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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디 워>, 페티시즘

조회 수 1938 추천 수 0 2007.09.20 14:00:56
 

*이글은 디빠 여러분 보라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읽고 나서 ‘글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디빠해야겠다.’고 투덜대실 바에야, 스킵하시는 것이 현명할 듯도.


**페티시즘의 정의에 대해서는 김상환 <니체, 프로이트, 맑스 이후>의 5부 2장 “문학 안팎의 물신들”을 참조 인용하였음 



페티시즘(fetishism)이란 말은 신이 아닌 것을 신으로 착각하고 숭배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래 계몽기 시대 아프리카를 다녀온 종교학자들이 처음 사용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여러 학자들에게서 풍부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그의 상품분석에서 페티시즘이란 말에 훨씬 더 복잡하고 풍부한 의미를 집어넣었는데, 그의 개념을 번역한 말이 물신숭배(物神崇拜)다. 상품교환이 일반화될 때 등가적 교환의 척도로 도입된 황금은 어떤 특수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단위인양 모든 상품과 인간 위에 군림하게 된다. 이때에 인간의 관계나 물건 사이의 관계가 오로지 황금을 매개로 해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착각, 혹은 미신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물신숭배, 물신주의, 혹은 상품 물신주의라 부른다.


<디 워>의 문제를 마르크스적 의미에서의 물신숭배에 대입해서 설명하면 물론 꽤 많은 것이 설명된다. 심형래의 논법은 문화를 자동차와 같이 산업의 역량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며, 사실 이전에 충무로를 지배해 왔던 문법이기도 하다. 영화산업의 영역에서 물신숭배는 구조적으로는 제작사와 극장주가 한 몸뚱이를 이루는 독과점 체제를 통해 실현되고, 상징적으로는 해외 영화제 수상이나 한국 영화의 해외진출 등 독자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수출’이라는 황금의 잣대로 평가하고 수출상품을 국내에서 더 소비해줄 것을 요구하는 자본의 논리를 통해 나타난다. 심형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우리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반성하고 바꾸어 나갈 때 이루어진다. 그 비판은 “문화산업은 문화를 산업으로 대우하지 않을 때 더 번성한다.”는 아이러니한 명제를 역설하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문화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는 다윈주의적인 시각을 끌어들이면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아마도 이 블로그에 있는 김기연님의 몇몇 덧글은 이러한 지점을 의도한 것 같다.


이 설명은 <디 워> 뿐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산업 전체에 관련된 것이고, 더 나아가선 한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다. 물신숭배는 한국 땅에서는 당연한 공리이며, 차마 의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땅의 페티시즘은 정말이지 원래의 의미 그대로 신적(神的)이다. 이것은 이 논지를 근본적인 것으로 만들지만, 또한 무력하게 한다. 말하자면 이러한 설명은 <디 워> 사건이 다른 사건과 왜 구별되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말은 옳다. 그리하여 그것은 심형래를 통해 대한민국을 돌이켜보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형래가 왜 특출나게 잘못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충무로도 애국주의 마케팅 안 했냐, 뭐가 문제냐.”는 디빠의 논리도 거기에 있고, “한국사회가 그런 행동을 집어내어 준엄하게 질책할 만큼 품위 있는 사회는 아니”라는 김규항의 판단도 그 지점에 있다. 원래 좌파들의 논법은 원산지에서는 급진적인 비판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국 땅에만 오면 ‘원래 세상이 다 그런거지.’류의 냉소주의를 정당화하는데 쓰이곤 한다. 한국 땅에서 지식이란 것이 소비되는 방식이 그렇다.   


