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홍준표의 선택과 김근태의 선택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2007.05.28 17:47:46
<내 남자의 여자>의 홍준표가 아무리 그 존재감에 덧칠을 하더라도, 국회의원 홍준표는 기억에 남을 정치인이다. '반값 아파트' 공약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망라해서 유일하게 반향을 일으킨 '서민' 공약이었고, 군기피자는 재외동표 혜택을 보지 못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은 비록 악법이지만 민족주의를 실현해야 할 '우파'의 입장에서는 일관성을 지키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었다. '민족'을 언급하면서도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는 숱한 국회의원들에 비하면 말이다. 그런 그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홍준표의 행위가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을 높인다. 그는 한나라당이 서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서민의 대변자로 자신을 위치지운다. 이명박의 경부대운하를 '환경재난'이라 규정하며 경부고속도로에 화물 전용도로를 보강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의 7-4-7 경제론(7% 성장, 4만불, 세계 7위)에 조소하며 진짜 문제는 대한민국이 OECD 국가중 자살율이 1위라는 사실이니 국민소득보다 행복지수 개선에 신경써야 할 거라고 일갈하며, 북한에 대해 '마셜 플랜' 비슷한 것을 수립해야 한다고 천명하는 그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튼튼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나 다름없다.

손학규의 경우, 서민적 이미지 혹은 서민성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몰라도 컨텐츠면에서는 홍준표만큼 파격적이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어찌됐건 한나라당의 집권보다는 자신의 당선에 더 욕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근혜 명박 공방전>을 격화시킨 주역이 되었다. 이제와서 경선출마를 선언한 홍준표는 다르다. 비록 그의 말대로 정치인이 1%의 가능성에라도 도전하는 생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신이 말했든 그의 부차적인 목표는 두 사람의 대결의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그 역할을 서민적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경선을 정책 검증 구도로 만들면서 수행하려는 것 같다. 홍준표는 아마도 이명박과 박근혜 두 '메이저' 후보에게 자신의 정책 일부를 받아들이게 하여 한나라당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을 원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지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발상은 한국 정치판에서는 새로운 시도이니, 그의 '이기심'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지금의 그는 "좋은 일을 하고 (불확실한) 이득을 바라는" 윤리적인 인간에 가깝다.

문제는 그 윤리성과 현명함의 수혜자가 한나라당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은 씁쓸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역사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위치가 한번은 뒤집혔음을 기억해야 한다. 홍준표의 운신은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이 더 이상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탈당 1호 임종인 의원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 선공약과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으로서도 하기 힘들었던 한미 FTA까지 성사시켰으니. 참여정부가 말하는 개혁의 등식은, "한나라당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조선일보에게 욕먹는 이가 참다운 진보다."라는 것. 그들의 오도된 개념 속에서 모든 이가 혼돈에 빠져있을 무렵에, 오직 홍준표만이 -아마도 그의 본래 성향의 도움을 받아- 한나라당이 나아가야 할 가장 윤리적이고 또한 가장 전략적인 길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한나라당이 -박근혜 라인이든, 이명박 라인이든- 홍준표 노선을 수용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은 올해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십오년 이십년은 집권할 수 있을 터전을 닦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정당은, 유럽 기준으로 '극우파'에 해당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극우파'는 흔히 쓰이는 경멸어의 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학평론가는 "박정희를 히틀러라고 표현하는 것은, 박정희에 대한 극존칭"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그와 비슷한 논지에서 나는 지금 극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지금 한국에서 유럽적 의미의 극우파를 구성한다면, 그는 마땅히 홍준표처럼 북한에 대한 마셜플랜을 주장해야 한다. 북한정권을 혐오만 하다가 중국 공산당에게 남한보다 더 큰 땅덩이와 2천만의 값싼 노동력을 공짜로 넘겨줄 칠칠맞은 조갑제 류 극우파와는 차원이 다른 '극우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자재의 스케일 이외의 사이즈는 상상하지 못하는 이명박과 경상북도에 거주하는 아버지 친구들의 '말씀'을 얌전히 듣는 박근혜가 그런 식의 '극우'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 주변인물들도.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그토록 똑똑한 이가 도와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십오년 이십년 집권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실패에 안도했다면 이제 다른 쪽에서 뭔가가 나와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한나라당이 진짜 극우파 정당이 되는 것만도 못한 미래가 대한민국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홍준표에 대응하는 범여권의 키플레이어는 김근태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타일로 볼때는 화끈한 홍준표와 결단이 느린 김근태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은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적어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미래를 큰 틀에서 고민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범여권의 딜레마는 앞서 말했듯 참여정부 그 자체다. 열린우리당은 경제정책을 한나라당처럼 수행한 후 여전히 서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말해야 하는 처지인데, 덕분에 서민들은 '진짜 서민정당'이 나타나도 믿지 않고 이명박에게 표를 줄만큼 냉소적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이 냉소주의를 타파할 유일한 방법은 열린우리당의 원래의 임무를 수행할 어떤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가 요구하고, 임종인 의원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일 게다. 그러나 비록 그것이 정답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자신의 노선을 바꿀 의사가 없다. 그게 제일 옳다고 믿고 있으니까.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적 개혁의 준칙, "한나라당처럼 행동하고, 조선일보에게 욕먹어라."를 상기하라.)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열린우리당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세력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한나라당 경선에 참가한다면 범여권의 희망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질 리는 없다.

