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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명박을 찍은 이들이 잘못이라고 하기엔 정동영 캠프가 한 일이 너무도 없다. 이명박을 지지한 이들은 투표한 이들의 절반이 채 안 되니 국민의 30%에 해당할 따름이다. 나머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와 정동영 캠프의 잘못이다.


이문열의
지적처럼 이명박의 도덕성은 이미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에서 그 바닥을 드러냈다. '좌파 정권 종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설가마저 곤혹스러워했던 이 사건을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기서 범여권은 더 이상 도덕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어야 했다.


정말로 이명박의 집권이 끔찍했을 어떤 유권자의 소망을 범여권이 충족시켜 주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문국현이 그렇게 주장했듯이 정동영의 사퇴가 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그토록이나 좋아하는 '감동의 드라마'에 군불이나마 붙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을 상책이라고 해보자. 하지만 이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얼마나 자신의 조직을 확장하고 관리해 왔는데, 그가 패를 던진다고 결심해 봤자 밑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권영길도 민주노동당 경선 후보 사퇴를 못 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이런 걸 못 했다고 정동영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명박의 득세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했다면 선거대책은 달랐어야 했다. 문국현이 말했던 것처럼 '부패가 무능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의 의식이었다. 그리고 그 국민들은 자신들이 그런 의식을 가지게 된 책임을 참여정부에게 돌리고 있었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계승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두 가지, 그 의식에 동조하거나 부인하는 일뿐이었다.


만일 그들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어느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그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대안이 이 문제를 여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 대선에서는 이기기 힘들었다 하더라도, 향후 총선에서 시민들은 한나라당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어떤 선택지를 소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중책이라고 해보자. 물론 이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라도 당장의 소란을 피하기 위해 "반성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기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명확히 알고, 하지만 시정하려는 의지는 없이, 거짓 반성을 명확하게 하는 일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하기엔 참여정부는 자기 확신이 강한 집단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에서 소위 범여권 진영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공익에 부합하는 활동은 "도대체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냐?"고 솔직하게 사람들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정홍보처가 5년 내내 조중동에 대항해서 했던 그 짓거리를, 그들은 대선에서는 피해갔다. 그 짓을 대신 해줬던 네티즌 몇몇이 이제와서 "대중은 우매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되도록 논쟁을 피하고 BBK를 물고 넘어져 정권을 날로 먹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정동영 캠프가 아닌가?


참여정부에 대한 세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얼치기 좌파 운동권 386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좌파 정책을 추진하고 반기업정서를 확산시켜 5년 평균 4.6%밖에 국가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경제난국을 만들었다는 조중동과 이에 동의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둘은 참여정부는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IMF와 김대중 정부가 물려준 경기 부양 정책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 없이 4.6%의 견실한 성장을 일구어냈다는 국정홍보처와 이에 동의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정부는 수사적으로는 수구세력과 결연한 전쟁을 치뤘으나 실은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청년실업을 방치하는 등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높은 경제성장률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 규제에 미적거리다가 한국 경제의 체질도 나쁘게 만들었다는 시선이 있다. 이중에서 세번째 시선은 평균적인 사람들에게는 듣기 힘든 소수자의 말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했을 때, 실제로 체감경기의 악화를 느끼고 있고 가계생활이 답답한 사람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당신은 뭐라고 답변하겠는가? 조중동은 비록 막강하지만, 마술지팡이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종 그 사실을 망각한다.


대선 정국에서 참여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것은 사람들이 정권교체라는 선택을 내리게 된 바로 그 지점에서 논쟁이 일어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비록 앞서 지적한 두 개의 선택지에 비하면 하책이었겠지만, 이것이 아마도 정동영 캠프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수행되는 와중에서 그나마 여러가지 말이 섞이면서 사람들에게 사태를 더 분명하게 바라보게 할 수 있는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것이다. 비록 이 과정에서 권영길의 민주노동당이 별 역할도 못하고 빌빌거렸을 거라는 것을 상상하면 기분은 좀 나쁘지만, 여하간 이런 상황은 그 자체론 공익적이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노선을 비판적으로 변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옹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선을 치른 정동영은 자신의 모든 말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답을 안 해주는데, 그가 무슨 정책에 대해 말한들 그게 어떻게 '참말'로 들린단 말인가? 허경영이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권여당이 마치 집권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과거'는 얘기하지 않고 '공약'을 남발한다면, 설령 그 공약이 좌파적이라도 좌파들에게 감흥을 줄리 없고 친시장적이라도 시장주의자들에게 찬동을 얻을리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기에 그 공약은 훨씬 더 진지하고 약간 더 말이 되게 다듬어진 '허경영 공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지지를 얻을 수도 없거니와, 심지어 우습지도 않다.