한편으로는 영화산업에서 물신숭배를 벗어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문제도 있다. 물론 우리는 ‘작품성’이란 것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산업은 문화를 산업으로 대우하지 않을 때 더 번성한다.”라는 아이러니한 명제가 증명하듯, 이 작품성이라는 것이 결국 산업을 종속시키기 위한 논리가 된다면 물신숭배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영화는 어떤 문화 컨텐츠보다도 산업논리에 충실한 장르다. 평소에 영화를 즐기고 그 결과 영화가 다양하게 발전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겠지만,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디 워> 논란은 우리가 느끼는 ‘재미’라는 것이 정말로 순수한 ‘취향’의 영역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과 김규항의 비평은 핀트가 엇나갔고 그래서 무기력하다. 하지만 이런 사정 역시 <디 워>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영화에서도 성립할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디 워>는 범상한 사건인가? 그렇지는 않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흥행할 때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더 훌륭한 것처럼 설레발을 쳤지만 이 애국주의적 판단이 ‘태까’를 양성하지는 않았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만은 못한 영화지만, 그래도 영화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취는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 성취가 ‘짝퉁’으로서의 성취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성취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지만. 관객들의 판단은 존중받았다. 왜 그들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만은 못한 그 영화를 소비했을까?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키우기 위한 애국심 때문일 수도 있고, 한국전쟁이란 소재가 외국 전쟁영화보다 와닿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막을 안 보는 메리트가 질의 차이를 메꾸었을 수도 있다. 기타 다른 영화들에서도 이러한 판단은 가능하다. 문제는 <디 워>에선 아예 기준이 무너졌다는 데에 있다. <디 워>는 영화라고 일컬어질 수준이 아니다. <디 워>를 충무로의 블록버스터나 조폭물과 비교하는 것은 독과점으로 과자를 파는 사람과 독과점으로 불량식품을 파는 사람을 비교하는 수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디 워>가 재미있다는 사람들에서 충분히 얘기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한국 땅에도 미국 땅에도 <디 워>를 평가할 평론적인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평론할 가치가 없다’는 진중권의 말만이 정론이다. 미국관객들은 자기네 나라 블록버스터도 쓰레기라고 부르는데, 한국 평론가들은 <트랜스포머>에 별 두 개 반 정도밖에 안 주는데, 블록버스터를 표방했지만 그걸 제대로 베끼지도 못했고 영상언어에 전혀 무지한 영화 이하의 영화가 하나 나온 것이다. <인디팬던스데이> 따위와 비교해도 이게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도대체 이런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미국 소년이 6분 동안 호러블을 수십번 외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영화를 묘사할 적당한 개념을 찾다보니 나는 페티시즘의 또 다른 의미를 떠올린다. 그것은 정신분석학의 것인데, 흔히 절편음란이라고 번역되는 것이다. 이것은 전체와 부분 사이에 일어나는 대체에 관한 이야기다. 이성을 대신해서 가령 그의 속옷 같은 소유물이 성적 흥분의 대상으로 자리잡는 일종의 성도착을 가리킨다. 정신분석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성도착은 거세의 부인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여기서 부인은 한편으로는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어린아이가 거세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절편음란이라는 성도착에 빠지게 된다.


심형래가 <용가리>와 <디 워>를 만든 심리는 정신분석학의 페티시즘으로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티라노의 발톱>이 <쥬라기 공원> 때문에 망했을 때, 그는 그 아득한 간극에서 단지 CG만을 보았다. <쥬라기 공원>이 비록 CG로 성공한 영화이긴 했지만, CG 이외의 영화적 요소도 탁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쥬라기 공원>의 탁월함을 CG라는 측면에선 인정했지만 기타 부분에선 부인했다. 그리하여 그는 영화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단지 CG에만 페티쉬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심형래같은 사람이 탄생했다는 것이 그 사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런 이들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페티쉬의 결과물이 <용가리>와 <디 워>다. <용가리> 때는 사람들이 잘 몰랐다지만, <디 워>를 위해 그가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불가사의다. 페티시즘의 위대한 승리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는 <용가리>의 실패를 페티시즘의 실패로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페티시즘을 더욱 강화하고 확장함으로써 대항하고자 했다. 미국 평론가들의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평가 중에서도 가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니 대단하다.’는 순수한 경탄이 보이는데 (물론 그것이 영화의 수준에 대한 경탄은 아니지만) 그 느낌이 이해가 간다.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자 계속해서 더 비싼 속옷을 구매하면서 컬렉션을 구축해온 어느 소년의 아지트를 열어젖혔다고 치자. 그로테스크한 광경이고, 그들이 느끼는 경탄이 이해될 듯도 싶다. 디빠들이 말하는 심형래의 불굴의 의지에 대한 존경은 바로 그 그로테스크에 대한 존경이다. 으스스하다. <디 워>가 망해도 심형래는 다음 영화는 더 강력한 CG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서사나 연출이 문제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니까 절편음란이다.


