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안병진의 예측과 박근혜 문제

조회 수 4564 추천 수 0 2011.05.08 16:38:12

http://hook.hani.co.kr/archives/26476


아마 안병진은 야권통합론자일 것이고, 이정희를 높이 평가하는 그의 정치적 성향(취향?)은 나와 같지 않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이 글은 꽤 함의가 있다. 


전문을 읽어보기를 권장하지만, 중요한 부분만 추려보자.


물론 그 전에 총선이 있다. 하지만 이미 민심의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난 내년 총선은 집권 진영에 재앙이 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운명의 신이 살짝 예고편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야권이 자만과 분열의 극심한 어리석음만 범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은 이미 지나간 미래이다.



첫째, 그는 2012년 총선에서 야권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한다.  


문제는 대선이다. 흔히 총선에서 야권이 이기면 대선에서도 집권 진영이 무너질 것이라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야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닉슨의 길이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둘째, 그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더라도 대선에선 박근혜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대선에서 인자한 보수주의와 온건 대북 노선에 패배한다면, 한국의 야권으로서는 더 암울한 닉슨의 길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건 국내 노선에서는 고 에드워드 케네디 진보 의원조차 경이롭게 생각한 닉슨의 복지 어젠다 선취의 길이다. 국제 노선에서는 중국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꼴통 보수들을 경악하게 한 평화번영 노선의 길이다. 한국의 경우에 그건 복지국가의 길과 한반도 지각변동 속 평화노선의 길이며, 그 과정에서 야권은 좌충우돌할 것이다.



셋째, 그는 박근혜의 집권이 '대한민국'에 재앙이 아니라 민주당 등 현재의 야권정당들에게 '재앙'이 될 거라 예측한다. 말하자면 그는 박근혜가 집권하면 '닉슨의 길'을 갈거라고, 국내 노선으로는 '복지국가'를 추구하고 국제노선으로는 '대북정책에서의 평화노선'을 추구할 거라고 예측한다.


나는 이런 예측들이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는 점쟁이가 아니며, 시민들이 가져야 할 정치적 관심은 경마장에서의 배팅과 달라야 한다. 우리는 안병진의 예측이 2012년에 실현되는지를 눈뜨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 (안병진의 예측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의 예측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안병진의 예측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며 그 현실에 대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물론 그의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나는 저 예측들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지만, 그것들이 빗나가는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먼저 첫째 예측, 야권지지자들에게 손학규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면,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중심'으로 정돈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될 경우 박근혜는 '여소야대' 정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총선에서부터 정면승부를 걸어올 수 있다. 물론 그 승부에서 야권이 패배하는 일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두번째 예측, 총선 결과야 어찌됐든 대선에서 반-반 싸움이 진행된다면 승부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적어도 2007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승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예측,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잘' 통치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인력풀을 동원하여 관료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이명박의 특출난 무능인지 아니면 한국의 관료제와 의회민주주의가 봉착한 어떤 난국인지에 대해 우리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안병진의 예측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예측에 두 가지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정권을 창출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정권을 운용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첫번째 함의는 박근혜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권의 정치인, 정치평론가, 지지자들은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고 여성이라서 영남권에서도 전적으로 환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쉬운 상대라고 생각한다. 친노진영에서 꽤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해찬조차도 "총선만 승리한다면, 박근혜는 그저 박정희의 딸이 될 뿐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 산적한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단 A의 과제를 해내면, B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란 식으로 용기를 북돋우는 발화를 하는 거라면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정말로 쉬운 상대라고 믿는다면 야권은 선거에서 나쁜 꼴을 볼 확률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근혜는 역설적으로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어떤 정치인보다도 '사과'를 많이 한 사람이다. 한나라당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독재정권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는 지지층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또는 독재정권의 포괄적인 과업에 대해 사과할 입장에 있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는 설령 사과하더라도 여전히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 운신의 폭이 자유롭다. 박근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들에게도 직접 찾아가 사과한 사람이다. 물론 "인혁당 샤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상 박정희의 과를 계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정치적 적대자들의 윤리적 평결은 올바르다. 그리고 박근혜가 인혁당 유가족들을 찾아가게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만일 박근혜가 대선후보가 되고 공식적인 대권레이스가 시작된다면 '아버지'의 '과'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 정도는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임을 물고늘어지려는 야권의 전술은, 박근혜의 회피기동에 의해 '닭 쫓던 개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야권이 '박근혜식 복지담론'의 허약함에 대해 정면으로 싸움을 거는 대신, 그녀가 '독재자의 딸'임을 부각시키고, 영남사람들은 원래 마초니까 여성을 그렇게 극렬 지지하진 않을 거라는 희망찬 공상 속에서 정치공학을 짠다면, 그녀는 현명하게도 '과거에 얽매이는 야권과 미래를 대비하는 나님'이란 프레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의미에선 2002년의 재림이다. 2002년 당시 노무현의 선거전략을 상기해보라.) 그리고 이런 프레임에 말려 들어간다면 야권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가능성이 분명한 '정권 심판론'마저 희석될 것이다.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란 사실은 비밀이 아니며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박정희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대개 박근혜를 좋아하고 있고, 박정희를 싫어하는 사람 역시 그런 이유로 대개 박근혜를 싫어하고 있다.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쉽다."라는 말이 실제로 선거전략으로 실행된다면 그건 민주당에 득이 아니라 실이 될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의 말투와 어휘를 비분강개한 도덕적 단죄의 그것으로 변화시킬지언정 (이것은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박근혜의 반대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권이 박근혜에게 제대로 된 싸움을 걸어야 박근혜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녀를 '박정희의 딸'로만 호명하는 것은 그녀의 약점을 덮어두는 전략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함의는 좀 더 복잡하다. 정권을 창출하는 문제와 정권을 운용하는 문제는 현격하게 다르며, 사실 후자가 훨씬 어려운 과업이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전자에 대해서 '감'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후자에 대해선 사실 뭘 예측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안병진은 박근혜가 복지국가와 평화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대담하게 예측했다. 보수파 박근혜가 그런 노선을 선점해 버리면 야권은 지리멸렬하게 될 테니 미래를 보고 제대로 대비하자고 말하고 있다. 