그런 열린우리당을 서민적인 견지에서 질타해야 할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한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한나라당과 공조한 탄핵이라는 최악의 정치행위를 저질러놓고서도 말이다. 아마도 민주당은, 그 지지자들의 희망과는 달리,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존재를 빼놓고 나면 호남 토호들의 정당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들 역시 서민층을 대변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주제에, 대선 이후 총선 이후 조직을 건사할 궁리나 하면서 범여권의 미래에 암울을 드리우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희망연대'라는 것이 있는데, 이 분들 역시 '한나라당은 대안이 아니다.'라는 지극히 안이한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마 대선이 가까워지면 범여권 후보에게도 단일화를 제의하고, 민주노동당에도 단일화를 제의하면서 찌질거리다가, 대충 사퇴 수순으로 갈텐데, 만일 범여권이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끝까지 고하다가 피박을 쓸 가능성도 농후한 집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 즉 여권 대 야권 일 대 일 매치를 제안하고 있지만, 저 모든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비노의 '참여정부 무능론'을 "참여정부 무능론은 민주세력 무능론이며, 한나라당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다."로 받아치는 친노가 있는 한, 일반적인 절차로 단일 후보가 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가설 정당(Paper Party)이 되었든, 최악의 경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식 여론조사 방식이 되었든 정치공학의 압박을 강제한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단일후보를 도출할 수밖에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구도를 만드는 데엔 누구보다도 김근태의 역할이 절실하다. 참여정부에 참여했지만 친노는 아니고, 민주당 분당과 같은 사태에서도 앞장 선 사람은 아니다. 원체 느리게 움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게 미움을 산 건 없다. 정치경력도 여러 정파에서 수긍할 만 하다. 지금껏 그의 단점으로 치부되었던 것을 장점으로 삼아, 새로운 구도를 만드는데 절치부심해야 할 때이다. 그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여러 사람이 언급했던 '가설 정당'론을 김근태의 주장으로 이해하며 비판했다. 가설 정당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가설 정당은 아무런 명분이 없고, 심지어 정당 정치조차 아니다. 하지만, 노빠들 이외에 자발적인 시민 참여세력이 실종된 상황에서, 범여권이 열린우리당 문제를 정정당당하게 극복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만일 범여권에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방식으로 친노 세력을 떨구는 것이리라. 노무현 대통령은 명분없는 단일화로 역사의 시간 중 일부를 자기 것으로 삼았다. 이제 그의 부산물들을 명분없는 단일화로 떨궈낼 수 있다면, 거기에도 약간의 의미는 없지 않을 터이다. 아니 '의미'는 문제가 아니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게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김근태가 선택해야 할 것은 가능한 모든 방법이다. 열린우리당이 내팽개친 서민들을 대변하겠다는 다짐은, 친노세력을 떨군 후에야 겨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근태가 멍석을 깔고, 가령 추미애와 같은 정치인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쟁가

2007.05.28 23:44:42
*.50.69.85

잘쓴 글입니다. 홍준표에 대한 평가는 저도 동감입니다.^^

cretois

2007.05.29 03:11:40
*.63.192.37

음...역시 대학생다운 생각이군요...

하뉴녕

2007.05.29 12:54:01
*.46.102.240

"대학생다운 생각"이란 무엇을 일컫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

극단혹은중용

2007.05.29 16:47:17
*.4.221.12

cretois님의 말뜻이 저도 궁금하군요.

태공망

2007.05.29 23:22:29
*.109.202.16

cretois 님처럼 한 마디 내뱉고 빠지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죠 ^^ 논거를 댈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저 구름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며 바둑이나 둘 뿐 ~

cretois

2007.06.12 10:24:22
*.110.225.197

결국 GT는 중간포기를 했죠. '선수'들은 이미 다 예상했던 상황이죠. 대학생이나 대학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될겁니다. '그라운드'에서 뛰지 않으면 이런 글을 쓰거나 읽는 걸로 '정치적 자위'를 하는거죠. 그런게 구름 위에서 하는 거죠.

하뉴녕

2007.06.12 12:42:46
*.176.49.134

'그라운드'에 있다보니 독해력이 떨어진 모양이에요. 이 글에선 그나마 김근태가 범여권 통합이라는 구도를 위해 노력할 사람이라고 얘기했고, 김근태의 대선불출마 선언은 제 예측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방법인 것인데...

뭔가 기분이 나빠서 '대학생'으로 몰아붙이고 싶었나본데, '대학생'이 맞기는 하지만 님보다는 '선수'에 가깝습니다. 선수라.. 그 말 참 누구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

"범여권의 딜레마가 참여정부 그 자체"라는 제 진단도 지금까지 계속 들어맞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하는 짓,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 계속 줄이고 있는 겁니다. 이 점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메리

2007.05.30 00:23:16
*.70.44.107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7.05.30 00:35:04
*.176.49.134

으흑 ; 미안해요;; 광마감 중이라 -_-;;; 히트 신일영의 사건일지의 바다에서 어푸어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 뒤늦은 5.16 기념(?) 포스트 [22] [2] 하뉴녕 2011-05-18 5787
10 [딴지일보] 김영삼을 위하여 [21] 하뉴녕 2009-08-27 2000
9 [주간한국] 정치인 박정희 바로보기 - [지식인의 서고] '박정희 평전' [4] 하뉴녕 2009-08-08 1656
8 [펌] 흥미로운 움직임들 [17] [1] 하뉴녕 2009-06-10 920
7 애도를 방해하는 도착증 [7] 하뉴녕 2009-01-22 936
6 북한 문제와 중국 문제 [9] 하뉴녕 2008-03-29 1059
5 <디 워>가 재미있다는 사람들 [13] 하뉴녕 2007-09-20 1047
» 홍준표의 선택과 김근태의 선택 [9] 하뉴녕 2007-05-28 1029
3 갈등을 드러내기 위해 [38] 하뉴녕 2007-03-06 1165
2 황산벌 하뉴녕 2006-01-07 1967
1 [이대교지] 조선일보 -수구세력의 탁월한 선동가 하뉴녕 2003-02-14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