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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그들이 개혁당을 잊지 못한 이유는

조회 수 952 추천 수 0 2007.04.16 23:13:11
원래 내가 넘긴 제목은 "묻혀버린 개혁당 돌이켜보는 계기 될 수 있길"이었다.
PD저널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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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개혁당을 잊지 못한 이유는

[기고] KBS 스폐셜 ‘참여정치의 추억’ 제작기


내가 ‘화자’로 출연한 3월 18일 KBS 스페셜에서 방송된 <참여정치의 추억>은 지금은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개혁당의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다큐멘터리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만난 과거 개혁당 참여자들 중에서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그저 개혁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시대의 참여자들이 기다려야 할 추상적인 ‘역사적 평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후세를 위해 자신들의 행적을 충실히 기록해야만 한다. 개인은 자신의 기억을 돌이켜보는 것만으로 성찰을 할 수 있지만, 사회는 윗세대의 기록이 없이는 성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기록은 그 자체가 역사적 평가가 될 수도 있고, 후세의 역사적 평가를 위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개혁당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기록이 더욱 절실하다.


열린우리당 당원들은 개혁당을 열린우리당의 ‘전신’으로만 바라본다. 가령 고구려 사람들에게 “졸본부여는 고구려와 구별된다.”고 말하면 이해할 수가 없을 게다. “백년 가는 정당” 만든다 해놓고 일년만에 당을 해체했다는 개혁당 사수파들의 비판도 그들에겐 먹히지 않는다. 그들에겐 ‘개혁당=열린우리당’이므로, 열린우리당이 99년 동안 존속하면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당 시절 만들어낸 백년정당, 고래를 삼킨 새우, 생활정치 등의 레토릭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개혁당의 정신은 열린우리당 안에 존속하는 것이다. 한편 사수파들은 개혁당 해산의 절차적 오류를 지적하고, 열린우리당으로 간 이들이 굳이 개혁당을 해산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두 평행선 사이에 좀더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참여정치의 추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큐멘터리는 과거 개혁당 참여자들의 기억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소회를 드러내는데 주목한다.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다 보니 시각이 선명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그들 모두의 기억을 공평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록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소회를 떠올리는 것을 넘어서는 철저한 기록과 그에 기반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내가 실험용 쥐새끼였나.”라고 외친 한 참정연 회원의 말이 진실하다면, 우리는 열린우리당이라는 정당의 당원들이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말하자면 참여정치의 지지자들이 ‘실험용 쥐새끼’ 취급을 당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원래부터 그런 처지였는지, 아니면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등을 물어보고 평가해야 한다. 다큐멘터리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정대화 교수는 인터뷰에서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너무 쉽게 건너간 것이 오류라고 판정했고 안병진 교수는 원래 개혁당의 구성원들이 그런 식의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준만이나 고종석과 같은, 참여정부를 지지했다가 지지를 철회한 정치평론가들의 경우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민주당 분당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미들의 정치참여를 좀 더 평가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개혁당 두 개의 정당을 깨뜨리면서 출발한 정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참여자들이 기록을 남겨서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들이 이런 식의 평가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평가 속에서 우리는 참여정부의 공과와 향후 시민들의 정치참여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평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기록물을 만드는데 내가 관여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한다.



kritiker

2007.04.17 00:04:35
*.238.97.222

밥은 먹고 다니지? 히히.

하뉴녕

2007.04.17 00:19:12
*.176.49.134

늘상 하듯이 가끔은 먹고 가끔은 안 먹고....넌 어때?

수하이

2007.04.17 09:17:13
*.119.234.57

과거 개혁당을 생각하면 68(많이 과장해서..)을 생각나게 합니다.탈권위주의라든지,진지함에 억눌리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집단의 마치 혁명같은 분위기등등, 개혁당이 생길 당시에는 별 의미를 두진 않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잘되길 바랬었는데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정리되는 바람에 많이 안타까웠읍니다.

punkey32

2007.09.02 16:02:55
*.171.216.92

개혁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간 사람들도 취재했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이 드네요. 저를 포함한 몇몇은 민주노동당으로 가서 열정적 활동을 하고 있죠. 전 그저 맘속으로만 그렇지만....
처음 제가 민주노동당 당원 된 후 개혁당 출신이라고 하자..
"아! 베낭매고 두건두르고 잘 놀던 그 자유주의자들!"
부끄럽기도 하고, 욱 하기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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