사실 설령 박근혜가 승리한다 하더라도 박근혜의 미래가 장밋빛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박근혜 임기 내내 하락할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박근혜를 지지한 중도층들은 정부에게 제 삶의 질이 악화된 책임을 돌릴 것이다. 박근혜가 어지간히 정치적 수완이 있더라도 한국 사회의 곪은 문제를 청산하는 대수술을 단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만일 박근혜가 그런 일을 단행한다면, 그녀는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국가'와 '평화노선'이란 슬로건이 채택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병진의 예측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실천을 강제하는 예측이기 때문이다. 만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무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실패할 거라고 예측한다면, 민주당 지지자가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2012년 대선에서 설령 패배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앉아서 그녀가 실패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녀가 무언가 잘 할 수 있는 확률을 떠올린다면 얘기가 다르다. 정권을 창출하는 문제와는 또 별도인 정권을 운용하는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혹은 야권연합)은 자신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선거전략과도 연결되는데,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라 쉽사리 공격하는게 아니라 그녀의 복지담론에 비해 얼마나 더 우월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공약들을 담금질해서 내놓느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상의료에 대한 유시민의 공격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으로 대항하기 보다는 공약을 담금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실 박근혜가 아무것도 못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은 민주당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정치를 통해 무언가를 바꿔 보겠다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소리높여 주장해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박근혜가 잘 하든, 잘 하지 못하든 간에, 그녀가 훌륭한 적수라고 가정하면서 노력하는 쪽이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진중권이 말한 바 바뀌지 않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끝없는 자리교체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책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차라리 박근혜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희망하고, 그 희망에 입각하여 노력을 경주하는 편이 좋다. 물론 현실적으로도 만약 민주당이 제자리걸음인데 박근혜의 무언가가 성공하는 사태가 발생할 때에, 민주당의 위치가 급격하게 흔들릴 거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안병진의 예측은 설령 빗나갈지라도, 정권교체와 야권연대를 말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함의가 큰 것이다.  

 

mah0140

2011.05.08 17:31:58
*.38.137.143

그런 점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상의료에 대한 유시민의 공격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으로 대항하기 보다는 공약을 담금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ㄴ "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 아니라, "계기로 삼아 마땅하다" 라고 말해야 마땅한데,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소리조차도 침착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방뛰며 진상떠는 인간이 한둘이 아닌가보군요. 괜히 그런게 느껴집니다.

