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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딴지일보 기사 리플에 대한 답변

조회 수 1507 추천 수 0 2009.08.28 23:43:20

2009/08/27 - [정치/분석] - [딴지일보] 김영삼을 위하여

에 달린 여러 리플들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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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입니다. 여러가지 의문에 대한 답변..
한윤형 | 2009-08-28 오후 6:52:55
212회 조회 | 4점

리플 보신 분들은 알텐데 리플에 덧글로 대략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복되는 것들도 있고, 덧글로 달아가지고서는 보는 분들이 별로 없는 듯하여 별도로 씁니다.

총론: 이 글은 당연히 ‘낚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쓴 글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일부러 낚으려고 한 것은 아니구요. 몇몇 분이 지적했듯이 현재 우리가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민주-반민주 구도가 어떤 지점에서 부적절해지는지를 ‘김영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추적하려고 했던 글이 맞습니다. 다만 제가 미리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김영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다 보니 저런 결론이 나오더라...는 식으로 된 겁니다. 앞부분이 불필요했다거나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입니다. 글이란 건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맞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그 외에는 본문 순서대로 논점 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경제발전에 있어서 박정희의 공로에 대한 문제: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대한 공로를 당연시한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불쾌감을 표시하셨습니다. 제가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대한 공로가 인정되었다, 라고 언급할 때 그것은 한국 극우파들이 그러는 것처럼 한국 경제발전의 원인을 전적으로 박정희라는 개인의 영웅적인 능력과 카리스마에 두려는 의도는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제발전은 박정희의 공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한 탓이다.”라는 이 게시판에서 통용되는 상식적인 진술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발전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최종적인 심급으로 따진다면 당연히 국민 모두에게 그 공로가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말면 그건 원인 분석이 아니지요.

이건 민주화 논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본문에서 언급한 “인터넷 담론”에서의 “질퍽질퍽한 논의”란 일부 김대중을 싫어하는 네티즌들의 논증, “민주화가 김대중 덕이냐, 국민 모두의 노력 탓이지.”라는 진술과 그에 대한 반대 진술들의 논쟁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 모두” 드립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지요.

어떤 이들이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장하준의 논의를 다시 한번 언급한다면, 1) 자본주의는 원래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체제고, 2) 사실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자를 착취한 건 마찬가지이나, 3) 노동자를 착취한 모든 국가가 경제발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킨 건 박정희가 아니라 YH 여공들이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일견 맞는 말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YH 여공들이 있는데도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 사회가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못하지요. 그런 점에서의 공로는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누가 하더라도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느냐?”라고 까지 간다면 또 복잡한 논의가 되겠습니다만 이에 대해선 일단 생략합니다. 물론 다른 누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걸 했다면 더 대단한 일이겠습니다만, 다른 누군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했다고 해서 공로가 없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세상엔 언제나 일을 망쳐버릴 가능성이 존재하니까요. 이는 김영삼 하나회 해체에 대해 말하면서도 나올 얘기가 되겠습니다.

2. 쿠데타가 불가능해진 것은 하나회 해체가 아니라 87년 항쟁 탓이다.
민주화 항쟁으로 군부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선거를 통한 정권을 수립한 후에도 군부 쿠데타로 정국이 엉망이 된 경우는 제3세계에 꽤 많습니다. 어느 분은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테니 안 되는 말씀이라고 하시는데, 어차피 남한 땅에서는 친미정권이 친미정권으로 바뀌는 일만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상관했을 수도 있고 상관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쿠데타 세력이 솜씨좋게 정국을 장악한다면 일단은 관망을 하다가 국민적 저항이 뒤따르면 정권을 내놓으라고 권고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다가 그 신신군부가 김대중을 죽이려고 한다면 또 다시 제동을 걸거나 정도는 했겠지요. 미국이 한국 정치사의 세세한 국면을 다 컨트롤 하지는 않습니다. 87년 이후에도 쿠데타가 일어났다면 그 성공 여부나 그 후 전개와는 상관없이 꽤나 혼란스러운 일들이 있었겠지요. 여하튼 대한민국은 그런 가능성은 비껴나갔습니다.

어느 분 말대로 87년 6월 항쟁부터 97년 수평적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한국에서의 군부 쿠데타를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온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회 해체는 분명 그 과정에서 있었던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지요. 저 역시 본문에서 ‘하나회 해체’와 ‘수평적 정권교체’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한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적었습니다.

