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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조중동과 철학자 대통령

조회 수 1093 추천 수 0 2007.04.04 04:12:02
오랜만에 조중동 사이트를 돌아다녀보니,

조선일보는 한 사설에서 한미 FTA 결과 현대 자동차가 국내시장에서 외제차와 경쟁해야 하니까 피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자동차나 섬유에선 이득을 본다고 광고한 건 찬성론자들 아니었던가?) 이를 이기기 위해선 노조와 연을 끊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미 FTA로 우리는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테지만, 노조에게 발목잡히면 완전히 망할 거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다른 사설에서 FTA 찬성세력은 발전세력이며, 반대세력은 퇴보세력이니, 40년 후에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보자고 말한 걸 생각하면, 저 주장은 지극히 우습다. 40년 후에 대한민국이 빌빌 거리면 FTA가 아니라 노조 탓 하려고 하려는 거다. 정말 영악한 친구들이다. 벌써 알리바이부터 만들다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교육 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 못 한 것이 안타깝다며 추가 협상을 해서라도 개방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목만 보곤 '설마 미국 시장 열어달란 얘기겠지. 근데 그 시장 열어도 우리한테 무슨 이득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클릭해봤더니 국내시장 확 열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다.

이들의 장밋빛 전망을 보자하니, 마치 프랜시스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를 보는 것 같다. 흔히 베이컨이 이 소설에서 자신의 연구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는데, 직접 읽어본 나로서는 내가 이미 과학적 세계관에 찌든 사람이라서 그런지 무슨 연구모델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거기 나오는 거라곤, 저 뉴 아틀란티스라는 이상국에선, 국가가 과학기술을 장려하고 실험실습을 했더니 엄청난 산출물이 나와 온국민이 잘 먹고 잘 살더라는 얘기 뿐이다. 이런 건 흔히 '희망사항'이라고 하지 '연구모델'이라곤 안 하지 않나? 하여간 여기서 '과학기술'을 '자유무역'으로 바꾸면 딱 조중동이 된다. 자유무역이 쌍방에게 이득을 준다는 비교우위론은 하나의 이론이며, 그 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들을 현실에서 맞추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산업이 아예 망해버릴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도 않은 채 소비자는 물건을 싸게 사서 좋고, 열어버린 산업은 경쟁력이 강해져서 좋고, 뭐 이딴 소리만 하고 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건전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태도인 것인지...

프랜시스 베이컨이 과학기술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몰랐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21세기에 사는 조중동이 자기나라 국익을 따지는데 저토록 무지하다는 데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지금 찬양받는 철학자 대통령을 보라. 무진장 기쁠 것이다. 5년간의 지난한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으니까. 드디어 그는 의도한 대로 지지자들에게 욕먹는 대신 반대자들로부터 찬양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공정함을 위해 말하자면, 그동안 반대자들이 그에게 퍼부은 저주는 전혀 적절하지 못했다. 그건 대통령의 정책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대통령이라는 인물이 싫어서 퍼부은 저주였으니까.

이 찬양이 차라리 오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접든지, 조중동이 개헌 반대를 철회하든지, 둘 중에 하나는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별로 다르지도 않은 이들이 시끄럽게 싸우는 건 정말 보기도 싫고 생산성도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명계남씨, 한미 FTA가 가장 이슈가 되는 이 시국에, 대선정국에서 뭘 하시려고 <조선 바보 노무현>이란 책을 냈수? 혹시 그거, <조선=바보=노무현>이란 뜻 아뉴?

태공망

2007.04.04 06:22:49
*.109.202.16

자본가에게는 국적이 없죠. 따라서 국익은 없고 자본의 이익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저리도 좋아하는 것이겠죠. (애당초 '국익'도 이데올로기적 개념이긴 하지만요)

trotzky

2007.04.04 15:29:09
*.232.157.225

언론 분야(특히 신문 쪽)이 개방되어서 조중동이 망해 버리고 나면 그때가서 FTA 탓을 할까요, 어떨까요? 궁금해지네요.
사실 NAFTA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었는데(요즘은 중1 아이들을 안 가르쳐서 할 시간이 없음) 정작 접해지는 소식을 보면 참 답답할 따름이에요.

하뉴녕

2007.04.04 17:01:16
*.176.49.134

개방되어도 조중동은 안 망하거든요. 그래서 그러는 거죠. 친절하게 한국어를 써주면서 한국사회의 실정에 맞는 저널을 보여줄 정론지가 수입된다면야 저는 언론개방 찬성할랍니다. 그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trotzky

2007.04.04 19:17:14
*.232.157.225

경우마다 다르겠죠. 그래도 그넘의 말도 안 되는 뉘앙스를 풍기고 마는 조중동을 식당이나 어디에서 접할 때마다 욱 하는 기분이 올라오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요.
어제 마르크 블로크의 [이상한 패배]라는 책의 뒷부분에 자유로운 국제교역에 대한 부분의 글이 있더군요. 우석훈 님의 책에서 느꼈던 감상이 60여 년 전에 사망한 역사학자 출신 레지스탕스의 유고에서 같은 것을 느낄 줄은 몰랐어요.

김규섭

2007.04.06 10:49:24
*.241.78.242

지금껏 참여정부 조중동한테 칭찬받을 일 쭈욱 해오지 않았나? 왜 새삼스레 FTA 때에 찬사가 쏟아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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