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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윤용태를 눈여겨 봐야겠다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07.01.23 23:21:33
광통령과 마틀러의 싸움, '성전' 관련 동영상을 뒤져봤다.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배꼽빠지게 웃었다.

사상 최초의 비-테란 본좌인 마재윤을 경이롭게 지켜보면서도,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팬으로써 강민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강민은 프로토스로써 유일하게 (아주 잠깐이나마) 본좌급의 포스를 뽐낸, 프로토스 역사의 가장 윗줄에 남을 프로게이머다. 3차 성전 역시 허무하게 끝났지만 4차 성전이 발발한다면 나역시 광렐루야, 아민을 외쳐댈 것이다. 하지만 좀더 세밀한 취향으로 들어가면, 강민의 플레이 취향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박정석을 가장 좋아한, 증빠였다. 강민이 프로토스 역사상 최고의 게이머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초반에 사업 드라군의 현란한 컨트롤로 적의 예봉을 꺾고, 조합을 갖춘 후 절묘한 싸이오닉 스톰으로 적을 아작내버리는 박정석식 테란전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드라군의 저능함을 고려한다면, 사실 스타리그 역사상 최고의 컨트롤러는 임요환이 아니라 박정석이라는 몇몇 프로토스팬들의 항변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박정석의 물량은 테란으로 치면 이윤열의 물량과 비슷하다. 자신은 앞마당 최적화로 병력을 뽑고, 적절한 시점에 적과 교전하여 컨트롤의 우위로 상대방의 병력을 착실히 줄여주며 병력의 우위에 서는 그들의 물량은 '상대적 물량'이라 볼 수 있다. (그에 비한다면 프로토스 박지호나 테란 최연성의 물량은 '절대적 물량'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저그전에 약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저그는 자신이 조합을 갖출 때까지 프로토스 주력병력과 교전을 할 필요가 없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사실, 박정석 선수가 보여주었던 그동안의 대 저그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허들을 그때그때 넘기 바쁜 단거리 주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질럿으로 저글링 생산을 강요하고, 기적 같은 질럿 컨트롤에 의존해 저글링을 잡아낸 후 테크트리 확보에 성공하면 승리, 컨트롤 미스로 질럿을 잃으면 패배라는 정통 프로토스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sylent님이 서술한 저 '정통 프로토스의 극단적인 모습'의 저그전을 더 좋아했다. 이제 와서는 더 이상 저런 패러다임으로는 저그를 이길 수가 없게 되었음에도. 하지만 몇 차례 '강민질'을 하다가도, 아니 몇차례 '강민질'을 해서 상대방을 현혹시켰기 때문에 가끔 하드코어로 저그를 바를 수 있는 그의 처지를 나는 좋아했다.

그러나 박정석은 더 이상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여전히 컨트롤이 녹슬지는 않은 것 같고, 그래서 사용하는 유닛이 같은 동족전(플플전)에서는 발군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두달쯤 전 프로리그에서 나온 오영종에 대한 박정석의 역전승은 정말 미스테리어스한 것이었다.) 타종족전에서는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저그의 시대에, 저그에 대해서만 고민하다보니 그는 테란전에 대해서도 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 원래부터 그리 자신감이 충만한 타입은 아니었던터라, 이쯤되면 그의 부활을 점치기도 힘든 시점이다.

내가 아무리 박정석을 오랫동안 좋아했다 한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박정석이라는 프로게이머의 어떤 특질을 좋아했지, 박정석이란 인간 자체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지지의 대상을 바꿔야 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전역 후 스타리그 경기 자체를 몇 개 못 봤기 때문에 아직 누구로 말을 갈아타야 할지 자료도 없지만 요샌 윤용태라는 프로토스 게이머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다. 어디선가 그를 "전투불패의 뇌제"라고 칭했던데, 이 표현은 사실 내가 박정석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듀얼토너먼트 결승전에서 최연성을 꺾을 때를 보면, 그는 적어도 테란전만큼은 박정석과 비슷한 틀에서 운용하는 것 같다.







sylent

2007.01.24 18:20:28
*.188.31.108

지금의 윤용태 선수는, 임성춘-박정석-박지호-박영민으로 이어지는 정통파 '인파이터' 스타일과, 기욤-김동수-강민-오영종 라인을 타고 내려온 변칙파 '아웃복서' 스타일과는 또다른 기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겁없는 기세로 상대에게 거칠게 들이대지만 정교한 맛이 2% 부족한 '스트리트 파이터'라고 할까요? 그래서 숨통이 화~악 트이는 경기를 종종 보여주죠. 흐흐.

하뉴녕

2007.01.25 00:58:06
*.91.80.36

역시 프로토스의 매력은 '들이대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강민이 좋기는 하지만, 사실 강민 스타일은 프로토스가 강했더라면 마재윤의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홍진호를 대체할 프로게이머를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는, 피터지는 로망을 좋아하는 30대팬들이 주위에 많은데, 저는 참 그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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