미국, 독일, 일본쯤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 아래 중진국이나, 아예 후진국이라도 상관없다. 그러면 한국사회가 결코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개혁가가 나오기 전에 자본가들부터가 체제를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모두 다 떠나 버릴테니까. 아니면 자본가들도 같이 떠나서 나라를 비워버리든지.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이다. 그리고 언어문제 때문에 달리 갈 곳도 없다. 네덜란드인들은 나라가 그지같으면 독일가서 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의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볼모로 잡혀 있는 수준이다. 우파들은 시장논리 운운하지만, 국가와 개인들의 관계부터가 전혀 시장적이지가 않다. 주는 대로만 받아먹고 있는데, 시장은 무슨?

어쨌든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갑자기 생길 리는 없으니 다음으론 영어공용화론으로 가야 하나? 복거일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영어공용화를 말했지만, 아마 다음에 또 영어공용화가 운위된다면 그건 개인의 탈출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일 게다. 재벌들은 재벌의 투자가 없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재벌 중심의 사회를 개혁하려는 모든 종류의 시도에 저항하여 투자를 하지 않는 '자본 파업'을 감행할 수 있다. 자본 파업이 아닌 다른 모든 파업은 불법이고 국가경쟁력에 해가 된다고 욕을 먹는게 우리의 실정이라면, 유일한 저항의 방법은 조직화된 이민밖에 없지 않을까? 어차피 '한국호'는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로도 하나의 기업에 가까우니, 이것도 파업은 파업일 게다.

내 말은 그저 푸념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도망갈 사람은 다 도망가고 있다. 잘 사는 건 아니지만, 도망갈 여력이 있는 사람부터. 그러니 적어도 모두가 도망갈 수 있는 티켓을 지급한다는 의미에서, 국가에게 강력한 영어 공교육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가장 윤리적인 선택인지도 모른다.


김용호

2007.02.07 12:43:27
*.166.59.121

영어 못해도 미국에서 먹고사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30% 인가.. 40% 인가.. 정도의 재미 한인들이 영어를 "거의" 또는 "조금" 못한다고 합니다. 이민을 촉진시키려면 한국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영어공용화가 아니라 철강산업을 발전시키는 겁니다.

하뉴녕

2007.02.08 23:59:52
*.148.250.60

그렇군요. 근데 철강산업 운운은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 가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 좀? ^^;

배고픈 바보

2007.02.07 17:31:58
*.244.221.1

초집중화...동감입니다. 한국말이 통하는 다른나라...생각만해도 매력적이네요...

하뉴녕

2007.02.09 00:01:18
*.148.250.60

하지만 현실은, '한국말이 통하는 다른 나라'가 한국 사회보다 나쁘다고 확신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나라인, '북한'이라는 것이죠...(먼산)

ㅎㅎㅎ

2013.02.02 09:43:08
*.113.106.17

그렇네.. 그게 북한이네 ㅎㅎ 너털웃음 터뜨렸음

김용호

2007.02.09 10:54:22
*.166.59.121

철강산업을 발전시켜서 쇠사슬을 많이 많이 생산해내고 그것으로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본토와 한반도 땅덩이를 묶어서 힘써 끌어당겨 땅을 서로 마주닺게 하면... 밀입국, 한국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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