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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쓰다보면 저런 식으로 약속처럼 머리말을 달고 쓰는 경우가 있다.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올린 것. 흥분했을 나 자신을 상상하니 굉장히 낯설다. 시차는 기껏해야 4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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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이라는 작자가 서프라이즈에 노골적으로 "일석이조론"과 "역할분담론"을 천명했다. 이것은 몇몇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이다.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한국인의 비윤리성을 개탄할 뿐만 아니라, 이들 한국제 마키아벨리스트들의 덜떨어진 수준을 규탄한다.


파병반대를 외치는 사람을 노무현에 대한 관점으로 구분한다면, 세종류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애초에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인데,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에 크게 분노하는 사람.

-둘째, 애초에 노무현을 지지했으나, 이번 결정에 크게 분노하여 앞으로 다시 고민해볼 사람.

-셋째, 애초에 노무현을 지지했고, 이번 결정이 그릇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대통령 노무현을 지지할 사람.


묻겠다. 이 세 종류의 사람들에게, 파병반대 운동은 어떤 차이를 가질 수 있는가? 혹은 가져야 하는가?


이라크전쟁을 학살로 규정하면, 마땅히 파병반대를 해야하고, 파병반대를 하려면 파병에 찬성한 행정부를 비판해야 한다. 게다가 이것은 행정부 수반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이다. "노무현 비판"없이 "반전"이나 "파병반대"를 어찌 외칠 수 있는가?


진보누리 사람들이 일부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노무현을 반대하는 진보누리의 당파성 때문이 아니라, 마땅한 것을 마뜩치 않아하는 그대들의 당파성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노무현을 혐오하는 좌파들의 당파성이 깃들어 있다 할지라도, 그대들은 비판할 게재가 못된다. 왜? 이 일은 노무현을 혐오하지 않는 좌파들이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일,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무현 지지자들이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사실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위 "진정성주의자"들이 궁예처럼 관심법을 가지지 않은 바에야, 여기에 어찌 시비를 걸 수 있는가? 노무현 지지자 누구는 노무현을 주황이라는 작자만큼 좋아하지 않아서 노무현을 비판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지극히 인륜적인 지적은 그들에게 아무 감흥도 주지 않을 것임을 나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식으로 말해 보겠다. 주황을 비롯한 노무현 지지자 몇명은, 자기 말대로 운동권 짬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자신들이 국내정치를 두고 장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물론 실용주의자인 내게도 그건 간혹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얘들은 마키아벨리즘을 잘못 배웠다. 사실 나를 가장 열받게 하는 건 이들의 비윤리성이 아니라 덜떨어짐이다. 일상이 음모론이다 보니, 음모소설도 제대로 안 읽어본 걸까?


마키아벨리즘의 본질은 "진실한 척" 하는 것이다. 대놓고 꾸미는 음모에 누가 속겠는가? 미쳤냐? 정말 당신들이 "일석이조론"과 "역할분담론"을 믿는다면, 누구보다도 나서서 진실하게 (보이게) 반전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무현을 코뼈도 못 추리게 박살을 내면서!


그런데 이건 뭔가? 대중들 앞에서 "우린 이런 음모를 꾸며야 하오~"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긴팔원숭이 재롱떨기다. 이들은 "역할분담"을 믿는게 아니라, 단지 노무현 지지자들 앞에서 노무현을 비판하는게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내가 장기를 두고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음모이론을 유포한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이 음모이론을 소비하면서, 반전 운동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건 음모라고 부르지 않는다. "음모빙자사기죄"를 신설해야 할 판이다.


다시 묻는다. 정녕 반전을 원했고, 노무현 지지자들이 동참하지 않을 것 같았다면, 왜 개인메일을 보내지 않았는가? 왜 집단적으로 메일을 보내, "이것은 역할분담이다. 우리 일석이조 효과를 내자. 좌파떨거지들보다도 적극적으로 반전운동 하고 노무현을 X나게 씹어라! 그게 노무현도 살고 우리도 사는 길이다!!!"고 외치지 않았는가? 왜 누구나 보는 게시판에 "역할분담론"을 싸질러 놓는가?


별 수준낮은 따라지들 다 보겠다. 모름지기 마키아벨리스트라면 대북송금비리 같은 것이 드러났을 때엔 무조건 특검제에 찬성해야 한다. 왜? 이 사건을 진실규명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그런 일이 다반사라고 믿게 되므로! 마키아벨리스트가 그러면 쓰나? 이 일 철저히 규명하고, 다른 경우엔 이런 일이 없다고 대중들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보드리야르가 분석한 "시뮬라크르의 저지전략" 아닌가? 그런데 이 녀석들 뭐라고 했던가??


이 어설픈 마키아벨리즘은 바로 "진정성주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즘은, "보이는 행동이 똑같으면 진정성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노무현 광신도가 노무현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노무현을 후려치며 반전운동을 한다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그 사람을 반전운동 동참자로밖에 판단할 수 없다. 이것이 마키아벨리즘이 존재할 수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고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므로 "진정성주의"는 닭짓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들 어설픈 마키아벨리스트들은, "보이는 행동이 똑같아도 우리는 관심법으로 노무현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치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마키아벨리즘이 "노무현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진정 윤리적인 행동"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무슨 경로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다. 윤리적인 행동은, 계산을 잘못해서 약간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악의가 없는 이상 크게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마키아벨리즘을 철저히 숨기는데 실패한다면, 그건 뼈도 못추리게 밟아줘야 한다. 그게 인간사의 거대한 법칙이요 순리다. 악으로 선을 이루겠다는 편법이 그렇게 편한 길인줄 아는가? 따라지들아, 밟히면서 배워라!!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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