하뉴녕

2011.05.08 19:19:49
*.171.69.149

음, 뭐, 저렇게 쓴 이유는, 유시민을 비판하는 포지션도 이해는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일관되게 유시민의 정치적 의도가 미심쩍고 복지정책 좀 펴보려는 정치세력에게 찬 물을 끼얹는게 얄미울지라도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아마 이 블로그에도 안 남아 있겠지만, 2002년엔가 유시민이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무상교육' 공약을 비판했을 때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시에 유시민 편을 들었거나 이 상황에 관심이 없었겠죠.) 꽤 합리적인 민주노동당 지지 논객들도 유시민을 비난했습니다만, 저는 어쨌든 그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논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트레비스

2011.05.08 20:26:18
*.204.99.230

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윤형님 말대로 차라리 박근혜씨가 잘되도록 비는게 낫다고 생각하네요
요즘 민주당 하는 짓거리 한eufta같은 걸보면 차라리 박근혜가 잘해서 민주당이 설자리가 사라지고 차라
리 한나라당고 통합하는 쪽으로 가는게 다른 진보정당들에게도 더욱 선명한 정치구도를 보일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ㅎㅎ

하뉴녕

2011.05.08 20:32:36
*.171.69.149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통합하면 자기들 밥그릇이 반으로 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리가 없지요 ㅎㅎㅎ


향후 민주당/한나라당 양당제가 유지되든 두 당 중 하나가 탈락하여 다른 당으로 대체되든 박근혜가 정치를 못 해야 한다고 빌어야 할 필요성은 없어 보입니다...

시닉스

2011.05.08 22:52:29
*.234.128.223

박근혜가 쉬운 상대라는 생각의 속내는 독재자의 딸이다,아니다보다 지지 계층의 지역적 분포죠. 박근혜가 별로 인기없는 수도권의 표를 갖고 올 수 있다면 이길 수 있기에 손학규가 부각되고 있고. 어쨌든 한윤형님 문제의식엔 공감합니다. 좋은 정책, 더 구체적인 정책이 준비되어야 하죠.

그런데 유념할 것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된 정책 생산 능력은 사실상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나라당이 그나마 있다고 보이지만 각당 모두 대동소이합니다. 당이 백업못하니 사실상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죠. 유권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정책보다 후보 자신의 의지나 진정성, 스펙이나 지지 계층 이런 거에 더 주목하는 거죠. 물론 이 말이 정책을 후순위로 돌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프레젠테이션과 비슷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보다 단순하고 명료할 수록 더 신뢰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리고 실제 프레젠테이션 준비해보면 잘 알수록 단순해질 수 있죠. 모르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많아지고. 아울러 대중이 왜 구체적인 정책보다 다른 측면에 더 주목하는지를 유념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제 생각에 미국이나 유럽도 이는 비슷합니다. 유럽 유권자들이라고 '올해 소득세가 5프로 인상되서 전체 세수가 얼마 걷히고 그 돈을 어떻게 썼을 때 낙수 효과가 발생하고 혹은 소득 재분배 효과가 얼마만큼 나타나고...'이러지 않습니다.

유시민이 비판받는건 그 방향 자체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가 없습니다. 민주당 정도의 복지안 놓고 '국정 운영해보면 그렇게 무책임한 말 못한다'고 하더니 - 민주당보다 더 좌쪽에 있는- 진보정당과는 같이 할 수 있다고 그럽니다. 간단히 말해 민주당 발목만 잡죠. 자신이 뭘 하자는게 없죠. 이래선 곤란합니다. 진보정당처럼 '민주당 안은 미흡하다'고 말하면 긴장이 되지만 유시민처럼 나오면 짜증만 나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순천 단일화놓고 '그런 단일화는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했죠. 그 말, 제대로 해명했나요?

하뉴녕

2011.05.08 23:41:50
*.171.69.149

예, 지지 계층의 지역적 분포 문제가 맞습니다. 정치부 기자들도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군요. 이를테면 얼마 전까지, 유시민이 나오면 노무현 유산빨로 PK의 30%, 유시민의 고향 연고로 TK의 20% 정도는 끌고 올 수 있으며 어차피 박근혜가 수도권에선 인기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식의 계산이 '선수들' 사이에 횡행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얘기가 '전문가의 함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손학규가 수도권의 표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 얘기한 부분들이 의미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관료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http://yhhan.tistory.com/836 저역시 과거에 이와 같은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안티조선 운동사>에서도 제도권과 운동권이 괴리되고 전자가 현실성을 후자가 도덕성을 독점하는 상황이 소모적인 대립만을 양산한다고 적었던 바가 있는데...이게 한큐에 해결될 일이 아니고 가진 자원에서 차근차근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죠.