<디 워>에 이르러 몇몇 관객들은 페티시즘에 동조하게 되었다. 만일 그들이 거기서 실제로 쾌락을 느꼈다면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미국관객들도 그 쾌락에 동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다지 훌륭하진 않았지만 그를 지지하면 (그가 돈을 벌게 해주면) 다음번엔 더 훌륭한 영화가 나올 거라는 (여전히 그는 절편음란자로써, 단지 CG만 보완할 텐데도?) 디빠들은 잠시 여기서 제끼자. 우리는 <디 워>의 미국흥행이 가능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디빠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관객들도 비싼 속옷 컬렉션에 질질 쌀 거라고 믿었던 그들. 가상적인 ‘미국 대중’이란 집단을 상상하고, 그들이 자기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믿었던 그들 말이다.


‘미국 대중’을 상상하는 순간 그들은 영화의 제작자가 되었다. 말하자면 심형래가 대중에게 줄 쾌감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듯 그들은 미국 대중에게 줄 쾌감을 상상하면서 디빠질을 했다는 말이다. 이 쾌락의 욕망은 자본의 논리를 벗어난다. 손해를 봐도 와이드 릴리즈면 된다는 그들의 논법, 그래서 <괴물>보다 <디 워>가 위대하다는 그들의 집요한 논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윤이야 어쨌든 미국인들이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그들의 쾌락을 함축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인들의 <디 워>에 대한 분노가 그들에게 가장 타격을 입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호러블 보이'에 대한 그들의 분노는 상처입은 환상을 위무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관객의 평가에 영향을 받는 게 사대주의라는 논란은 그래서 가당치도 않다. 애초에 헐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영화니 미국 관객의 평가를 받는 것이 제일 정당하다는 논리적인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디 워>를 사랑하는 이들의 쾌감은 애초부터 미국 관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집단적인 성도착이라고 부를만도 하다.  


김대영

2007.09.20 16:08:43
*.138.147.134

가슴이 풍만한 미국여자를 동경하다가 결국은 실리콘과 사랑에 빠져버린 변태에 관한 슬픈 이야깁니다.

ssy

2007.09.20 17:03:37
*.109.162.221

ㅎㅎㅎ

오호

2007.09.20 17:10:59
*.235.112.167

흑인 소년 -> 미국 소년 ^^
잘 읽고 갑니다. 감사

이택광

2007.09.20 17:54:55
*.180.119.71

오, 한윤형 다운 글...ㅎ ㅎ

양녕대군

2007.09.20 19:15:02
*.230.44.91

윤형씨도 조심하세요. 오늘 오전 모 여고 앞에서 오뎅을 사먹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더군요. 오타쿠 같은 외모에 얼굴에는 흰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게 이 말 한마디를 남기더니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양녕님은 절.교. 입니다."

아마 이것이,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디빠를 까고 다닌 저의 마지막 리플인가 봅니다.

하뉴녕

2007.09.21 02:30:50
*.176.49.134

저 이미 그런 거 조심하는 거 포기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제 뒷담화가 들려오는 군요. 그럴 때면 전해준 사람에게 "덤비든가, 아니면 안 들리게 씹든가, 둘중에 하나만 택하라지."라고 반응합니다. -_-;;;

Cranberry

2007.09.20 19:30:20
*.128.205.116

와아, 정말 따끔한 글입니다.
오로지 기술에 대한 패티쉬만이 남아있을 뿐, 영화에 대한 이해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용가리의 후속작이 이렇게 세상에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경이롭지요.

하뉴녕

2007.09.21 02:26:46
*.176.49.134

님 블로그는 이글루스 회원이 아니면 덧글을 못 달더군요. <당백호 점추향>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다음 컷에선 그 붓으로 닭고기에 기름을 바르고 있고...ㅋㅋㅋ 마지막에 등장하면서 "옷 갈아입고 샤워도 하고 왔어!"라고 내뱉었던 그 영화 맞죠? 주성치는 확 유치해도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뭐 남들 앞에서 썰풀기 좋은 텍스트는 <희극지왕>, <쿵푸허슬> 등이 되겠지만... <식신>도 꽤 명작이긴 하되 또한 쌈마이스러움이 꽤 남아있지요. ㅋㅋ

