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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펌/한겨레] 노회찬 대 홍정욱 / 조국

조회 수 827 추천 수 0 2008.03.21 11:04:09
 
선거는 ‘변형된 전쟁’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온나라는 각 정당이 자신의 이념과 정책 깃발을 휘날리며 맞붙어 싸우는 전쟁터로 변한다. 지역구 단위에서 후보들은 ‘헌법기관’이 되는 영예와 이익, 그리고 더 큰 정치적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얻을 수 있기에 온종일 구두 뒤축이 닳도록 지역구를 뛰어 다니고 손이 퉁퉁 붓도록 악수하는 수고를 기꺼이 견디며 ‘백병전’에 돌입한다.


이 ‘전쟁’이야말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게다가 이 ‘전쟁’은 성인용 오락 기능도 하고 있다. 경쟁하는 후보를 비교하고 품평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노원 병의 전장은 흥미를 끈다. 출전한 두 ‘전사’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곳의 대결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과 그에 맞서는 대항운동을 각각 인격적으로 표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유신 반대 운동을 벌였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용접공 생활을 하며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이어 그는 진보정당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하며 진보 진영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분투했고, 성장과 경쟁 중심의 이명박 정부 정책에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명만 평등하다”라는 촌철살인의 명언, “부자 증세, 서민 만세!”라는 간명한 정책구호에서 그의 견해가 잘 요약된다.


반면 홍정욱 전 헤럴드 미디어 대표는 중3 때 미국 명문 사립고로 조기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귀국해 30대에 경제신문의 대표가 된 ‘대한민국 1%’에 드는 엘리트다. 200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영 글로벌리더’로 선정하는 등 국제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고,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조카사위인데서 알 수 있듯이 집안 배경도 화려하다. 어린 시절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은 그는 ‘공인’으로의 변신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그 정책기조에 동의하며 정계에 투신했다.


이러한 경력 외에 두 사람은 외모에서도 대조적이다. 노회찬은 수더분한 외양에 넉넉한 웃음과 두꺼운 손을 가진 옆집 아저씨, 자기 일은 뚝심 있게 확실히 하면서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은 꼭 챙겨줄 것 같은 큰형님 같은 인상이다. 반면 홍정욱은 배우 남궁원씨의 아들답게 잘생긴 외모에다 높은 학력과 재력까지 갖춘 동화 속 왕자 이미지, 냉정한 경영판단과 외교관 같은 세련미를 갖춘 예비 재벌 느낌을 준다.


자, 이제 노원 병의 유권자는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 이에 대하여 즉답을 한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다. 다만 노회찬과 홍정욱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향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느냐는 선택과 직결돼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현시기, 유권자는 자신 또는 자기 자식이 홍정욱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자신만의 노력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재벌이 되고 왕자가 되는 꿈은 달콤하다. 반대로 유권자는 ‘정글자본주의’보다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희구하며 노회찬의 도움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대표인 ‘진보신당’이라는 신생 정당의 정강·정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말이다. 이상의 점에서 노원 병의 선거 결과는 향후 우리 삶의 방식과 질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고하는 징표다. 두 사람의 공정하지만 치열한 ‘한판 싸움’을 고대한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기사등록 : 2008-03-20

kritiker

2008.03.22 00:58:42
*.39.252.30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건물 한쪽 벽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홍정욱의 사진을 봤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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