유시민 얘기는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당시 유시민은 정확하게 '무상의료' 부분만 질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급하게 준비하느라 좀 정돈이 안 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바이커 님도 그 부분이 민주당 복지안의 '약한 고리'라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사정 따위 무시하고 약한 고리나 찔러대는 유시민이 무척 얄밉기는 하지요.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걸 계기로 민주당의 정책 타당성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진보정당들의 한 EU FTA에 대한 문제제기는....또 너무 별도의 얘기가 될 듯하니 나중에 한번 쓰던지 하겠습니다. ㅎㅎㅎ 순천 얘기는....적어도 유시민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수를 던지는지는 다 알아먹고 살았는데 도저히 무슨 얘기인지 납득 불능입니다. 경선없이 단일화하면 안 된다는 얘기일 것 같은데, 경선없이 국민참여당에게 후보를 준다고 해도 저렇게 반응할 건지...선거 끝나고 버로우 타느라 해명이고 뭐고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닉스

2011.05.09 00:13:27
*.234.128.223

예 저도 무상의료는 좀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안 자세히 보면 무상복지와 좀 거리가 있죠. 의료 보장성 확대에 더 가까운데 그 이야긴 다 하고 있으니 차별화를 위해 좀 지른 측면이 있죠.

다만, 제가 하는 이야긴 이런 겁니다. 그게 뜬금없다, 현실 가능성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한나라당 쪽에서 나오면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진보를 자처하는 자가 그런 이야기 한다? 이건 좀 아니죠. 오히려 그쪽에선 '미흡하다' 혹은 '겉은 무상의료지만 내용은 보수적이지 않냐'이렇게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한나라당 주장이든 진보정당 안이든 서로 토론이 가능하죠. 좌로 이야기하면 '우쪽 생각 안했지?'하고 우로이야기하면 '좌가 부족해' 이러면 곤란하다는 이야기.
얍밉기도 얄밉지만 유시민류가 비판받아 마땅한건 정상적인 논의를 막는다는 거죠. 책임 정치 한다는 이가 자기 생각없이 그저 이리저리 비판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아이러니한건 김해을에서 참여당 선거운동원 팻말에 '무상의료'가 적혀있었다는 사실. 이건 코미디인지, 뭔지.

하뉴녕

2011.05.09 00:45:05
*.171.69.149

으흐흐흐. 유시민이 좀 그런 문제가 있지요. 근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그런 식의 비판을 했다면 정말로 뜬금없는 소리였겠지만 저는 예전에 유시민이 민주노동당 정책에 그런 식의 시비거는 꼴을 하도 봐온지라 외려 '일관성'을 느끼기도 했어요. 자기 보건복지부 장관할 때의 경험으로 하나의 사안을 재단한 뒤 그걸 총체화시켜 "이렇게 니들은 현실성이 없다." 드립 치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말이에요...


김해을 얘기는 참으로 웃음 포인트로군요. ㅋㅋㅋ

시닉스

2011.05.09 00:16:15
*.234.128.223

아참, 무상급식의 정치적 의미랄까 그런거 한번 써주시면 어떨지? 아크로의 누가 민주당이 잘한 걸로 '무상급식'을 내걸던데 저도 공감합니다. 정책적 타당성 뭐 이런거 그만두고 민주당은 그걸로 정치적 성과를 거뒀고 아울러 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징후를 드러냈다고 보거든요. 한윤형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이상 깔땐 까되 빠할 땐 빠하는 시닉스 배상.

하뉴녕

2011.05.09 00:42:24
*.171.69.149

예전에 무상급식을 소재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어요.


http://yhhan.tistory.com/1153


주로 진보정당의 무능에 대해 반성하는 글인데, 그러다보니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없었네요.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에 대해 말하게 된 것은 매우 좋은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한국 사회의 시민들이 고도성장에 대한 기대를 서서히 버리고 복지에 기대를 걸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일 수가 있지요. 그 점에 대해선 다들 큰 이견이 없을듯한데, 복지정책의 추구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가 문제가 되겠지요.


그 점에 대해선

http://yhhan.tistory.com/1308 와,
http://yhhan.tistory.com/1299 에서 논의를 좀 했었는데요.


