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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글쓰기와 권위

조회 수 4267 추천 수 0 2010.01.10 19:48:13


사람들은 정말로 어려운 글을 싫어하고 쉬운 글을 좋아하는가? 내 경험에 한정지어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어려운 글이 자신을 편들어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난하는 글쓰기의 어려움도 내용의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누구 편을 드는지를 파악하기 힘든 어려움’이 아니었던가 한다. 가령 ‘이 글은 노무현을 찬양하기 위한 글입니다.’라고 천명하고 시작한다면 어떤 어려운 철학자나 정치학자의 말이 나와도 이해(?)받기는 어렵지 않다. 정치학자들이 쓸모없는 것들로 격하되는 경우는 그들이 민주주의에 관한 이론을 끌어들여 참여정부를 비판했을 때 뿐이다.



지식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세상은 단순하고, 복잡한 건 지식인들의 말밖에 없고, 알아야 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네르바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자그니는 소넷 등과의 논쟁에서 미네르바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아주 적확한 어휘를 만들어냈다. ‘우리편 전문가’라는 단어 말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우리편임이 확실하며, 뭔가 내가 모르는 맥락으로 상대편의 기를 죽이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편 전문가’에 대한 열광이 ‘딸딸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려면, 적어도 전문가는 존재해야 한다. 즉 대중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무의미한 소리가 아니라 맥락이 존재하며,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며, 세상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야 한다. 근데 만일 전문가의 지식이 그런 것이라면 그가 내리는 결론이 한 정파의 입장과 온전히 포개질 수는 없을 거다. 만일 어떤 전문가가 ‘우리편 전문가’가 되어 우리편의 입장만을 대변한다 생각해보라. 그의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믿기는 좀 미심쩍지 않을까? 사실 그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으며, 자신이 내뱉는 말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세우고 치장하고 권위의 도구만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념어들을 내뱉는 것이 아닐까?



즉 사람들이 사랑하는 ‘우리편 전문가’는 실은 사람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바로 그 ‘지식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경멸하는 것은 그 자신의 모습일 뿐, 실제의 지식인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인식체계에는 지식인들이 뭐하는 종자인지에 대한 고려 자체가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은 철저하게 무력하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그 무력함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우리편 전문가’를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자신을 내세우고 치장하고 권위의 도구만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념어들을 내뱉는” 타락한 지식인으로 규탄받는다.



asianote

2010.01.10 19:52:11
*.170.212.186

결국은 전문가에게 의지해야 됨에도 전문가는 불신되는 현실이 씁쓸하군요. 윤형 님의 글을 보면서 우리편 전문가라는 존재를 오히려 경계해야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김원철

2010.01.10 21:17:47
*.176.44.172

논지에는 공감하는데, 미네르바에 대한 생각이 사건 당시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해서 궁금하네요. 미네르바가 쓴 글을 열심히 읽어본 사람들은 보통 사건 본질을 권력형 비리 폭로 사건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나요? '정권 사모 펀드'라는 말은 들어봤나요?

하뉴녕

2010.01.10 21:25:38
*.49.65.16

저는 미네르바 글을 열심히 안 읽었어요. 그런데 미네르바가 뭘 폭로했던가요? 이를테면 나라가 망할 것임을 '폭로'했다는 건 폭로가 아니라 예측의 문제일 테고, 그걸 폭로로 받아들인 시각 자체가 판타지적인 것이었겠죠. 그런 걸 말고 정말 무슨 비리를 폭로한 것이 있었던가요?

김원철

2010.01.10 21:54:09
*.176.44.172

음…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나 보네요. 이명박 정권이 인수위 시절부터 추진하던 비리 프로젝트를 폭로한 일이 핵심이라는 주장인데요,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진보신당 경제토론 모임 회원도 그 일에 관여되었다고 해서 사실은 뭔가 좀 아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니 그냥 모르고 계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요런 떡밥만: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25263

저는 검찰 발표를 지식인들마저도 너무 곧이곧대로 믿는 것을 보고 저는 좀 놀랐어요…

하뉴녕

2010.01.10 22:13:34
*.49.65.16

흠 미네르바를 옹호하거나 비판한 사람들이 그 문제를 얘기를 하는 경우를 못 봐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열광의 본질이 거기에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박노자 님 글은 일반론인데 혹시 링크가 잘못된 것인지...;;

