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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노빠의 변신

조회 수 856 추천 수 0 2007.02.03 00:38:09

내가 군대 가기 전에는 분명 노빠들은 대중주의자, 혹은 민중주의자였다. 나보고 대중의 언어로 얘기하라느니, 민중의 힘을 모른다느니 설교(?)를 하던 이들의 아이디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데 군대를 갖다오니 이것들이 모조리 다 엘리트주의자가 되어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조중동의 세뇌를 받은 우민들'이라는 투로 얘기를 하는데 우스워 죽겠다.

요새는 과거의 어느 국면이든 참여정부의 지지자였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는 게 일인데, 어제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주의자인 사람, 그러니까 이제는 더 이상 노빠가 아닌 사람을 만났다. (오늘날, 대중주의와 노빠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만일 그런 양립을 주장하는 놈이 있다면 말이 무진장 길어질 것이다.) 뭐랄까, 그 사람의 노력은 거의 '윤리적인 영웅' 수준이었다.

만일 정당구조가 민주노동당만 되었어도 -민주노동당에도 물론 문제가 해일처럼 많지만,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나 노빠들은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너무 '섣부르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민주노동당에 단점이라고 갖다붙이는 수사들은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사실 열린우리당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기술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참여'의 결과로 엄청난 정치의식의 성장을 경험했으리라. 그게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은 커녕 해만 될 가능성은 높지만,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가지게 되었을 테고.

하지만 그의 정치에 대한 이해는 참여정부를 지지한 4년내내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내가 약간 유도질문 조로 "당원들의 집단적인 의사에 정당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당원이 정당을 컨트롤하다니요?"라고 반응했다.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은 것이다. 그런 상황 자체가 그 사람의 이해의 지평 바깥에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열린우리당에 요구하는 건 굉장히 소박한 것이다. 가령 당을 결딴내더라도 당헌에 나와있는 절차를 밟아서 하라는.

그래도 굉장한 사람이다. 나같은 사람은 절대로 그런 소득없는 싸움은 못한다. 민주노동당적을 찾을 것인지, 버릴 것인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내 민주노동당적은 학적에 비유하자면 '군휴학' 상태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이 3월 초쯤에 끝나니, 그후에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다.

'노빠'에 대해 자꾸 관심을 쏟는 것은, 비록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저 단어가 사라질 지라도, 저런 식의 지지양식은 향후 한국 정치사에서 거듭해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더욱 간명하게 드러난 '노무현 현상'의 핵심은 '가면 없는 맨 얼굴'에 대한 희구다. 노빠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의 맨 얼굴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른 한국인들은 모두 가면을 썼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믿고 있고.

말하자면 그들은 코엘류 식의 '마음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종들이다. 김동렬이 지식인들에게 퍼붓는 비난은, 대통령과 자신들이 마음의 언어를 구사하는 반면, 너희 지식인들은 그보다 한차원 저급한 개념적인 언어를 구사할 뿐이라는 게다. 만일 한국에 파시즘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들로부터 올 것이니, 이들의 생각이 (물론 경기가 다시 좋아질 때에)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상한 모자

2007.02.03 14:30:22
*.63.208.238

아흐리만 동지, 민주노동당적을 되찾고 마치 트로츠키처럼 인민의 봉기를 주도하시'요', 아흐리만 동지!

하뉴녕

2007.02.03 17:21:32
*.60.168.146

트로츠키는 진보누리에 있잖아. -_-;;;

허매

2013.02.02 09:23:05
*.113.106.17

대단한 통찰에 대단한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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