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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유시민, 강준만, 고종석의 진실게임.

조회 수 2222 추천 수 0 2003.06.21 13:14:00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의 논란을 정리한 글입니다. 진보누리 세라핌씨의 잘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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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와 한나라당 지지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성향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는 좀더 "개혁"에 가깝고 한나라당 지지자는 좀더 "보수"에 가깝다. 지역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는 호남 출신이 많고 한나라당 지지자는 영남 출신이 많다.


첫번째 차이는 정당 정치 문화를 위해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차이는 극복해야할 부정적인 유산이다. 왜냐하면, 1. 어떤 정당이 한 지역 전체를 대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지역 안에도 계층 갈등이 존재한다.) 2. 한국 사회에서 한 정당이 어떤 지역을 대변한다는 주장은, 개발주의 패러다임에 근거해 있는데, 이 역시 극복해야할 과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주장을 선의로 해석하면, 두번째 차이를 없애고 첫번째 차이를 강화하자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신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이 오로지 민주당 후보여서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버려두고, 그가 민주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과 노무현은 좋은데 민주당이어서 안 찍어준 사람들을 아우르는 정당”이다.


이를 위해 유시민은 "정당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보자. "저는 당원모집부터 철저하게 국민운동 방식으로 하고, 지구당도 상향식으로 구성하며, 주요 당직도 각급 당조직의 당원들이 선출하는 참여형 정당을 원합니다."


이 역시 올바른 타격지점이다. 지역주의가 하나의 현상이요 결과라면, 정당의 비민주성은 하나의 구조요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당 민주화가 올바른 정당정치 문화를 가져온다는 유시민의 인식은 올바르다.


그런데 강준만과 고종석은 유시민을 비판한다. 유시민의 대의에 공감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의 행태 때문이다. 강준만은 너무 글이 기니 고종석의 말을 들어보자.


"놀랍게도, 신당 만들기의 최전위에 서 있는 이 두 ‘개혁적’ 정치인의 실천 노선은 한나라당이 일관되게 실천해온 선거 전략, 곧 호남 표를 일부러 얻지 않음으로써 영남 표를 얻어왔던 전략을 원리의 수준에서 따르고 있다.

(중략)

특검법 공포로 영남 유권자들과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반김대중 정서에 첫 ‘코드’를 맞춘 이래 현기증 나는 돌출 행보로 국내외 보수 세력과 거듭 ‘코드’를 맞추고 있는 대통령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테니, 이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영남 유권자들의 지지로 전국정당의 꿈을 이룰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원내1당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 지금은 비아냥거리기에 바쁜 수구 언론도 낯빛을 바꾸어 진지하게 정부와 신당을 지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종석, <추미애가 옳다>, 한국일보)"

무슨 소리일까? 한마디로 유시민의 행동이 "영남 보수파"의 표를 먹기 위한 행동이라는 거다. 이러한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유시민의 원칙이 올바르다면, 그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영남의 개혁 성향 유권자"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세라핌은 특검법 문제에 있어선 고종석과 의견이 다르지만) 뚜렷한 "수구 회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시민은 정부 각료는 아니지만 이러한 행태에 대해 비판은 커녕 꾸준한 정당화 논리를 제공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유시민은 "원칙"과 "행동"이 차이가 나는데, 본인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준만이 "유시민의 원칙엔 동의하고, 속내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탁견이다. 유시민이 말하는 것은 정당정치인데, 행동하는 것은 "힘의 논리"다. 노무현 정부가 영남 보수표를 먹을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우리, 개혁을 하려 합니다. 그런데 힘이 없습니다. 더 큰 힘을 주십시오." 세라핌은 이런 기획에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미 가질 만큼 큰 힘을 가졌다. 그 힘을 활용해 "개혁"이란게 도대체 무엇인지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강준만과 고종석은 정당한가?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유시민을 비판하지만, 절반의 진실을 가지는데 만족하고 있다. 자신들의 위치를 숨기려 함이다.


강준만은 "저는 당원모집부터 철저하게 국민운동 방식으로 하고, 지구당도 상향식으로 구성하며, 주요 당직도 각급 당조직의 당원들이 선출하는 참여형 정당을 원합니다."라는 유시민의 원칙에 동의한다고 주장한다. 고종석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시스템 개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역 구도를 허물어야 한다는 추의원의 견해에 이들 ‘개혁파’ 의원들이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라고 말한다.


세라핌 역시 그들의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올바른 말은 실천이 따르지 않을 경우 립서비스에 머무를 수 있다. 혹은, 그들이 옹호하는 정치집단의 실천적 보수성을 방어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기능할 수 있다.


정당 민주화는 구주류뿐만 아니라 신주류에게도 껄끄러운 급진적인 과제다. 집안싸움, 권력다툼 하는 정치인들이 스스로 행하지는 않을 과제란 뜻이다. 그렇다면, "지식인" 강준만과 고종석이 "정치인" 유시민의 "방식"을 비판했다면, 스스로 "올바른 방식"을 제시하고, 이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을 비판해야 한다. 그 정도는 되야 책임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고종석은 차치하더라도 강준만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개혁당원이 아닌가? 지금 정당의 민주화가 시행되는 몇 안되는 정당 중 하나인 개혁당은 신당 논의에 있어 전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신당이 건설되느냐에 따라 흡수합병될 처지란 말이다. 개혁당의 "정당 민주화"라는 정치실험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강준만은 이것을 우려하는 글을 한번이라도 쓴 적 있는가? 이것은 구주류와 신주류의 권력 다툼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강준만은 유시민을 비판하기 위해,

"원칙에 따르지 않겠다는 민주당 의원들만 빠지면 되는 것이지, 구주류에 대한 모욕과 자극을 통해 그들을 애써 분리시킴으로써 영남 민심에 영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변화를 확실히 이뤄내는 것만 해도 엄청난 개혁이요 진보다."

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인적청산 하지 말고 시스템 개혁 하자는 말이다. 물론 세라핌 역시 "위와 같은 변화를 확실히 이뤄내는 것만 해도 엄청난 개혁이요 진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데 민주당 안에서 그러한 원칙이 당장 실현되는데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아마 2할도 채 되지 않을 게다.


그렇다면 강준만은 정당 민주화에 대한 실현의지가 없는 8할의 민주당 의원을 떼내고 정치를 하자고 주장할 참인가? 설마하니 강준만이 그런 과격한 주장을 할리는 없을 게다. 아마 또 시간타령, 여건타령 하면서, "정당민주화가 향후 실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정도의 의사표시한 국회의원은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 정도의 "신당"에 개혁당이 흡수되는 것이 개혁이요 진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명백한 퇴보다. 강준만은 그러한 퇴보를 규탄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요약하자면 유시민은 원칙은 올바른데 행동을 "잘못"하고 있고, 강준만과 고종석은 잘못된 행동은 제대로 비판하고 있는데, 올바른 행동을 "안" 하고 있다. 왜 안 하는가? 여기서 정치적 의도를 물을 영역이 생기는 것이며, 진중권과 평검사의 "분석"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니, 강준만 옹호자들은 진중권과 평검사의 야박함을 탓할 이유가 없다.


이들의 신당 논의는 원칙으로만 보자면 올바른 정당 정치의 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 민주당과, 그 가까이에서 그것을 이용해 "개혁"을 하려 드는 세력들의 구조적 한계 탓이다. 따라서 신당 논의의 "진보성"은 그것의 무의미함과 불가능성에 대한 증명에서 나온다. 이들의 논의를 넘어서는 대안은 진보정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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