부엉이

2010.01.10 21:55:39
*.209.65.142

어떤 지식인이 어느편 에도 서지않고 온전히 독립된 스탠스로 어떤편을 비판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까..알게 모르게 그 지식인은 이미 어떤편에 어느 정도는 개입된 상태에서 다른편을 비판하고 있을텐데..그가 온전히 독립된 어떤 이론에 근거해서 다른편을 비판 한다 생각 할지라도 그 이론은 알게 모르게 이미 어떤편을 지지 하고 있는 이론 일터.

하뉴녕

2010.01.10 22:15:40
*.49.65.16

말씀하신 부분은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일종의 '하나마나한 소리'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독립적인 지식인의 존재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전적으로 한 진영에 소속된 '우리편 전문가'가 더 훌륭하다는 견해가 성립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독립적인 지식인이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하다가, '우리편 전문가'는 독립성이 없다고 칭찬(?)하는 건 모순입니다.

귀환했다

2010.01.11 00:58:49
*.138.192.87

생각을 한 번 여쭙고 싶네요.지금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 지식인들이 '우리편 전문가'이기를 원한다고 보시는지요?

하뉴녕

2010.01.11 22:04:08
*.49.65.16

지식인들 머리 속에는 '우리편 전문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듯. 그리고 그런 게 있어도 곤란하겠지요.

Argento

2010.01.11 02:59:30
*.34.173.251

솔직히 어떤 지식에 대한 평가 자체도, 다수(혹은 목소리가 큰 이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음..

2010.01.11 03:22:18
*.162.232.45

맞는 말이네요... 나부터가 우선 그런 경향이 심한 듯.... 겉으로 들어내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러한 듯...ㅜㅜ

부엉이

2010.01.11 11:16:25
*.232.229.240

우리편 전문가가 더 훌륭하다 라고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대중에게 분명 문제는 있으나 이미 지식인들 자체가 진영논리,당파성에 흠뻑 젖어 있으면서 그 열광을 보내는 대중들 만 지식인을 편식하고 인정치 않는다고 비핀한다면 좀 억울하다는 거죠. 윤형님 글에도 언급됐던 김광수의 발언과 진중권의 발언을 동일한 잣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따라서 대중의 문제는 어차피 지식인의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기에 심지어는 지식인들이 대중의 반응을 빈번히 이용하기도 하기에, 어떻게 지식인의 말이 광야에서 목놓아 울부짖는 참소리로 인정될 수 있을까..이 고민은 지식인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하뉴녕

2010.01.11 22:09:13
*.49.65.16

'진영논리'와 '당파성'과 '우리편 전문가'를 모두 구별해 봐야 합니다. 진영논리는 정말로 문제입니다. 진영논리가 없는 주장은 뭐냐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가령 담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패거리의 논리에 해결되고 담론은 그에 교묘하게 봉사하고 있다면 문제가 크겠지요. 그에 비하면 당파성은 지식인이 응당 가져야 할 생각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지식인이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지식인을 경원하는 대중의 로망이 '우리편 전문가'로 가 있을 때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중은 우리편 전문가를 갈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로 풀어보면, 그들이 싫어하는, 그리고 싫어해야 마땅하는 진영논리의 화신에 불구하거든요. 그러므로 우리편 전문가의 잣대로 지식인을 비판해서는 지식인들을 활용할 방도가 안 생긴다는 것이 제 말의 요지였습니다. 오히려 대중이 지식인을 아무리 싫어해도 지식인은 개선되지 않고 사이비들이 활보하게 되는 거죠.

귀환했다

2010.01.11 23:32:04
*.138.192.87

부엉이,한윤형님//당파성이란것이 차이성과 동질성을 동시에 인정한다는 점에 진영논리와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한윤형님과 같이 하고 싶지만,한윤형님의 두번째단락이 옳다하더라도 적어도 이런 판이 만들어진 것에 지식인들이 대중의 반응을 이용한 점이 분명한 이상 부엉이님의 의견도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즉,지식인들과 대중들,모두 서로 아쉬울때만 이용해먹는 방식이 깨지지 않으면 이 바닥은 계속 그렇게 간다고 봐야겠죠.한윤형님은 타겟을 대중들쪽으로 잡았다고 보고 부엉이님은 지식인들쪽으로 타겟을 잡았다고 보는데 제 말이 맞는지요?

