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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제는 <매트릭스>가 최첨단 영화가 아닌 만큼 다소 시대가 지난(?) 철학자가 되었지만,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보면  닉슨 정부의 워터게이트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예전에는 정치인들이 스캔들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던 반면 요즈음엔 그것이 스캔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인들은 항구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닉슨 등의 워터게이트 관련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것을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의 저지전략'이라고 부른다.


비평과 농담은 원래부터 친화적이기 때문인지, <심슨>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웅변대회 본선에 나가게 된 심슨 가족의 딸 리사는 우연히 하원의원의 비리를 목격하고 준비한 원고를 버린 후 격앙된 어조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썩었다는 요지의 연설을 시작한다.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청중 중에 섞여 있던 요원이 한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건다. "소녀 한 명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잃고 있습니다!" 대경실색한 상원의원은 잇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상원에서, 하원에서 규탄의 결의안에 통과되고 비리의원은 곧바로 체포된다. 리사가 연설을 끝날 때쯤엔 이미 신문에 그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연설을 끝낸 리사가 신문을 보고 외친다. "System works!"

 
소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도 체제가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이도 있었다. 가령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을 보라. 그는 진상규명은 법적 책임을 위한 것이고 정치적 책임은 따로 물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 관련 책임자를 신속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태를 통해 자칫 격앙될 수 있는 민심을 달래는 조처이자, 이 정부는 국민의 생명에 대해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제스처가 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당내 소수였고, 묻혀졌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다른 길을 택했다.


진상규명을 통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전철연은 '순수한 재개발 피해자'가 아닌 외부세력이며 과격시위 집단이다. 그들은 가공할 살상무기를 들고 서울 한복판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정부를 흔들기 위해 용산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사실들 중엔 아마 맞는 것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그 팩트를 그러모아 이 사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사고'가 될 수도 있었던 용산 참사는 그들의 설명을 통해 이 정권의 본질적인 속성을 폭로하는 사건이 된다. 돌려 말하면 그들은 국민에게 반정부적인 관점에서 과격시위를 벌인다면 우발적으로라도 국가 폭력에 의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의 전략은 참여정부의 전략과 닮은 데가 있다. 어찌보면 행정의 미숙함 때문에 일어난 잡음들을 참여정부가 수구기득권의 딴지로 치환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반정부 좌파세력의 정치공세로 치부하니 말이다. 사태가 더 심각한 것은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이 행정의 미숙이 사람의 목숨과 관련이 되어 버렸다는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모든 상황을 권력을 둘러싼 정치집단 간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심하게도 정부가 결연한 의지로 정치투쟁을 벌일 때 반여권 정치세력과 지식인들은 그들을 독재정권, 혹은 파시즘세력으로 치장(?)함으로써 그들의 의도에 놀아났다. 정부는 책임있는 사태해결을 방기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은 그 방기된 몫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 검은색을 칠하기 급급할 때, 남는 것은 애매하게 대립하는 경찰과 시위자들 사이에 쌓이는 감정의 골 뿐이다. 정치가 쓰레기통에 던져진 사회에서, 경찰과 시위대는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작금의 '용산 참사' 정국을 더욱 힘들게 하는 점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용산에서 죽어간 철거민과 경찰에게 애도를 표한다.


체스터 조이스

2009.02.10 00:55:43
*.219.118.5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9.02.10 02:14:43
*.39.59.103

감사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바로 활용했답니다. :)

체스터 조이스

2009.02.10 02:32:27
*.219.118.5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9.02.10 02:54:24
*.39.59.103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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