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신해철을 좋아한 적이 없어서 이 소동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다. 아주 상식적인 얘기부터 하자면 신해철에게 무언가를 투영했던 사람들은 실제로 그가 무엇을 의도했던가와는 상관없이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내가 생각하는 너는 이런 이였는데, 너는 그것을 배반했다. 나는 그것을 규탄한다.'라는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팬으로서 스타에게 요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리 주체적인 자세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팬과 스타 사이의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도덕적인 것, 혹은 정치적인 것으로 치환시킬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렇게 치환해놓고 마치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해야 마땅한 것으로 요구하는 것은 좀 웃긴 일이다. 누가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분위기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진중권이 신해철을 옹호한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신해철과 그의 옹호자들의 발언을 들으면 알 수 있듯 그의 발언과 그의 행위를 '언행불일치'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매우 확정적인 얘기는 아니다.
이건 신해철이 잘했다거나 못했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닌 거다. 스스로 말하듯 그는 교육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비유하자면 그림을 알지도 못하는 이의 낙서를 보고 이게 유채화인지 수채화인지 그림의 주제는 뭔지를 따지는 일이 벌어진 거다. 인생의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청소년에게 입시교육을 시키는 것은 그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는 식의 언급은, 그냥 정서의 표출이라고 봐줄 수 있는 정도의 언급이다. 저런 말을 듣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이들이 교육문제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원래 딱히 특별한 목표가 없는 이들이야말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이치가 아닌가? 그걸 '노예'라고 부르는 건 타당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면 우리모두가 노예다. 나이브한 발언에 나이브한 잣대가 결부되어 그를 비판하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라면 자업자득이랄 수도 있겠으나, 핵심은 그런 류의 발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거다. 사회문제를 논하려면 신해철보다는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1. 신해철은 애초에 대수로운 발언을 한 적이 없다.
2. 그런 발언을 듣고 큰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실제로는 뭔가를 깨달은 적이 없다.
3. 이것은 모두 뇌의 착각이다.
대충 이런 얘기다.
hj
지나가다
허나 거칠게 말해보자면, 얼핏 드는 생각이, 뭔가 가진 사람들은 비판의 영역이 줄어들고, 칼날이 무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김구라가 있겠고. 진 선생은 신해철씨랑 친분이 좀 있고. 그래서 이해관계 없는 MB나 정부관료쪽과 달리, 잘못을 마냥 물고 늘어질 수 없고, 또 딱히 그럴 사안도 아니기도 하겠고. 근데 다른 편에서 저런 식의 대응이 나왔다면 맘껏 논평하지 않았을까 하는 감도 있네요.
윤형 씨도 이제 책도 내고, 공적 파트에서 말발도 붙고, 같은 편도 조금씩 생기는 등등, 가진 것들이 본의 아니게 늘면서, 예전처럼 모든 파트에 칼날을 내 세우지 못하는 입장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뭐 그런 생각도 쬐금 드는 게 사실이네요...
이게 제가 신해철을 옹호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구요. 그리고 신해철을 비판하는 이들이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서요...;;
말씀하신 부분은 경청할 부분이긴 한데, 오히려 어릴 때에 비하면 나이가 들수록 제가 많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서 중립적인 척 깝죽대고 돌아다니는 걸 더 반성하고 있는 추세랄까... 그렇습니다. 제가 뭘 대단히 많이 가진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을 보면 가끔 피식 웃음이 나오고 그래요. 운수 좋게 뭔가를 가졌다는 것은 맞긴 맞는데, 그게 한국 사회에서 돈으로 환산가능한 재화는 아니에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뭐 그렇습니다.
건전한싸이코
신해철의 해명글을 읽어보면 헛다리짚기의 연속입니다.
애시당초 신해철에 쏟아진 수많은 비난 중 건전한 부류를 골라내자면 "아니 입시지옥 비판하던 사람이 왜 특목고, 자사고 입시 전문학원의 광고를 찍었냐?"라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신해철은 1. 나는 꿈도 목표도 없이 자행되는 입시노동에만 반대했다. 2. 사교육이 필요악 측면도 있고, 꿈도 목표도 없이 자행되는 입시노동과 상관없는 사교육도 있다. 라고 전제를 든뒤 해명글의 대부분을 2에 대한 논증으로 채우고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이스트라는 학원이 중학생때부터 선행학습에 체벌(신해철이 그렇게 반대하는)까지 겹쳐 꿈도 목표도 없이 입시노동에 스파르타식으로 종사시킨다는 사실을 신해철이 모르고 있다(혹은 모르는 척)는 점이지요. 즉, 신해철은 체벌에다 입시노예노동까지 시키는 학원의 광고를 찍었는데 이에 대한 해명없이 필요한 사교육이 있다는 데에만 정력을 소모한 나머지, 대중은 더 분노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신해철닷컴에 신해철을 성토하는 댓글들은 높은 수준이든 찌질한 수준의 욕설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삭제신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대중들의 분노를 더 촉발하고 있고요. 18일만에 내놓은 해명의 수준이라든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그가 비판하는 찌질한 네티즌의 모습이나 별 다를 바도 없고요.
신해철이 체계적으로 교육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재적인 측면을 띄고 있는 방송과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언론매체 등에서 꾸준히 교육문제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작금의 신해철에 대한 비난여론은 공적 매체에서의 발언에 대한 책임윤리에 관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문열도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나 정치적 발언을 체계적인 아닌 간헐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의 발언에 대해 비난여론이 뒤따르는 것도 이와는 같은 맥락이죠. 칼럼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을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실천하지도 않는 뻔뻔한 위선자적인 양태를 잘 보여주시고.
건전한싸이코
신해철은 24시간 학원 허용 조례에 반대하는 말을 강연회에서도 한 적이 있고, 과거 고스트네이션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자녀 학원 안 보내기 운동을 해보자고 말한 적도 있어요. 100분토론이나 각종 언론매체의 인터뷰에서도 현재 입시제도로 청소년들이 고통받는 것에 대해 꽤 자주 언급했어요. 그런 단편적인 언급들이 만약에 한윤형씨처럼 블로그에서 언급되었더라면 아마 이정도로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체계적이든 체계적이지않든간에 자기 주장을 방송이나 언론매체에서 펼쳤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한윤형씨께서 진중권의 "발언이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신조가 아니라 임지현의 "글의 해석은 독자의 몫"라는 신조에 더 가까우시다면야 제 논증은 간단하게 허물어지지만요.
P.S. 진중권은 신해철에 대해 옹호를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보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해철은 뭐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광대니까 광대가 뻘짓하는 것으로 보고 봐주자"로 독해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