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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거취 논란 재론

조회 수 871 추천 수 0 2009.12.16 15:09:08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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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심상정의 거취 문제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에 잘못된 논의를 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당의 일에 제대로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생업도 있고 해서 띄엄띄엄 관심을 쓰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 그렇더라도 2006년도에서 지방선거 투표를 했는데 정당명부제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참 한심한 일이다.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투표만 했지 당시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지난번 글에선 경기도지사나 은평을 재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심상정의 거취 문제가  그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당의 전략과 당원들의 논의가 개입해야 할 문제라는 핵심 정도만 추려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은 언제나 맞는 말이니 지금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 말을 꺼낸 이상 ‘경기도지사 선거에 심상정이 출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견해를 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번 글을 쓸 때는 내 견해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 후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얘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 지금 실정에서 최종적 판단은 결국 심상정 개인의 몫이 되어 버렸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제 심상정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믿는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설령 심상정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심상정의 경기도지사 불출마가 서울시장 선거 집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그 효력이 미심쩍은 것이라고 하겠다. 더구나 국민참여신당이 어떤 식으로 선거에 참여할지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명숙은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밝혔지만 유시민은 최근 당의 명령이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군데에 역량을 쏟아붓는 것이 반드시 현명한 행동이라 볼 수도 없다.


둘째 이유는 이전 글에도 말했듯 2010년 지방선거는 2008년 총선의 지역구 선거(심상정과 노회찬의)와는 달리 사실상 당선을 목표로 한 선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대표는 본인이 당선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고,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선거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본 밖의 당원들은 그와 별개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선거가 당선을 위한 선거라면 지금은 힘을 모아 노회찬에게 밀어주고 그 다음 은평에선 심상정에게 밀어주자는 식의 전략적 사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은평을 재보궐선거조차도 당선을 위한 선거가 될는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그러므로 심상정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이득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위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셋째 이유는 내가 지난번 글에서 오류를 범한 부분인데 광역단체장 출마를 통해 정당명부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지방선거의 목표는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정한 지지율을 얻어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확보하고 전국적으로 일정한 지지율을 확보하여 향후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TV토론 참여자격을 얻는다는 것 등의)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심상정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높은 진보신당의 특성상 심상정과 같은 대중정치인이 수도권에 나서는 것은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진보신당의 역량이 아직 하나의 카드를 숨겨둘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목적을 정리하자면 진보신당의 (물적인) 존립기반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이 당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국적인 당 지지율을 5%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는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겠다. 다음 수를 위해 예비대나 별동대를 빼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아직 진보신당에 없다. 은평을 재보궐선거에 진보신당이 어떤 식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아무래도 그 사실을 전제로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당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따라서 이 글의 효용도 거의 없겠지만 지난번에 올린 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다시 한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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