아 그리고 제가 며칠 전에 서핑하다가 우연히 알고 경악한 사실인데 <쿵푸허슬>의 제작비는 한화로 약 300억 정도, 그러니까 <디 워>의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시 한번 주선생님이 존경스러워지는군요. ㅡ.,ㅡ;;

tango

2007.09.21 03:07:56
*.51.10.39

<당백호점추향>, 고건 못봤네요. 보고싶다~
개인적으로는 <희극지왕>에서 막문위의 얼굴 위로 주성치의 눈물콧물이 길게 늘어지는 주형의 열연씬을 그의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합니다만~ 주성치, 초기의 피터잭슨같은 이들이야말로 'B급영화' 대표브랜드지요. 어디서 <디워>가 감히 B급씩이나 넘보는지 원...

하뉴녕

2007.09.21 03:11:10
*.176.49.134

tango/ 으하하하, 아무래도 <희극지왕>은 주성치와 장백지가 "당신은 훌륭한 호스테스가 될 거에요." "고마워요. 당신은 훌륭한 엑스트라가 될 거에요." "고마워요."라고 대사를 주고받던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코미디 보면서 울뻔 했다니까요. 주성치가 장백지와 자고 난후 다음날 친구와 한 전화통화도 그런 간지에서 나오죠. 수식어의 감정과 피수식어의 현실이 충돌한달까. 으흐흐 또 보고 싶다. ;;;

Cranberry

2007.09.21 11:55:24
*.128.205.116

에고 죄송합니다. ^^
원래는 비로그인 댓글도 무한정 허용하고 있었는데, 그 '호러블보이' 번역 때문에 이상한 댓글이 좀 달리고 있어서 일시적으로 막아두었었거든요.
으흐흑, 주성치 너무너무 사랑해요. Orz

시만

2007.09.20 19:31:27
*.197.246.159

김대영 덧글에 한 표.

NT

2007.09.20 21:07:17
*.75.176.210

후후~ 윤형씨 글이 모 사이트 게시판에 퍼져서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게시판에서 봤을때 어~ 이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문체도 어디서 본거 같고... 싶어서 블로그를 찾아와 보니 제가 아는 아흐리만씨 블로그 맞군요. 얼굴 안 본지 5년이 넘은거 거 같은데 그 사이 저도 윤형씨도 군대를 갔다왔네요. 김대영씨 댓글도 반갑고. 머 어쨌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하뉴녕

2007.09.21 02:27:16
*.176.49.134

저와 대영이 형을 동시에 아는 님이 누구신지 이 아이디가 표상하는 이니셜은 무엇인지 한참 고민했으나 답이 안 나옵니다. -_-;; 힌트를 좀 주시와요. ;;

hyun

2007.09.20 22:24:28
*.99.83.104

법정 스님의 책도 언제나 초특급 베스트 앤 스테디 셀러가 된다는 사실도 불가사의하지 않습니까?

하뉴녕

2007.09.21 02:28:27
*.176.49.134

그분의 에세이는 <무소유>밖에 안 봐서...우리나라에선 에세이가 발달을 안 해서 그런지, 언제나 특정 직능군의 수필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스님과 정신과의사가 대표적인 예죠.