하뉴녕

2010.01.11 23:36:31
*.49.65.16

귀환했다//

예. 그것은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지식인 일반을 옹호한다거나, 그들이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대중을 이용한다기보다는 대중을 안 만나려고 한다고 보구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 무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대중과 만나게 된 지식인들이 균형을 잡는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일단 매체 자체가 진영논리에 따라 지식인을 호출합니다. 지식인-언론-담론 소비자 모두 정신을 챙겨야 하는 문제인데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지식인과 언론이 모두 기득권이라면 당연히 변화의 키포인트는 담론 소비자의 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원철

2010.01.11 12:24:15
*.176.44.172

저는 '열광의 본질'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얘기한 겁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을 쓴 일은 (에코를 '학자'로 규정한다면)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마피아를 대놓고 비판해도 안 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자 하니 에코 스스로 마피아 비판하려고 10년쯤 투자해서 소설 썼다고 말했다더군요. 미네르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열광의 본질'은 (에코와는 달리) 심각하게 우려할 만하고, 한윤형씨가 옛날에 썼던 글부터 해서 저 또한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떨까요? 노회찬·김용철 두 분만 하더라도 각각 국회의원과 변호사였는데도 참 오랫동안 고생하셨죠. 그런 권력이 없는 사람은 그냥 닥치고 입 다물고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반칙'이라도 해서 폭로해야 할까요? (마찬가지로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국회의원이 그 일에 남몰래 관여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 말 들어보면 미네르바가 얻었던 정보 가운데 적어도 국회의원 보좌관 정도는 되어야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고도 하고요.)

박노자님 글은 링크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세한 얘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을 듯해서 일반론만 말씀드렸어요. 증거를 쥔 사람들이 나름대로 작전을 짜 가면서 작은 것부터 조금씩 내놓는 듯하니 아직은 기다려야 할 듯해요. 저도 '구경꾼'일 뿐이라 함부로 얘기하긴 어렵네요.

변호를 좀 해본다면..

2010.01.11 17:23:12
*.214.162.76

카더라 통신으로 '사건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닐는지요. 저 또한 별 증거없이 직관적으로 말해본다면, 미네르바 같은 백수가 국회의원 보좌관 정도나 되야 알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풍문이야말로 최근의 어떤 음모론적 유행처럼 보입니다. 한윤형씨 같은 분은 증거도 없는 '사건의 본질'보다 '열광의 본질'을 분석하는 게 본분에 더 맞고(저는 한윤형씨의 미덕이 말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말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로서는 그게 미네르바에 대한 가장 유의미하면서도 유효한 분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원철

2010.01.11 18:58:00
*.176.44.172

[변호를 좀 해본다면..]님께.

제가 소개한 '카더라 통신'은 그야말로 '카더라'일 뿐이지만, 미네르바가 폭로한 정보가 "보좌관 정도나 되야 알법한 정보"인지 아닌지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미네르바 아이디 및 아이피로 올라온 글 모두 백업되어 있고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정보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1차 소스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마당에 '풍문'이라 하시면 안 되지요. 함부로 단정 짓지 마시고 어떤 게 논리적인 태도인지 생각 좀 해보시죠. 한윤형씨는 적어도 자신이 모르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시니 말이라도 해보는데 이런 식으로 꼬투리나 잡는 사람이 있으니 아예 자세한 얘기는 안 하려는 겁니다.