3. 1) 하나회 해체는 깜짝쇼이며, 쓸데없는 일이었다. 2) 하나회 해체는 국민적 지지를 통해 이루어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가 보기에는 두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1)에 대해서 말하자면, 물론 김영삼이 한 일은 모두 깜짝쇼였죠. 총독부 건물이랑 남산 외인 아파트 폭탄으로 날리려고 1,100억원 들인 사람이니까요. 저는 깜짝쇼냐 아니냐를 따진 것이 아니라 그 일의 효과를 따졌습니다. 하나회 해체는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설령 그것 없이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그렇습니다. 군부 내에서 사조직이 가동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죠. 인사 문제라든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폐해를 발생시켰을 겁니다. 그리고 ‘문민정부’ 시대에 군에 대한 민주정부의 통제력의 우위를 증명한 사건이 과연 상징적으로 사소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2)도 사실이 아닙니다. 하나회 해체는 국민적 지지나 압력을 통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진 일이 아닙니다. 그건 노태우 비자금 수사나 5.18 특별법 정도에 대고 할 수 있는 말이죠. 왜냐하면 김영삼은 집권하자마자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그 다음에 어떤 사람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불현 듯 육군 참모총장부터 경질하며 군부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가 의지적으로 추진한 일이 맞습니다.

4. 그의 임기 초기엔 김영삼을 지지한 사람보다 김대중을 지지한 사람이 더욱 신바람을 냈다, 호남지방에서 80%의 정책수행율을 보였다, 호남사람들이 김대중에 대해서만 편향을 가지고 김영삼에 대해 부당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오해할 정도였다, 등등의 정보가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

이런 근거를 적을 때에는 당연히 자료를 찾아보고 씁니다. 리영희 선생의 ‘경의를 표한다’ 드립까지 포함해서 저 내용들은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93년 초를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기억에 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정리해서 썼습니다. 인터넷 기고문의 특성상 별도로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5. “김대중은 김영삼의 식견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김영삼은 김대중이 대통령이 될 경우 군부가 다시 발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후의 역사는 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비판이 합당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주장이 카더라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첫 번째 문장은 87년 단일화 실패에 대한 두 사람의 후일담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견해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다소 단정적인데, 김영삼의 경제/정책적 식견이 심히 부족했음이 드러났음을 보여주는 그의 통치기간과, 김대중이 소수파 출신에 다소의 소심함이 결합하여 군부 독재정권에 관대했음을 보여주는 그의 통치기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담은 것입니다. 물론 이미 김영삼 시절에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김대중은 대선 선거기간에도 전두환 세력과 협력을 꾀했고, 집권 기간에도 전두환 세력을 지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을 전직 대통령으로 청와대 만찬에 초대하여 정치적으로 복권시켰구요. 전두환이 전국에서 여는 불교 법회들에 대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두환은 심지어 목포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법회에 참석하여 연설했는데, 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 김대중 정부는 대단히 노력했습니다. 이런 정황은 김대중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이었던 정치학자 고 전인권 박사가 신동아 1999년 3월호에 기고한 “전두환-5공세력, 역사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에 나와 있습니다.

6. 김대중이 (92년에?) 집권했다 하더라도 하나회 숙청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물론 김대중은 못했을 것이라고 전적으로 단정하는 것도 타당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반 상황은 살펴봐야겠지요. 일단은 87년과 92년의 차이가 있는데요. 김대중이 87년에 집권할 수 있었다면 그건 민주화세력의 승리였을 것이기에 꽤나 의욕적인 정치가 가능했겠지만, 92년의 김대중은 이미 (3당합당 이후의) 반호남 연합에 포위된 정치적 소수파의 신세였습니다. 집권했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대중 집권하면 군부가 발흥한다, 류의 이야기는 군부의 공작정치에 가까웠고, 이를 수용한 김영삼의 태도도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92년의 승리자가 김영삼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도 높은 군부개혁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견해는 별다른 것은 아닙니다. 이는 93년도에 리영희 선생도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바 있는 사실이지요.

7. 군부독재세력과 야합하면 민주화세력이 아니게 된다, 류의 견해.