BBK에 대한 범여권의 집착은 그들의 상식은 물론이거니와 후각조차 의심스럽게 만든다. 5년 내내 친노 네티즌의 글만 눈팅하다가 그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을 상실해버린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이명박이 BBK를 설립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추가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주가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발견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실제로 김경준에게 사기를 당했건, 아니면 그 부분만은 매우 솜씨좋게 덮었건 간에. 그런데도 이명박이 BBK 설립자임을 부인한 것은 그가 자신의 이미지에서 도덕성보다는 '성공한 CEO'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한번 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낫지, 사기꾼에게 속은 멍청한 경영자임을 제 입으로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탄핵으로 BBK 정국을 연장시키려고 한 것은 범여권의 최대의 패착 중의 패착이었다. 검찰 수사가 미심쩍어 특검을 제의했다면, 특검 결과를 보고 탄핵을 하든 말든 해야지,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고 탄핵을 운위할 수 있단 말인가? 복잡한 정치문제를 동네 어린이를 취조하는 문제로 전환시킨 "진실이 거짓을 이깁니다."는 선거 구호는 그들의 우스꽝스러움을 증명하는 최고의 수사였다. 이제 패배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걸까?


이러한 철지난 조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이유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대통합민주신당의 행보가 저따위 정신상태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검법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386 의원들이 정동영과 친노그룹의 퇴진을 주장한 것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인즉 최대한 참여정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자는 것이다. 대충 사람만 바꿔 채우고 입씻은 후 이명박 네거티브 전략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얘기다. 유권자더러 금붕어가 되라는 주문을 '정치'라고 부르면서, 그들은 더럽게 더럽게 질긴 목숨을 연명하려고 작정하고 있다. 이들이 살아남을지 못 살아남을지는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서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살아남는 것이 한국 정치의 희망이 못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아마 이들의 생사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비극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한윤형팬

2007.12.26 22:03:53
*.41.250.197

문국현과 권영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여 -_-??

서쪽하늘

2007.12.26 23:24:04
*.200.67.93

글의 논조에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면서 특히 마지막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재 행태에 대한 비판과 결론에 특히 공감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할지 폐기할지의 문제인데, 그들은 그 내용을 서술형으로 만들지 도표 중심으로 만들지 따위의 고민만 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이 386이든, 초선이든, 친노이든간에 이미 우리의 미래에 있어 무의미한 정치세력일뿐입니다.

kritiker

2007.12.27 00:23:59
*.232.123.197

잘 읽었습니다^^

노토리

2007.12.27 00:24:53
*.20.15.236

동감합니다. 통합신당 경선 전에, 그나마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 이해찬이라고 얘기했었는데 한윤형님의 분석과 같은 맥락에서였죠. 국민들에게 참여정부의 무능보다 더 무능하게 보였던 건 신당의 지리멸렬이었지요. 차라리 참여정부를 일관되게 옹호하는 싸움을 걸었더라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없었을 겁니다.

N.

2007.12.27 03:29:59
*.5.155.131

내일 오전 프레시안무비 톱에 나갈 <헨젤과 그레텔> 리뷰 마지막 문단에 아흐리만님의 이름이 나갑니다.
...그렇다고요. 예고해 드리는 거임.

정통고품격서비스

2007.12.27 12:57:22
*.216.114.61

이명박이 BBK설립자라는 것을 부인한 것은, 그냥 BBK재산이 공직자 재산 등록에 누락된 차명재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여. 이명박의 차명재산은 의혹을 받는 도곡동 땅 따위와 같이 더 잇을 가능성이 크고, 이 차명재산, 숨겨진 비자금은 그 자체로도 공문서 위조, 조세 포탈에다, 그 형성과정까지 가면 공금횡령까지 걸리기 때문에. 이명박은 공세적인 선거전략보다 더 큰 스캔들 방어 차원에서 BBK는 내 재산이 아니라고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생각함.