하뉴녕

2010.01.11 22:56:41
*.49.65.16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아무래도 1) 사람들이 그에 열광했다.와 2) 검찰이 그를 심각하게 여겨 잡아가두었다. 둘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열광한 글에서도, 검찰이 그를 잡아넣은 논점에서도, 김원철 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무래도 그 부분은 부수적인 부분이지 않았느냐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미네르바가 뭔가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사실 검찰이 그를 두려워하여 심각하게 다룬 상황과도 연결되어 있을 테지만 (이전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실제로 그의 정보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입수할 수 있느냐는 것은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미네르바 체포 이전에는 엄청난 고급 정보라고 하더니 체포 이후에는 짜집지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고 하더군요. (비단 조중동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어떤 기사에서, 미네르바가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이었다면 모든 것이 설명되지만, 당시엔 보고서 열람료가 비쌌기 때문에 박대성씨가 회원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P.S 그리고 링크하신 박노자 님 글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평균적인 비평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음모론이나 카더라 수준의 얘기가 아니죠.

변호를 좀 해본다면..

2010.01.12 19:22:50
*.214.162.76

김원철님께.

이상하게 흥분하시네요. 미네르바의 정보가 보좌관 정도나 되야 알법한 고급정보인지 아닌지는 물론 검증 가능하겠습니다만, 저는 단지 그것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님 또한 그 정보를 '풍문'의 형태로만 언급하고 있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문제는 누구라도 1차 소스를 볼 수 있고 정보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마당에 여전히 그것을 풍문이나 전설의 형태로밖에 전하지 못하는 사태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단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기반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 따름이며, 그 직관의 근거는 1.자취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급정보가 아니다. 2.박대성씨의 신상을 감안해볼 때 다른 루트를 통해 고급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낮다. 3.공신력 있는 어떤 기관이나 매체에서도 그 '폭로'라는 것을 다루지 않았다, 정도입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저는 주로 2차 자료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사건의 경중을 가늠하는데, 여기서 필요한 건 논리적 태도가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님이 말하는 폭로가 본질이 될 수 있는 건 실제로 그 폭로가 증명되고 사회적으로 비중있게 다루어진 이후의 일입니다. 김용철 변호사를 언급하셨는데, 제가 눈여겨보는 폭로는 그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개적으로 출처와 경위가 확실한 물증을 제시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두고보자는 말 외에 제가 또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김원철

2010.01.12 20:20:50
*.176.44.172

[변호를 좀 해본다면..]님께.

예예, 어련하시겠습니까. 논지를 무시하고 트집이나 잡기에 까칠한 소리 했더니 '흥분' 어쩌고 하시니 참. 제가 한윤형씨한테 하는 말과 변…님께 하는 말이 왜 다른지 생각 좀 해보시면 좋겠지만, 아마도 안 하시겠죠. 그냥 그렇게 사시기를. 저도 이렇게 살렵니다.

fjkd

2010.01.12 07:03:23
*.12.33.64

노무현 지지자를 예로 든 이유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경향이 많아서라든지 최근에 그런 일이 있어서라든지.

하뉴녕

2010.01.12 21:41:14
*.49.65.16

일반적인 욕망이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제 정치평론의 특성상 노무현 지지자들과 그런 문제로 부딪힐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겐 전문가들은 거의 다 '우리편 전문가'이기 때문에 따로 욕망할 이유가 없는...ㅡ.,ㅜ

부엉이

2010.01.12 10:01:03
*.138.235.78

한국사회 (일단 딴 나라 사정은 잘 모르므로)의 퇴락하는 지식인들에 대한 쓸쓸함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어째든 변화의 키포인트가 대중이냐 지식인이냐 이거 참 난감 합니다. 실제론 난감하다기 보단 과연 변화가 가능하긴 할까란 회의론이 더 앞서기도 하고요. 현실에서 때때로 진영논리와 당파성의 경계 혹은 구별이 중첩되고 모호해지기도 하면서 오히려 당파성을 약화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해봅니다. 예가 적절한진 모르나 4대강 반대 선봉에 선 이상돈교수의 역할은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뭐 이런 문제 등등..아무튼 건필하시고요..

하뉴녕

2010.01.12 21:43:17
*.49.65.16

예. 뭐 '진영논리'와 '당파성'을 그런 식으로 구별한 건 세밀한 용법이 아니라 그냥 이 사안에서만 임의적으로 그렇게 구별한 것에 불과하구요. 그래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주셔서 기쁩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필요할지에 대해선, 정말 난감하긴 하죠 --;;

김원철

2010.01.12 11:36:51
*.176.44.172

한윤형씨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이 글 논점은 미네르바가 아니니 여기까지 하지요. 다만, 한 가지만 여쭐게요. 제가 몰라서 그런데, 김광수 경제연구소 유료회원이면 국회의원 보좌관 정도는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매우 안심이 되는데요.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권력형 비리를 캐낼 수 있을 테니까요.