일면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좀비 때려잡기의 방법론이죠. 저도 김영삼의 3당합당이 군부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구별을 흐트려놓은 역사적 폭거라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이 사건 이후에는 민주화라는 구별법만으로는 정국을 보기가 대단히 어려워 졌다는 겁니다. 김영삼을 따라 정치에 입문했다가 노무현처럼 강단있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신한국당으로 흘러간 의원들 중에는, 민주당 의원들 찜쪄먹을 정도의 개혁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제정구 의원을 포함해서요.

만일 이런 맥락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좀비와 접선한 너희들은 좀비, 즐! 이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욕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 기획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원칙론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정치공학적으로만 따지면 민주당의 호남의원들과 다소 거리를 취하면서도 한나라당의 개혁적 의원들을 데려오겠다는 기획이었습니다. 실제로 개혁당에 이부영, 김부겸 등 의원 다섯명이 왔지요.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나라당 또라이들과는 같이 할 수 있으면서 동교동계 의원들과는 같이 못하겠다는 거냐, 라며 분통을 터트리며 그 사람들을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참여한 과오는 과오이지만 그 다섯명의 수준은 대개의 민주당 의원들보다는 나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여튼 그런 식의 ‘좀비주의’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선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본문의 중반 부분에 써놓은 얘기가 그겁니다.

세부논점 말고 이 논의를 거부하는 정서에 대해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영삼에 대한 재평가는 그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긍정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저는 본문에서 “그의 지독한 자기중심성과 경제정책에 대한 낮은 식견, 즉 인격과 지성에 대한 박한 평가는 정당하다 치더라도, 민주화에 대한 그의 공로를 부인할 수 있는지를.”이라며 구분했습니다. 김영삼은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민주화를 자신의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김대중 집권 시절 김대중이 독재자니 뭐니 떠들 수 있었던 거겠지요. 그의 지성은 김대중 노무현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겠지요. 하지만 그것과 업적에 대한 평가는 별개입니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김영삼이 오히려 노무현보다도 확실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업적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시대의 성과들은 이명박 시대 이후 많은 부분이 되돌려졌고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남겨주고 있습니다만, 김영삼은 IMF라는 과가 명백하게 우리의 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공 역시 후임들에 의해 뒤집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더 쉬운 시기에 더 높은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을 수행한 그의 복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격이나 매력의 면에서 그가 노무현보다 낫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윤리과 결과에 대한 평가라면, 이런 식의 비교야 말로 ‘카더라’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되겠지요.

아 그리고 정말로 마지막으로, “니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다.” 드립에 대해 한마디만 할게요. 저는 83년생입니다. 다만 또래보다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남들 기억 못하는 것도 많이 기억을 하고 있고 나중에 책을 찾아보고 정리한 것도 있고 그렇지요. 제가 경험 드립에 대해 기분 나빠한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세대와 토론해본 제 ‘경험’에 의한다면, 그 드립은 자승자박입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는 틀림없이 여러분에게 북괴의 간악함이나 전후 경제사정의 어려움에 대한 ‘경험’은 쥐뿔도 없으면서 텍스트만 펴놓고 독재자들을 허황되게 욕한다고 말할 겁니다. 이에 대해 ‘경험’ 드립 치는 분들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은, 결국 그 세대 전체를 독재자들과 내통한 것으로 규정하고 욕하는 것 뿐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식의 광범위한 비난이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슨 해결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차라리 ‘경험’ 드립 자체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정도로 정리하는 편이 낫겠지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asianote

2009.08.28 23:48:21
*.133.68.81

정말 매서운 반론이군요. 진짜 글을 볼때마다 감탄!!! 그나저나 빨리 써 드려야 하는데, 2일 남았군요.

하뉴녕

2009.08.29 01:18:28
*.237.168.12

ㅎㅎㅎ 미리 감사드릴테니 틀림없이 쓰세요. ^^;

YellowGod

2009.08.29 01:09:22
*.35.250.68

상대를 찍어 누르려는 반론이 아니라서 마음에 드네요.
그래도 글을 쓰기 전에 둘 이상의 자료를 확인하고 쓰시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하뉴녕

2009.08.29 01:19:17
*.237.168.12

제 글의 성격 자체가 (대개) 다소 비약이 있는 평론이라 상대를 찍어 누를수는 없어요. ^^;;;

zeno

2009.08.29 01:43:38
*.136.141.100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ssy

2009.08.29 03:09:15
*.109.151.202

이정도의 AT필드를 '굳이' 찢고 들어오려는 것들도 있겠지.. ㅎㅎ
('김영삼을 위하여' 포함), 글 잘 읽었다네. 꾸벅.