하뉴녕

2007.12.27 14:38:09
*.176.49.134

그 해석도 보긴 했는데... 과연 법적인 문제가 있는 차명재산으로 세운 회사에 대해 자신이 설립자라고 광고하고 또 투자를 권유하며 다니기까지 했을까 라는 의문이 남네... 하긴 이명박이니까 뭐든 못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정통고품격서비스

2007.12.27 16:32:46
*.216.114.61

이명박 원래 이익되는 거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대충 살 잖아요.

보노

2007.12.27 14:36:50
*.248.107.230

잘 읽었습니다 :) 참여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도까지도 안바라고; 적어도 일관된 평가가 없다면; 신당은 계속 정신분열적인 상태로 남을것 같네요.. 제 생각에는 참여정부에 대해 세번째 시선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말 소수자의 시선이더군요.. --;; 대선결과 이후에 오히려 두번째 시선이 거의 발악을 한다고 해야하나 ;; 그런 점에서 민노당과 문국현의 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하뉴녕

2011.03.03 05:43:58
*.176.49.134

팬, 보노/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이 취할 수 있는 길이 이 정도가 있겠군요.

1) 참여정부와 관련해서, 자신은 2002년의 노무현 노선의 계승자라고 주장하고 그에 입각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과 사회민주주의 노선 사이 정도가 되겠군요.)

2) 참여정부와 관련해서, 참여정부는 방향은 옳았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선언하고 자신이 그 보완자임을 주장하며 그에 입각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완화된 신자유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사이 정도에 위치하겠네요.)

3) 이명박 정권과 관련해서, 이 정권이 정통보수와 상관없는 양아치 정권임을 선언하고 정통보수의 복원을 주장한 후 이회창 옹의 품에 안긴다.

(논리적으로는 이것도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야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 문국현이 이미지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만, 뭐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저는 욕은 하지 않으렵니다. 후라이빵님 블로그 분석을 참조하자면, 총선 정국의 과제는 결국 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일이고 현재 상황에서 그 전선의 주력은 '이회창 신당'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4) '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의 대립 구도를 유지하면서 모든 정파에 비판적 자세를 취한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경향적으로는 제일 높을 것 같은데... 성공 유무와는 떠나서 저는 그다지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치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걸로라도 성공하면 뭔가 일이 될 지도 모르지만요.)


민주노동당으로는 원래 글 한편 따로 쓰려고 했었는데... 어찌 보면 좋은 얘기도 아니니 그냥 여기 적겠습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다고 봅니다.

1) 과연 NL세력이 강령을 바꾸는 등 당을 뒤집어 업는 무리한 일을 벌일 것인가? 그리고 NL이 무언가 일을 벌였을 경우, 소외 좌파세력은 용감하게 당을 떨치고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이 일단 의심스럽고...

2) 왜 NL이 이렇게 준동했나? 라는 질문을 던질 때, 저는 단순히 NL이 극악스러운 조직이라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인들의 평균적인 이해 수준에서 NL 이념이 더 받아들이기가 쉬워요. 다만 그 이념을 실행하는 주체가 NL들에겐 '북한'이라는 사실에서 사람들은 경악하는 것이고, 그래서 NL은 되도록 그 '주체'는 지우면서 (마치 이명박이 BBK 설립의 주체를 지우듯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 왔던 거죠. 특히 조중동 등 언론들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내에서 대립이 일어나면 좌파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NL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좀 더 대중적인 세력이 승리했다는 식으로- 써주곤 했습니다. 한마디로 NL이 하나의 독성 변종이라서, 그것만 잡으면 어떻게 될 거라는 전망에 쉬이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기.

3) 자, 분당을 했다고 치면, 이제 '사회주의 대안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과 '강령에 사민주의라고 명기하자!'는 세력 간에 논쟁이 일어날 공산이 큽니다. 이명박 시대에는 쓸데없는 논쟁이죠. 하지만 좌파들의 사고 구조에선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에요. 이 싸움 하다가 시간 다 갈 겁니다. 이명박 시대엔 일단 국가의 역할을 지켜내는 것이 하나의 전선이 될 텐데도요. <반지의 제왕>에 비유하자면, 엘론드의 저택에서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르도르로 가야 되냐, 곤도르로 가야되냐,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꼴입니다. 흠좀무...

