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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혁명적 우익의 나라

조회 수 1175 추천 수 0 2008.04.30 12:47:13

폴 크루그먼은 그의 저서 <대폭로>에서 부시 행정부를 ‘혁명적 우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재무설계사가 되기 전 인터넷 논객의 하나였던 김대영은 이 규정을 고스란히 노무현에게 적용하여 노빠들의 원성을 샀다. 이 규정의 내용을 재인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겉으로 천명된 목표를 보고 정책 제안이 그 이치에 닿는다고 추정하지 말라.
2. 약간의 숙제를 해서 진짜 목표를 찾아내라.
3. 유용한 정치 규칙이 실제 적용된다고 지레 짐작하지 말라.
4. 혁명적 세력은 공격으로써 비판에 대응한다는 것을 예상하라.
5. 혁명적 세력의 목표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렇게 적어보니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겉으로 천명된 목표, 즉 물류 비용 감소나 사교육비 절감과 같은 수사를 보고 대운하나 영어몰입교육이 이치에 닿는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약간의 숙제를 해서, 이 정책들의 실제 목표, 즉 땅값상승을 통한 경기부양이나 영어만 잘 하는 강남 중산층 자녀들의 비정규직 영어교사 채용이라는 그들의 목적을 간취할 필요가 있다. 유용한 정치규칙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 비리가 드러난다고 해서 장관이 경질될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이재오가 설친다고 대통령의 형님이 일선에서 물러날 거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총선 당시 공약에서 삭제되었던 정책이 다시 추진된다는 사실에 놀라서도 안 된다. 그들의 목표에 한계가 없다는 점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그야말로 혁명적 우익 만세다.


하지만 한국의 실정에서 생각해 볼 때, 혁명적 우익이라는 개념에 대한 접근은 노무현이나 이명박에 대한 인물 분석을 뛰어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돌연변이와도 같은 부시 행정부의 행동을 마음껏 조소할 수 있었던 폴 크루그먼과 달리, 우리의 경우 과연 ‘혁명적 우익’이 특수한 현상이었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한국의 우익들은 언제나 혁명적 우익이었다. 지켜야 할 전통적 가치가 무엇인지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우익이 ‘보수주의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한국의 우익 정치인들은 언제나 이전의 정권을 부인하면서, 혁신적인 수사를 내세우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해 왔다. 언제나 혁신을 얘기했지만 그런 행동만큼은 모두 비슷비슷했다.   


반면 리영희나 장준하의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정통적인 보수주의자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비판적 지성의 전통을 이어왔다. 좌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진보신당이 자신의 테두리를 어디까지 확장할지는 모르지만, 2차세계대전 이전의 사민주의를 옹호하는 노회찬의 모습은 어느 우파 정치인들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좌파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는 (세계사적 맥락에서 볼 때) 전통적인 가치지향을 계승하려는 ‘보수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혁신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요즈음엔 주로 경영학의 내용 안에 포섭되어 사용되고 있다. 부단한 자기 혁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업에 대한 처자식의 지분만은 필사적으로 고수하려고 하는 이건희 회장의 사례를 생각해 보건대, 과연 한국의 기업인들이 그토록 혁신에 철저한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은 들지만, ‘혁명적 우익’을 요구했던 한국 우익의 전통(?)의 맥락에선 기업가가 새로운 정치 리더가 되는 것이 거의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뭐가 문제가 된단 말이냐. 혁신은 필요한 것이며, ‘좋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될 수 있겠다. 혁신을 사랑하는 행동주의자들은 언제나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개발을 이야기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론자들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논증(?)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왜 그들이 혁신적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사례들, 가령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을 조롱하는 매우 전통적인 우화로 ‘끓는 물에 삶아지는 개구리’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개구리는 언제나 폴짝 뛰어 다른 냄비에 튀어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언제나 다른 냄비로 뛰어드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그는 마침내, 펄펄 끓는 냄비에 제 발로 뛰어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혁명적(!)으로 추진한 한미 FTA나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보면, 정말이지 이 개구리가 어느 끓는 물에 뛰어들지 걱정이 된다.


erte

2008.04.30 13:27:45
*.51.17.35

박정희를 언급하면서 김영삼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야, 박정희는 그들에게 메시아지만 김영삼은 그렇지않기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런것에 관한한 어찌나 개별화를 잘 시키는데요 ㅋㅋ 게다가 이번에 친일파 발표관련해서 항의하는 사람들 중에 일제시대때 일본이 철도놔주고 도로놔주고 해서 잘살게 된면도 있는데 왜 친일이 문제고 친일파가 왜 문제냐라고 하는 사람마저 있었다는 기사를 보니 대략 멍해지더군요...