책임윤리

2007.09.22 03:23:36
*.72.222.161

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특히 이번 글은, 정신분석학이 잘 가미된 맛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글 모두에서 심형래 감독은 '산업'의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라는 부분이 있고, 그보다는 우리의 문화에 대한 관점을 잘 따져보는 것이 근본적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하며, 글 마지막까지 전개된 논의에 대해 충분히 수긍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연, 심형래씨가 '산업'에 대해 제대로된 관점을 가지고 있나? 아울러, '충무로'는 과연 심형래씨 이상으로 '산업'에 대해 제대로된 관점을 가지고 있나?하는 것입니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오히려 '산업'자체에 대한 논의가 깊게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먼저 심형래씨가 '산업,' '수출,' 운운하고 계신데, 과연 자본주의의 기본중의 기본인 '주주'들에 대한 책임윤리가 있는지 거론하고 싶습니다. 즉, 주주들이 댄 투자금을 검증가능한 수준에서 제대로 사용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영화산업도 '기술'들이 발달했기때문에 '흥행'이라는 성공을 위해 도입할만한 '공식'들이 있고, 또 자꾸 CG만 거론되는데 그것 말고 시나리오 작성에서 최종 편집까지 정말 '전문 분야'들이 존재하고 각 분야를 제대로 해낼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자'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산업'의 종사자라면, '공식'과, (CG만 자꾸 얘기하지 말고) 각각의 '전문 분야'와 '기술자'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심형래씨가 과연 그런 '공식'과 '기술자'를 존중하였는지 무척 의심스럽습니다. 투자금을 그런데 쓰지 않고 어찌보면 '임의로' 사용한 셈입니다.
더 나아가, (여기서부터는 '종업원'과 그 자본이 머물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적 관점과 갈라지지만) 그 '산업'의 종사자들을 위해 얼마나 제대로 된 임금체계라던가 복지라던가를 갖추었나 하는 측면입니다. 이 논의는 사실 '충무로'를 향하고 있습니다. 충무로도 '산업' 운운하기 전에, 얼마나 제대로 투자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얼마나 그 산업의 기반중의 하나인 '종업원'들을 제대로 대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노릇입니다. 미국적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성격이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고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뿐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정도까지에 이른 것 같지는 않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이런 바탕하에서, 경영이나 경제분야 전문가들이 좀 나서주셔서, 어차피 자본주의 및 각 산업 분야가 하루 아침에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을 바에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논의가 되었으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건강하고 협동적인 '자본'이 있는지는 아직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윤형님의 블로그야 인문학적인 곳이라 위에서 쓰신 본문 같은 분석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본문에 나오는 '산업'에 대해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블로그의 성격과 품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몇 자 댓글 달아보았습니다. 계속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뉴녕

2007.09.22 09:49:10
*.176.49.134

넵 저도 감사-. 충무로나 심형래나 민주노동당이나 인력을 착취하는 구조인 건 맞구요. 심형래의 경우 돈을 임의로 쓴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CG에 돈을 다 때려박았다는 게 정답이겠죠. 그 CG 만드려면 돈 그 정도 들고, 사실 더 들어야 되는데 인력의 노가다로 때우고, 나머지 촬영은 야부리로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영화를 약간 아는 몇 사람이 지적하더군요.

...그렇지만 주성치 <쿵푸허슬>도 제작비 300억으로 찍었다는 거...ㅡ.,ㅡ;;

tango

2007.09.22 23:38:28
*.106.65.224

<쿵후허슬> 정도의 CG분량과 세트규모면 돈 그정도 들 만 하다는거^^ 하지만 <디워>에 돈이 300억 정도 든다는 거엔 별로 동의가 안돼요. <디워>는 CG가 하이엔드 퀄리티가 아니고 실제로는 게임동영상 수준인데, 분량이 많아서 인력 노가다 비용이 꽤 들죠. CG라는 게 사실 무지막지한 시간*인력 싸움인데 분량이 엄청나니까요. 하지만, 한국식 인력 착취시스템을 고려하면, 사실 돈은 훨씬 적게 들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tango

2007.09.22 23:48:14
*.106.65.224

덧붙여서, 저는 방송에서 심형래가 LA 시가지 촬영시 에피소드를 무슨 무용담처럼 하는 걸 보고,'저 인간 또 어글리코리안 짓 하고 왔군' 싶었는데요, 이런 얘길 합디다.

사회자 : 아니 미국 영화에서도 LA시내 막고 촬영하는 거 힘들다던
데 그걸 어떻게 하셨쎄요?
(tango 註: 실제로 미국영화에서 그런 짓 잘 안하죠. LA
시내 한 복판을 상당 기간 막아야할 경우, 차라리 그 거리
를 세트로 만들고, 배경을 CG로 감쪽같이 처리합니다^^)

심형래 : 안되면 되게 하는 거지 안되는 게 어딨어. 첨에 로케숀마
니져가 안된다는 거야. 전례가 없대. 그래서 "전례? 없으
면 만드는 거지 무슨 전례"하믄서 당장 걜 잘랐지. 그러
구선 그 밑에 조수한테 "할 수 있겠냐?"그러니까 할 수
있대. 아주 의리두 없어요. 그러더니 그 조수가 떡허니 해
내드라구. 물론 나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한테 편지 한
통 썼구.