4) 이보다 좀 더 생산성 있는 논쟁은 노동조합과의 관계규정이 될 것입니다. 민주노총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야 비정규직을 확실하게 대변하는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논쟁이 담론적으로 더 생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번 논쟁에 비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안 그래도 당의 지지율이 축소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 민주노총 심기 건드리면, 앞으론 뭘로 운동할 건데?"라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오면, 할 말이 없게 되는 거지요.

5) 원래 NL의 문제, 사회주의-사민주의 논쟁의 문제, 노동조합과의 관계설정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주력 구성원들인 구 운동권 출신 당원들로는 해결하기 힘든 측면이 있고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쓸모 있는 행위를 하면서 외연이 확장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해소되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확장에 철저하게 실패했고, 있는 자산도 갉아먹게 된 지금, 이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딴 관념적인 문제 때려치고 민중의 현장에 복무하라!"고 외치는 내외부의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일단 안에 들어오면 같이 정파싸움을 하는 수밖에 없죠. 이게 그냥 단순한 관념의 문제만은 아니고 (관념이 인간사에 영향을 미치는 한 뜬구름잡는 순수한 관념의 문제라는 건 없죠.) 지금까지의 민주노동당의 동력과 관련된 논의라서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없다고 생각하고, 성질있고 담대하신 분들은 꾸준히 도움 및 조언을 주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손을 떼는게 답일 것 같습니다.

상선약수

2007.12.27 15:41:38
*.95.57.1

"사기꾼에게 속은 멍청한 경영자임을 제 입으로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쓰셨는데 이명박 등은 자신이 사기꾼 김경준에게 속은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ㅎㅎ 사실관계가 약간 틀리신듯.
저는 어느 기자가 말했듯 '정동영카드'를 선택한 신당측이 밥통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하네요. 정동영은 판세가 유리할때 쓰는 '안정카드'라는 겁니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신당측에 불리했죠. 그러니 그럴때 써야 하는 '도박카드'에는 유시민이나 이해찬

하뉴녕

2007.12.27 16:56:53
*.176.49.134

애초엔 BBK의 설립자로써 김경준에게 속았다고 말한 건 아니지 않던가요? 광운대 동영상 공개 이후에 말빨을 어떻게 세웠는지는 자세히 안 들여다봐서 모르겠는데...^^;

티에프

2007.12.27 22:00:00
*.88.164.18

이번에 민주신당은 정말 심각할정도로 형편없어보였어요.

현슬린

2007.12.28 04:11:38
*.243.37.247

정권을 날로 먹으려 했다는데 절대 동감....
정동영이 한일이 뭐가 있냐? 아니 정동영자체가 뭔가 콘텐츠가 있긴 한 인간인가 심히 의심스럽다.
좋은 분석 잘 봤다.^^

마녀

2008.01.12 03:07:12
*.240.211.166

이명박을 찍은 이들이 잘못이라고 하기엔 정동영 캠프가 한 일이 너무도 없다. 이명박을 지지한 이들은 투표한 이들의 절반이 채 안 되니 국민의 30%에 해당할 따름이다. 나머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와 정동영 캠프의 잘못이다.

제대로 잘 짚어낸 분석입니다. 대선 실패의 원인이 바로 그 나머지를 끌어앉지 못한 것에 있으니까요. 비비큐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만 일관해왔던 걸 보면 막상 중요한 논의가 될 수 있었던 정책에 대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 것입니다.


이명박의 도덕성은 이미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에서 그 바닥을 드러냈다. '좌파 정권 종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설가마저 곤혹스러워했던 이 사건을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기서 범여권은 더 이상 도덕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어야 했다.