시만

2008.04.30 17:05:22
*.99.62.34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업에 대한 처자식의 지분만은 필사적으로 고수하려고 하는 >> 명언이다 명언... 혼자 집에 있었다면 마음껏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웃을 것 같다는.

웅스

2008.04.30 17:30:24
*.46.167.140

흠... 리영희 선생을 문익환,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보수주의자로 분류하시는 분들이 꽤 많네요. 앞에 '정통'이란 수식어가 붙기는 하지만, 문익환 목사라면 몰라도 리영희 선생을 보수주의자로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됩니다. 물론 리영희 선생께서는 제국주의 및 민족문제에 관심이 많으셨고, 주요 저작들도 그런 주제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나 리영희 선생은 김구 류의 '반공 민족주의자'나 NL 류의 '민족지상주의자'도 아니시고(오히려 '스핑크스의 코'라는 책에서는 당시 한총련의 통일운동을 격하게 비판하셨었죠), 문익환 목사차럼 보수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을 돕지도 않았죠. 오히려 리영희 선생은 공공연하게 자신이 '사민주의자'임을 밝히셨던 것 같은데... 물론 "사민주의야말로 보수주의지!!"라고 말씀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하뉴녕

2008.04.30 18:45:35
*.142.119.152

보수주의자로 분류한 게 아니라 보수주의자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진보세력이 되었다라는 얘기였습니다. 아마 한홍구 교수도 어디선가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한 모자

2008.04.30 21:09:28
*.77.133.85

혁명은 전부 다 내꺼라능...

여울바람

2008.04.30 21:36:58
*.143.20.106

사실, 믿기 싫은 악몽이지만, '노무현'대통령과 '이명박'대통령이 연결되어 대통령직위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짝짜꿍이자, 대한민국의 참사일지도 몰라요.

예똥

2008.08.13 12:47:20
*.171.174.31

그냥 쭉 보다가 궁금한게 있는디요.. 맨위엣 분 댓글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칭 보수라는 한나라당이나 자칭 진보인 민주당(사실은 노무현씨나 김대중씨를 추종하는 사병 집단???)이나 그들은 왜 김영삼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들이 없을까요??

보수 정당이면 보수주의자인지.. 아님 민주화 운동가니까 그 ''민주'' 세력의 일원이라든지... imf 하나만으로 김영삼이라는 한 사람을 평가할만한 것 같지는 않은디.. 이상하게도 김영삼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글고..

장준하를 말하면서도 아무도 윤보선씨나 장면씨 같은 제2공화국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들이 없어요.. 장준하가 2공화국때 국토건설단의 무슨 과장인가 했는데.. 그 장준하를 발탁한 것은 총리인 장면..

하지만 장준하는 윤보선과 함께 민주당 구파로 활동하다가 윤보선, 박기출과 함께 국민당이라는 당을 창당합니다.. 네이버와 다음 백과사전 참조..

이런 것들도 살펴볼만 한데 그런건 없고 인터넷에는 온통 수박 겉핥기식 정보들만이 다니네요.. 이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문제점... 민주당이나 노빠들을 진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들은 한국민주당.. 해방때 생긴 한민당에 뿌리를 두는 당인데 왜 그들을 진보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진짜 진보는 민노당이나 사회당이 아닐지.. 진보신당은 온건중도 정도..

예똥

2008.08.13 12:49:54
*.171.174.31

문제 둘.. 지금 건국절을 합네 하고 뉴라이트 사람들이 활동하는디.. 그들의 건국절 운운에 정당성이 의심됩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에서 규명하고 재평가해야 할 사람들이 있는디..

조봉암.. 조소앙.. 여운홍..

분명 이분들은 좌파인지 사민주의인지 좀더 규명이 필요하지만 진보계열 사람이라 볼수도 있는데

이분들에 대한 규명이 없네요.. 건국 60주년을 한다는 세력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건국에 참여한 진보 좌파 무소속 등으로 볼수 있는 저분들에 대한 규명이 없고 오직 이승만 미화에만 있다는게 문젭니다.

그냥 지나가면서리 본문하고 댓글 보구 힌트를 얻구.. 우리사회의 수박겉핥기식 문제에 대해서리 제생각을 주절거려 봤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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