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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다른 문체 같은 내용

조회 수 824 추천 수 0 2007.10.10 13:21:08

"제가 어르신께 이런 걸 여쭈었던 이유는 제가 보기에 어르신께서는 재물에 대해서 그다지 크게 애착을 갖지 않으신 것 같아서입니다. 한데, 이러는 것은 대개는 스스로 재물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의 경우이죠. 그러나 몸소 그걸 취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그것에 대해 곱절이나 애착을 갖지요. 그건, 마치 시인들이 자기들의 시에 대해서 그리고 아버지들이 자식들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재물을 모은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서 자신들의 작품처럼 열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플라톤, <국가> 1권, 330b-c, 박종현 역)


자수성가하여 자기의 힘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보다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더 관후한 것 같다. 이것은 첫째로 이들은 궁핍했던 경험이 없고, 둘째로는 누구를 막론하고 부모나 시인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 지은 것을 보다 더 좋아하며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쿠스 윤리학> 4권 1장, 1120b, 최명관 역)


이 구절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국가>를 뒤적이다가 같은 부분을 발견했다. 아마도 <국가>에선 저 구절이 핵심적인 논변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케팔로스와 인사를 하는 와중에서 나온 말이라서 잘 기억이 안 났던 것 같다. 하나는 대화편이고 다른 하나는 논증적인 저술이기 때문에 문체는 완전히 틀리지만 내용은 동일하다.


여기서 '관후'라는 말은 '엘레우테리오스'를 옮긴 말인데 본래 '자유인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반면 '인색'이라 옮기는 '아넬레우테로스'는 그 부정형으로 '비자유인적인'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관후함은 인색함과 방탕함 사이에 있는 재물에 관한 중용의 덕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리스인은 적당한 곳에 돈을 잘 쓰는 사람을 '자유인답다'고 칭했고 돈에 벌벌떠는 사람을 '노예스럽다'고 불렀던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같은 내용으로 더 유명한 구절은 따로 있다. 이것은 말이 같은 내용이지 일종의 패러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이 호메로스를 비난하기에 앞서 변명(?)하는 말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똑같이 흉내내는 구절이다.


"말해야겠지. 비록 어릴 적부터 호메로스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일종의 사랑과 공경이 나로 하여금 말하지 못하게 말릴지라도 말일세. 그분은 이들 모든 훌륭한 비극 시인들의 최초의 스승이며 지도자였던 것 같기 때문일세. 그렇지만 진리에 앞서 사람이 더 존중되어서는 아니 되겠기에, 내 할말은 해야만 하겠네." (플라톤, <국가> 10권, 595b-c, 박종현 역)


하기는 우리 자신의 친한 벗들이 형상이란 것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탐구는 매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러긴 해도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정분마저 끊어버리는 것이 좋은 일이요, 또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물며 우리가 철학자 곧 지혜를 사랑하는 자임에랴. 벗과 진리가 다 같이 소중하지만 우리의 벗들보다 진리를 더욱 귀히 여기는 것이 경건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쿠스 윤리학> 1권 6장, 1096a, 최명관 역)


여기서 형상은 '에이도스'를 옮긴 말인데, 이 말은 영어로는 form이라 옮기는 말이고, 여기서는 사실상 이데아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플라톤의 말은 저 유명한 '시인추방론'에 앞선 것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술은 '선의 이데아'를 논박하기 이전의 것이다. 스승이 제자에게 참 좋은 것(!)을 가르쳤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hyun

2007.10.10 20:54:57
*.99.83.104

불교사상의 가르침 중에는 "나그네길에서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벗이 되지 말라." 뭐 이런 말도 있는데, 외로워서 말이죠...

시만

2007.10.10 23:01:24
*.197.246.159

hyun / 저도 오래 전부터 들어 온 말인데, 두렵고도 궁금한 건 그럼 어리석은 자(들)는 어떡하나 하는 겁니다...;;;

hyun

2007.10.11 02:28:44
*.99.83.104

앗, 제가 뭐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고 말할 처지는 못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물어보시니 제 생각은, 이미 내가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어리석지 않은 건 아닐까요. 그 지점부터 그체적으로 생각하고 행위로 연결하고, 깨지고 또 나아가 보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거고, 그렇게 마음 공부를 해 나가다 보면 주어진 상황을 큰 틀에서도 보게 되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또 어이쿠! 하기 일쑤이면서 또 그렇게..., 저는 개인적으로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부족했다는 것을 언제나 느낍니다.

fjkd

2007.10.11 19:41:41
*.131.47.98

시만/내가 젤 똑똑해질 때까지 공부잘하는 애 한넘씩...

시만

2007.10.11 22:30:29
*.197.246.159

fjkd / 덜덜덜...(실은 들켰다 싶기도;;;)
hyun / 마지막 말씀이 찬으로 부럽다는...

하뉴녕

2007.10.11 22:48:33
*.176.49.134

아, 이 포스트 작성자가 이해할 수 없는 댓글들....(먼산)

hyun

2007.10.11 23:27:29
*.99.83.104

동의합니다.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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