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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애도를 방해하는 도착증

조회 수 936 추천 수 0 2009.01.22 12:57:47


용산 사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엄중한 사안을 맞이하면 더욱 더 조심하게 된다. 다만 그 현장에 있던 이들이 얼마나 억울한 이였던가와는 상관 없이, 그들이 조직적으로 결의하여 폭력시위를 한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와는 상관없이, (나는 폭력시위는 불법이므로 불가하다, 고 믿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에서 폭력시위가 적절한가 부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은, 바로 그 사건에 대한 자료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전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경찰의 진압에 의해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경찰에, 그러니까 국가에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것은 공권력이 시민에 대해 우위에 있음을 인지하는 차원에서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시위대들이 먼저 경찰서를 습격한 것도 아닌 이상, 그들 역시 폭력의 도구를 손에 쥐고 경찰에 위협했다고 하여 경찰의 진압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어법은 어불성설이다. 제 나라 땅에서 국가가 전쟁을 치르듯이 시민을 대해놓고 잘했다고 우기는 법은 없다.


물론 곤혹스러움도 있다. 이번 사건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국가가 시민을 다루는 일상의 코드가 불운과 겹쳐 일어난 참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그저 '사고'라 칭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라도 저 '일상의 코드'가 비정상이란 사실을 깨닫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사건이 이전 정부들과 다른 이명박 정부의 습성을 드러낸다고 믿는 듯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가져다 놓고 비교하면서 "자, 어때? 그렇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살아온 이력만으로도 볼 때 노무현이란 개인의 인권감수성이 이명박보다야 훨씬 상위에 놓일 것이야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그게 이 사안에서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전혀 모르겠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싫어서 비로소 소수자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이 문제에 있어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었다.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자신들이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거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하려던 얘기는 다른 것이다. 누군가의 제보로 이글루스의 유명인 진명행 대인의 포스트와 그 아래에서 준동하는 위서가 패거리의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밑에서 위서가 대햏께서는 '좌글루스'의 ( 뭐가 좌글루스냐? 노글루스 아니었냐? ) 입진보들을 규탄하시면서 철거민 / 전철연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이들이 사망한 경찰을 같이 애도한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견해에 따라 1) 철거민 / 전쳘연 사망자와 2) 경찰 사망자 둘 중 하나만 골라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도착증이라 아니 부를 수가 없다. 문자 그대로 국가 안에서 전쟁을 벌이자는 것이다.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적군의 시신을 대신 수습해주고 부상자를 치료해주는 일이 있는데 말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애도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것을 요구해놓고 그들은 '나는 일관성을 지키고, 너희들은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참으로 한심하다.


사실 죽음만큼 공평한 것은 인간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언제 죽느냐, 어떻게 죽느냐가 제각기 다르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싫은 것이고, 절대적이고 비가역적인 사태다. 이 절대적인 간극 앞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차이는 형해화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장 공평한 죽음이란 사태에 대해 가장 공평하게 애도를 나누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정리상 가까운 이의 죽음에 더 기우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무슨 정치적 입장에 따라 애도를 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꼴은 우스운 것이다.


방금 내뱉은 말들은 개똥철학으로 넘기기로 하고, 애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들을 보고 나는 그들의 편협한 정신세계를 실천적으로 조롱하는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주인공 조승희씨의 무덤에 꽃을 바치던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P.S 아 하긴 젊었을 때 기자들의 모범이셨던 조갑제 선생님께서 그 사건 때 주미대사가 미국측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 참으로 한국 우파는 늙으나 젊으나 훈늉하다...;;
 


ww

2009.01.22 21:13:53
*.161.20.116

죽은 사람은 있는데 그걸 애도할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머리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죽어도 과격시위 없어지길 기대한다는 소리를 먼저 내뱉는 정부부터 애도할 사람을 고르라는 생각까지 참 무섭습니다. 보수,우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적인 것마저도 잊어버린 언행이 무섭습니다.

ㅎㅎㅎ

2009.01.22 22:15:33
*.162.113.21

악플러 위서가 아직도 활동하는군요. 인터넷 최악의 찌질이 중 한 명인데

pain

2009.01.23 01:54:54
*.44.70.30

그들의 말은 화염병을 들고 시위농성을 벌인 철거민/전철연을 시민이 아니라 범죄인 내지는 사회의 악으로 일단 간주하는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나오는 말일 겁니다.

입장에 따라 갈리는 책임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확고한 선과 악의 문제기 때문에 인간에 앞선 선악을 제거해야 인간적인 연민으로 애도를 할 수 있겠죠.

사회에 해악을 끼친 범죄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어떻게 질서유지를 위해 헌신하다 범죄자에게 죽임당한 경찰을 애도하는가? 이말이겠죠.

전쟁에서 적들을 묻어주고 애도하는건 우린 입장이 달라 싸웠을 뿐인 인간이란 전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조승연을 애도하는 미국시민은 그도 인간이었을뿐이란걸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cain

2009.01.22 23:58:44
*.100.199.237

왜 경찰은 애도해주지 않느냐는 사람들은 봤어도(그럼 애도하는 사람들이 죽은 이를 갈라서 애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런 논리는 또 처음 보네요.-_-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저런 사람들도 나오는 거군요.

cain

2009.01.23 00:03:06
*.100.199.237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9.01.23 09:24:41
*.108.31.59

ww, pain // 뭐 그들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다른 사회에서는 범죄라는 것도 어느 정도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 개인에게는 연민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반면, 한국 사회는 전적으로 범죄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문제는 쏙빼고 온전히 윤리적 문제로 치부하는 거죠. 한국같으면 조승희에게 꽃을 바친 사람들은, 욕먹었을 테지요.


ㅎㅎㅎ // 그를 악플러라고 부르면 그건 극존칭이죠. 제가 아는 악플러 중에는 센스있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cain // 사실 담론영역에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장은 아닌데 제가 좀 악취미라서...ㅎㅎ

Jocelyn

2009.01.23 16:07:00
*.246.187.134

진명행 대인의 글에 "철거민들 시위를 진압하다 아까운 경찰 목숨 하나가 날아갔다. 그리고 몇몇 목숨들이 부록으로 딸려갔다. 지들끼리 화염병을 돌리다가 그게 터진 모양이다." 이거 보고 완전 숨막힘. 부록! 부록!!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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