진보신당원 입장에서 서술한 글이지만 중간 중간에 민주당 지지자에게도 유용한 통찰들이 있을 겁니다. 단점은....너무 길다는 것....ㅡ.,ㅡ;;;

김대영

2011.05.09 10:07:19
*.66.49.84

딴 얘기긴 한데, 무상급식은 '공공급식'으로 좀 바꾸는게 어떨까 싶네. 무상급식이라 하다보니 공공성은 온데간데 없고 '공짜'라는데 집중이 되어 있는 집 애들도 공짜로 주냐... 뭐 이런 저질 논쟁이 오고가는 느낌임.

하뉴녕

2011.05.09 12:28:46
*.171.69.149

무상급식 논란 한참 진행될 때 그래서 '의무급식'으로 말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의무교육'이 아닌 학교에도 실시하려고 했는지라 용어의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암....


공공급식이란 말도 좋긴 한데 이게 말이란게 한번 고착되면 또 바꾸기가 힘들어서...바꿔도 여전히 그런 말이 나올 거면 이미 정착된 말을 쓰는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음 그 문제는....ㅡ.,ㅡ;;;

드래곤워커

2011.05.09 15:29:07
*.234.105.202

박근혜의 가능성 같은 걸 옅보게 하는 글이네요.
사실 민주당이 되든 박근혜가 되든 대통령으로서 잘 해주기만 하면 상관없지요.

shahryar

2011.05.10 22:58:27
*.161.209.139

지난 대선에서도 그랬지요. 박근혜보다 이명박이 쉽다. BBK 한방이면 훅 간다. 거기서 뭐 더 배운게 없이 명분에만 기댄다면 어차피 정권잡을 자격 없다고 봐요. 정말 박근혜가 단지 박정희의 딸이란 이유만으로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이미 진 게임이에요. 손자식으로 하면 이겨놓고 싸워야 하는데. 이번 재보선도 오히려 암울한 해석이 나와야 하는거 아닌지. 야권연대라는 스팀팩을 맞고 박빙으로 이긴 것을.

이더

2011.05.11 22:49:57
*.21.178.65

"비밀글입니다."

:

nishi

2011.05.17 23:39:48
*.184.240.133

http://pds20.egloos.com/pds/201105/17/46/forum_013_01.rtf

많이 늦었습니다만, 녹취록입니다.

비록 (??)를 모두 제거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문맥을 아주 해칠 정도는 아니라
내용을 파악하는 데 방해가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 [작가세계] 장하준의 ‘더 나은 자본주의’, 그리고 한국 사회 [14] 하뉴녕 2011-07-23 25959
24 [고황] 야권연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4] 하뉴녕 2011-06-21 24998
23 뒤늦은 5.16 기념(?) 포스트 [22] [2] 하뉴녕 2011-05-18 5786
» 안병진의 예측과 박근혜 문제 [16] 하뉴녕 2011-05-08 4564
21 한국 자본가 계급의 탄생과 국가의 역할 - 노정태/홍명교 논쟁에 부쳐 [10] [3] 하뉴녕 2010-08-11 7907
20 본격 은영전 비평 : 양 웬리와 탈정치성 [22] [1] 하뉴녕 2010-07-29 384764
19 이명박은 독재자다? (키워질 모음) [19] 하뉴녕 2009-12-28 2094
18 딴지일보 기사 리플에 대한 답변 [13] 하뉴녕 2009-08-28 1507
17 [딴지일보] 김영삼을 위하여 [21] 하뉴녕 2009-08-27 2000
16 [주간한국] 정치인 박정희 바로보기 - [지식인의 서고] '박정희 평전' [4] 하뉴녕 2009-08-08 1654
15 anoxia 님 글에 대한 답변 [24] [3] 하뉴녕 2009-07-03 3179
14 이택광과 칼 폴라니 논쟁, 그리고 독해의 문제 [28] [3] 하뉴녕 2009-04-15 3283
13 <왓치맨>을 어떻게 볼 것인가? file [10] [1] 하뉴녕 2009-03-26 1421
12 거리시위와 통합의 제의 [16] [3] 하뉴녕 2008-05-31 1294
11 혁명적 우익의 나라 [8] 하뉴녕 2008-04-30 1175
10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출간, 나쁜 일이기만 할까? [43] [3] 하뉴녕 2008-03-24 1230
9 [시사in] 내 인생의 책 :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36] 하뉴녕 2008-02-11 1004
8 지역주의 뒤집어보기 하뉴녕 2008-01-17 2551
7 문국현, 혹은 '새로움'의 소란스러움 [13] 하뉴녕 2007-12-04 945
6 김순덕 칼럼과 장하준 [30] [1] 하뉴녕 2007-10-24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