김사과

2009.08.30 22:51:08
*.223.124.134

"비밀글입니다."

:

한걸음

2009.08.31 14:55:49
*.134.253.94

글 잘 읽었습니다만, 그래도 몇 가지 찝찝(?)스런 것이 남아서요.

그럴리야 없겠지만 아주 어린 학생들이 님의 글을 읽는다면 '전두환-김영삼'으로 직행한 줄 오해할 소지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김영삼 이전에 '속이구 선언'과 부정선거 의혹 등을 배경으로 집권한 사실상 전두환의 후계자인 또 하나의 군인 출신 '물태우'에 대해서는 존재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서 별도 언급할 의미가 없지만, 전두환 직후 서슬퍼렇던 군부와 하나회를 김영삼이 손본 것이 아니라, 간신히 눈가리고 아웅하다시피 하여 집권한 물태우 정권이 무능과 부패로 임기말에는 사실상 식물정권이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변인이라 생각합니다.
즉 정치 군인들이 한창 창창하게 잘 나갈 때 김영삼의 문민 정부가 군인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 준 것이 아니라, "'군 출신'은 이제 더 이상 안되겠구나.." 하는 암묵적 공기가 사회적으로, 군 내에서도 어느 정도 팽배하게 퍼져 있는 분위기였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3당 합당으로 광주 학살자들과 한 편이 된 김영삼이 노태우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92년 대선에서 포스터에 내건 슬로건이 '군인정권 종식'이었으니, 그에게는 최초의 문민정부(-민주정부가 아닌)가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줄 사건이 필요했을테고요.

보다 뚜렷한 '공'과 '과'가 있으니,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인정해 주자는 주장은 일견 객관적인듯 보이지만,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가 어느 선 상에서 출발했는가 역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도 뻔한 얘기지만 독립군 잡는 일본 장교에서 남로당 빨갱이로,그러다가 쿠데타로 권력을 틀어쥔 자에게 '경제 성장'의 딱지를 붙여 주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인정하자는 것은 그저 '잘함일 뿐'이라는 말에 다소 쌉싸름함을 더한 표현인 것만 같아서요.

아마 님의 글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그러한 기회주의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간과되는 것 같아서 불쾌함을 느꼈을 듯 합니다.
'운이 좋았던 기회주의자'의 긍정적 부분을 평가하자는 것은, 과에서 시작된 공으로 과를 엎자는 소리로 들리니까요.

늘 냉철한 사고, 잘 훔쳐보고 있습니다~!

하뉴녕

2009.08.31 15:30:34
*.49.65.16

예 감사합니다.

super-nova

2009.09.01 05:03:00
*.74.234.136

아, 훌룡합니다. 가끔씩 와서 글을 보는 뜨내기이지만 이런 식의 사고와 글쓰기는
정말 제자신에게 '나이만 더 먹었지. 인생 헛 살았구나' 하는 자괴감을 안겨줄 정도네요.

사담입니다만, 요근래 글쓰기가 조금은 유(柔)해 지신것 같은데 이게 저같은 사람에게 조금 더 접근하기 쉬운 어떤 루트를 제공하는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 글들을 보고 조심스래 제 의견을 개진할뻔 하다가도 '혹시나 (오독으로 인해) 개무시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위의 YellowGold님 처럼 '상대방을 찍어 누르려 하지 않는 반론' - 물론 날카로운 분석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 은 그래서 저같이 소심한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하뉴녕

2009.09.02 18:36:48
*.49.65.16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책작업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읽힐까 고민을 한 게 효력이 있나 보네요...좋게 봐주셔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레몬

2009.09.02 18:27:49
*.6.4.74

감탄!! 오늘 또 하나의 보물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네이트같은 포털사이트에서 ys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죠
(빨리 죽어라.. 등)

일반사람들이 정세를 한나라-반한나라 구도로 단순도식해서 보는것같아 안타깝기 짝이없습니다.

하뉴녕

2009.09.02 18:36:58
*.49.65.16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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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펌] 딴지일보 주대환 인터뷰 [2] 하뉴녕 2008-01-19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