장난하냐? -.-

미국은 영화 유니온(노조)이 막강한 동네예요. 물론 당연히 돈 아끼기 위해서 비유니온 스탭을 썼겠지만(비유니온 스탭은 유인온 스탭에 비해 많으면 1/3정도의 개런티로도 쓸 수 있죠), 저런 식으로 뻘짓하면 담에 향후 십년은 한국영화 LA에서 못 찍을 지도 몰라요(과장 섞어서^^) 그리구, 그렇게 무슨 박정희나 정주영 처럼 일한 게 뭐 자랑이예요? ㅎㅎ

영화개혁

2007.09.23 11:13:53
*.83.95.207

강제규 감독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117&article_id=0000105523


강제규 감독, 美톱스타 캐스팅 중


할리우드에서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강제규(45) 감독이 미국 톱스타를 대상으로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강 감독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 이후 미국 메이저 에이전스 CAA와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해왔다. CAA는 스티븐 스필버그, 올리버 스톤, 톰 행크스 등 미국의 유명 감독과 배우가 소속된 에이전시다.

강 감독의 한 측근은 최근 “시나리오 작업은 이미 모두 끝났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제작에 거의 합의한 상태며 최근 할리우드 스타를 대상으로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로 대형 액션영화를 성공시킨 기획력과 연출능력을 현지에서 크게 인정받으며 새 작품을 준비해왔다. 새 영화는 대형 SF영화로 알려져 있고 캐스팅이 완료되면 본격 제작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시아 출신 감독들은 미국 진출 초기 대부분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대만출신 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제 78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을 받았고 오우삼 감독은 ‘미션임파서블2’를 성공시키는 등 할리우드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6&article_id=0000073261


봉준호 김지운 감독 할리우드 간다
스필버그, 스톤 소속 美 유명 에이전시 CAA와 전속계약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는 '주목할만한 프로듀서' 선정



충무로의 할리우드 진격에 청신호다.

 봉준호와 김지운 감독,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가 미국의 유명 에이전시인 CAA와 전속 계약을 했다.


 1975년에 설립된 CAA는 윌리엄 모리스와 함께 미국 에어전시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회사. 스티븐 스필버그, 올리버 스톤, 톰 행크스, 톰 크루즈, 줄리아 로버츠, 케이티 홈즈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감독과 배우가 소속됐다.


 CAA 측은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로 국내외 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과 '달콤한 인생'으로 칸 레드 카펫을 밟은 김지운 감독, '달콤한 인생' '스캔들-남녀상열지사'의 제작에 참여한 이 대표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때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개성강한 작품 세계로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온 이들에 대해 CAA는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CAA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이들은 현재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적극 검토 중.


 한편 충무로 최초로 CAA와 전속 계약을 하는 쾌거를 이룩한 이유진 대표는 최근 '주목할만한 열 명의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리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영화전문지인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이 리스트엔 이 대표 외에 토드 트라이나, 파블로 크루즈 등 유명 프로듀서들이 올라있다.


 목요일(6일) 이를 발표한 버라이어티는 이 대표를 별도 인터뷰, '충무로의 실력파 감독, 배우들과의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제작자'라고 소개했다. "황정민 임수정이 주연을 한 '행복'의 10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동훈, 박진표 등 유명 감독들과 공동 작업 중"이라는 언급과 함께 "한국 시장을 넘어선 다양한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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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에 이어 봉준호 김지운 감독도 가는군요.
본격적으로 충무로의 세계진출이 열리고 있네요.
그나저나 강제규감독의 할리우드 SF영화는 어느정도 호평을 받을지...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가 됩니다.

MW

2007.09.23 19:20:29
*.177.1.44

그러고보니 윤형님이 말씀하신 상처받은 환상을 위한 위무는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검은 집'의 그것과 비슷해요. (이를 지젝이 자기 책에서 지적했다고 하는데 그 책 자체는 읽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에 나오는 '검은 집'은 (THe Black House)에서 환상을 박탈당한 남자들이 그 환상을 깨뜨리는 자들을 린치하거나 그 린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마 C호의 꿈'에서도 그런 증상을 감지할 수가 있는데요. 요새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징후는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면이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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