문국현 후보가 그랬지요.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식이라고.. 100분 토론 대선 후보 이명박 편을 다시 보고 있는데, 손석희 씨가 집권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뭘 밀어내고 싶느냐는 질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기초질서가 무너졌다. 법을 지키지 않는다. 집권을 하게 되면 기초 질서를 바로 세우고, 법을 지키게끔 하겠다.' 도덕적 헤이가 낳은 것은 정치권과 기업의 이권 개입과 그로인한 비리와 부정 축재/지도층 인사의 각종 비리와 부패로 인한 열심히 땀흘려 번 돈으로 하루 먹고 살기 바쁘고, 상식을 지키고,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치권과 기업인 등의 지도층 인사와 '부'를 이룬 재벌들에게- 상처, 즉 불신과 증오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명박 스스로 이미 사회 근간을 이루는 도덕과 양심과 상식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집권을 하게 되면 기초 질서를 바로 세우고, 법을 지키는 사회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입니다. 참여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조금만 더 세밀히 살펴만 봤더라면 이런 비극의 역사를 낳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세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얼치기 좌파 운동권 386들이 정권을 장악하여 좌파 정책을 추진하고 반기업정서를 확산시켜 5년 평균 4.6%밖에 국가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경제난국을 만들었다는 조중동과 이에 동의하는 이들의 시선.

둘은 참여정부는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IMF와 김대중 정부가 물려준 경기 부양 정책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 없이 4.6%의 견실한 성장을 일구어냈다는 국정홍보처와 이에 동의하는 이들의 시선.

마지막으로 참여정부는 수사적으로는 수구세력과 결연한 전쟁을 치뤘으나 실은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청년실업을 방치하는 등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높은 경제성장률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 규제에 미적거리다가 한국 경제의 체질도 나쁘게 만들었다는 시선.


세 가지 시선 중 마지막 시선에 대한 의견은 어쩌면 이분 말처럼 소수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세번 째 시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시선이 대다수의 시각이며 생각이겠지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전.. 두번 째와 세번 째 사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뭘까요..;;


이명박이 BBK 설립자임을 부인한 것은 그가 자신의 이미지에서 도덕성보다는 '성공한 CEO'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한번 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낫지, 사기꾼에게 속은 멍청한 경영자임을 제 입으로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야망의 세월' 속에 등장하는 가공된 성공 신화의 이미지, 신화는 없다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현대 성공 신화 속 영웅 이미지, 소시민의/봉급쟁이의/건축업자들의 열띤 응원과 기대를 등 뒤로 그는 300억가까운 부를 축적합니다. 92년부터 96년까지 현대 건설의 부실 공사가 부산을 기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이 한 것은 각종 이권과 특혜와 마구잡이 수주로 인한 부실 경영과 뒷돈 챙기기라는 이상한 경제학이었습니다. 이명박이 할 줄 아는 것은 기업을 건실하게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주머니 챙길까, 내 가족 챙길까였습니다. 취임 4주년 기자회견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실물 경제 좀 안다고,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해박한 실물경제지식을 자부하면서 끝까지 경제 대통령임을 내세운다면 그는 자멸의 길로 들어거세 될 것입니다.

'후버는 1929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빈곤에 대한 최후의 승리가 왔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첫 일성을 외치게 되는데 이 후버의 말은 후에 후버 정치철학의 빈곤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장으로 후세에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미국인들은 후버의 이 말이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포퓰리즘성 발언이 될 줄도 모르고, 매우 환호했고 그의 경제적 경영능력을 철석같이 맹신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미국에서 후버라는 이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신화적 경제 상징적 인물이었다. '

대다수의 국민이 이명박 경제 성공 신화의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고, 그를 뽑은 우를 범한 것처럼......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기업가는 오랫동안 개인의 영리를 도모해온 결과 경영 마인드가 사적측면의 이기주의적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공익과 국민봉사를 행해야하는 국가경영과는 사뭇 틀리다. 오히려 그 사적측면이 강한 통치자의 마인드가 사익과 국가이익(공익)이란 두 가지 상반된 카오스의 혼돈에 빠져서 잘못된 정책을 양산할 위험요소가 다분히 있다고 본다.'

후버 대통령의 예시로 볼 때.. 기득권과 강자의 논리에만 맞추고 있는 요즘 이명박 정부라고 고유명사로 붙여 놓은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경제에.. 그리고 가정 경제와 서민 경제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뉴녕

2008.01.13 00:05:20
*.148.250.65

오랜만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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