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대학내일 학생논단에 실린 글

------------------


이른바 ‘MB악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을 두고 MBC 노조 등 언론인들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중동 등의 언론은 MBC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평한다. MBC 김주하 앵커가 “그런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이라고 말하자 중앙일보는 그걸 “밥그릇 싸움이란 사실을 인정하지만……”으로 고쳐서 내보내 결국 정정보도를 하는 망신살이를 샀다.


MBC 노조원들은 임금 동결에도 동의한 자신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공익’적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MBC의 투쟁이 밥그릇 싸움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기득권이 약화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저런다는 것이다. 그 새로 유입될 경쟁자는 누구일까. 물론 돈이 많은 재벌기업들과 기업규모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신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족벌언론사들이다. 신문시장은 사양산업이다. 그들의 ‘밥그릇’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마침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조선일보의 방송 진출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천 번 양보해서 언론노조의 싸움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밥그릇 싸움’을 규탄하는 조중동은 뭘 하고 있는 걸까? 물론 ‘밥그릇 싸움’이다. 그것도 남의 밥그릇을 뺏어먹겠다는 저열한 수준의 밥그릇 싸움이다. 밥그릇을 움켜진 사람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이빨로 깨어 물면서, 그들은 외친다. “놔!! 놔!!!! 이 밥은 내가 먹을 거야!!!!” 밥그릇 싸움을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처지로 그런 말을 하기는 쪽팔리지 않을까? 
 

남의 밥그릇 문제에 간섭하는 오지랖 넓은 지식인들도 간혹 있지만, 세상 만사의 대부분은 ‘밥그릇 싸움’으로 번역될 수 있다. 그러니까 ‘밥그릇 싸움’이란 말은 폄하의 대상이 될 것이 아니다. 만인이 자신의 밥그릇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일 것이다. 조중동 vs MBC, 밥그릇 싸움 개봉박두. 그렇다면 문제는, 그들의 주장 중 어느 쪽이 공익에 부합하느냐는 것이 아닐까.


조중동은 말한다. 방송시장에 시장논리를 도입해서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무슨 ‘경쟁력’일까? 설마하니 재벌과 족벌이 방송시장에 들어가면 많은 자본금과 시간을 투입하여 BBC 다큐멘터리처럼 아름다운 영상물을 찍어서 해외에 수출하게 될까? 그럴 리가 없다. 적은 돈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려면 그런 짓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다큐멘터리의 제왕 BBC’는 국영사업체다.


해외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의 ‘경쟁력’이란 것은 결국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사회에 대한 정보전달이나 분석을 원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것일 게다. 재벌의 방송진출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들이 ‘1인1표’의 원리가 아니라 ‘1원1표’의 원리로 발언권을 행사할 때 대다수 국민의 권익이 소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벌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방송’의 자세일까? 조중동은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MBC는 좌경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방송을 접수해야 한다고 속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앙일보 기자가 남의 발언을 요약하는 수준을 보면, 그들의 ‘한국어 교양’의 수준은 지극히 천박하다. 한마디로 말해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신문시장은 왜 사양산업이 되었을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탄생, 시대에 맞지 않는 논조로 인해 추락한 거대언론의 공신력, 젊은 세대들의 신문기피 현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것들은 어느 정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나,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언론들은 세상에 없다. ‘MB 악법’은 그렇게 경쟁력 없는 신문들에 대한 구제금융조치와도 같다. 신문들은 남의 밥그릇부터 뺏을 생각 말고 제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경쟁력’ 좀 높이기 바란다. 그리고 제발 그놈의 ‘경쟁력’을 위해 시장질서 확립하기 위해 만든 신문고시 등의 법안이 ‘언론탄압’이라는 객쩍은 헛소리도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노빠

2009.01.13 10:18:56
*.138.207.30

이 글도 조중동 한테 걸리면 '인터넷 논객 한씨, mbc 밥그릇 싸움 인정 감싸고 돌아'
정도의 타이틀로 도배 되겠군요..세상 일이란게 궁극에는 지 혼자 배터지게 먹는 밥그릇과, 더불어 함께 먹는 밥그릇이 있겠네요. 불교에서는 그걸 自利利他의 정신이라 한다던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 이명박과 민주주의 [27] [1] 하뉴녕 2009-08-13 1622
18 노무현을 떠나보내며, 연재를 시작해보자. [114] 하뉴녕 2009-05-30 2258
17 [딴지일보] '노무현 시대' 이후에도 진보정치는 가능할까? [15] [2] 하뉴녕 2009-04-21 4704
16 구글 vs 한국정부 감상법 [12] [3] 하뉴녕 2009-04-17 1579
15 [대학내일] 대법관 재판 개입 비판이 '좌파적'인가? [11] [3] 하뉴녕 2009-03-17 1372
» [대학내일] 누가 ‘밥그릇 싸움’을 폄하하는가? [1] [2] 하뉴녕 2009-01-12 1353
13 [경향신문/88만원 세대 논단] 헌법 수난 시대 하뉴녕 2009-01-07 1059
12 [대학내일] 헌법재판소가 문제인가? [2] 하뉴녕 2008-11-23 969
11 이 시점에서 ‘안티조선’ 담론의 실천적 효용성에 대해 [3] 하뉴녕 2008-09-12 2090
10 [대학내일] 사회주의자와 국가보안법 하뉴녕 2008-09-06 1651
9 진보신당은 대안이 아니다? 누구 마음대로? [9] [1] 하뉴녕 2008-04-08 2922
8 손석춘의 민주노동당 옹호에 대해 [8] 하뉴녕 2008-02-11 1063
7 [펌] 3단 논법 [3] 하뉴녕 2008-02-05 956
6 [대학내일] 우려되는 외국인 혐오증 [1] [1] 하뉴녕 2008-01-23 886
5 손석춘의 NL 운동권에 대한 감상적 시선에 대하여 [9] 하뉴녕 2008-01-07 981
4 [판타스틱] 한국 판타지, 10년 그 방랑의 연대기 하뉴녕 2007-06-03 1748
3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국가보안법 [12] 하뉴녕 2007-05-18 1210
2 박경순과 '국보법 올인론자'들에게 하뉴녕 2004-12-28 3418
1 국보법 폐지와 민주노동당 하뉴녕 2004-12-26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