하뉴녕

2010.01.12 22:00:42
*.49.65.16

그때 문제가 된 건 '예측'이었고 '권력형 비리' 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거론하면 또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것 같은데요. 미네르바가 정권에 밉보인 것과 별개로 검찰에 구속당했던 결정적인 계기는 '허위사실 유포'였는데요. 본인은 상황을 봐서 이러저러할 거라고 '예측'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러저러한 정부공문이 발송되었다, 는 형식으로 주장했기 때문에 검찰은 그걸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았던 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 '죄'가 되는지는 법리적인 영역이 되겠으나, 여하간 '예측'을 '폭로'로 조금씩 더 가져갈 수록 책임져야 할 부분이 훨씬 더 커지죠. 근데 전후맥락을 볼 때 미네르바가 김용철 변호사처럼 무언가를 실제로 들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귀족들이 부정하단 얘기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봐도 나오지만, 대충 상류사회 속성에 비추어 때려맞춘 거지 코난 도일이 무언가 근거를 가지고 폭로를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홍선생

2010.01.12 14:39:36
*.85.252.98

사람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어떤 '경향'에 대해 속시원히 써주셨네요. 오히려 한 4,5년전쯤 혹은 촛불집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때 써주셨으면 사람들을 좀 더 도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원론적인 이야기조차 통하지 않아 이런 세밀한 논의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터라...(뭔가 슬프다;)

하뉴녕

2010.01.12 22:09:07
*.49.65.16

추상적인 얘기를 그나마 심리적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지요, 사람들은. 그때는 또 그때 나름대로의 얘기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이를 좀 더 먹기도 했구요.) 희망은 별로 없지만 다음 국면을 준비해 나가야죠...

김원철

2010.01.13 11:18:32
*.176.44.172

'이런 주장도 있다' 수준에서 의견 전달은 되었다고 생각했더니 아니네요. 제가 말씀드린 '권력형 비리 폭로 사건'은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정권 사모 펀드'가 무슨 뜻인지부터 주변 경제 전문가한테 물어보세요.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가 반역 혐의를 두어야 할 엄청난 사건입니다.

하뉴녕

2010.01.13 12:28:06
*.49.65.16

잠깐 검색을 해보았는데 링크하신 박노자의 글처럼 1)사건이 지나간 이후 주어진 결과의 의도를 추정하여 비판하는 것과 2) 정황을 보고 추측하여 의도를 제기하는 것은 모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미네르바의 글은 아마도 2)에 해당할 문제를 3) 진상을 알게 된 자신이 '폭로'한 문제로 기술했던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걸 '폭로'가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구요. 그 부분은 예전에 제가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얘기했던 논지와 벗어나기는커녕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상위 1%, 혹은 0.1%에 해당하는, 국가 정책과 시장의 자금흐름의 동향에 기민한 (그러니까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어떤 사람은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시나리오를 폭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미네르바다."라는 것이죠.

사실 말씀하신 부분은 미네르바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작문에 해당하거든요. (그게 법적 처벌의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더라도) 아마 그 주장은 자연스럽게 박대성씨가 미네르바일 리가 없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사태를 바라보려는 시각이 비본질적이라고 말한 겁니다.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내부고발자가 실제로 나왔던 것은 아니니까요. 설령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미네르바의 작업의 본질이 폭로였다는 주장은 별개의 것입니다.

김원철

2010.01.13 13:05:47
*.176.44.172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반칙'은 어쨌거나 '반칙'이니 민주주의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되더라도 내부고발자나 그에 맞먹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냥 당하고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역사를 보고 배우는 사람이라도 있을 테니까요.

하뉴녕

2010.01.13 13:45:15
*.49.65.16

이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말한다면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들에 대해 눈에 뻔히 보이는 비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무력하니...ㅠㅠ 그렇게 은폐된 것들을 찾아내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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