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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시민단체의 감성주의

조회 수 971 추천 수 0 2004.07.16 23:17:00
이 글 역시 직전 글인 "이명박과 노무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 보면 비판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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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의 “열우당 봐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번에 참여연대는 경실련조차 강도 높게 비난한 분양가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 “분양가 원가공개를 하고 말고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침묵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여성단체들이 박근혜 패러디 포스터에 침묵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사안을 정리해 보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분양가 원가공개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들이 죽일 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분양가 원가공개가 그들의 총선공약이었다는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의 근거로 제시한 “분양가 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라는 말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여연대는 그간 분양가 원가공개를 주장해 온 집단이다. 평소의 참여연대라면, 정부의 이런 결정이 “개혁의 후퇴”이며 “서민생활”을 돌보지 않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분양가 원가 공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원가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이러이러한 식의 시스템을 갖추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물론 옳다. 그러나 옳지만 하나마나한 말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가령 친일파진상규명법에 대해서도 군경의 범위가 어디까지 되니 하는 것들이 문제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 더한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친일한 이들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있으며, 만일 청산이 이루어졌다면 군경의 범위 어쩌구 문제는 문제에 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단번에 분양가 원가 공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시스템 개혁을 이룩할 수 있는가?


특정한 정책은 언제나 문제의 본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의지에 대한 시금석은 된다. 분양가 원가 공개도 처리못하는 정부가 재벌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믿을 수는 없다. 친일파진상규명법도 처리하지 못하는 것들이 전사회적인 역사서술을 올바르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듯이 말이다. 한마디로, 참여연대의 말은 하나마나한 소리이며, 정권 비판을 피하기 위한 기동일 뿐이다. 왜 그래야 했던가?


두 번째 사안인 청와대 홈페이지의 박근혜 대표 패러디 사진 게재 사건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올린 사진에 대해 청와대가 왜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 멍청한 혹자에 대한민국 국무총리도 포함된다는 변고를 들었다.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 패러디 게시물이 청와대의 우수게시물로 뽑혀 메인화면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야당에 대한 전투적인 인식의 소산일 뿐더러, 그 이전에 그들로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징그러운 남성중심성의 발언이다. 여성단체라면 이러한 사건에 대해 격렬한 비난을 퍼붓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논평하나 없었다고 한다. 정치적 성향이 수구적이면 여성단체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인가?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가설이 있으면 제시해 달라.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다. 단 하나, 시민단체들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감성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올바른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수구정당은 세게 때리고, 개혁정권(?)은 살살 봐주는 것을 ‘올바른’ 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운동권 문화의 부정적 유산은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떠들던 노빠들은 이 기회에 시민단체와 열우당 당직자/국회의원들 간의 선후배 관계나 조사해 보시는 것이 어떤가? 거기에도 ‘운동권 인맥’은 절절하게 있을 거다.


시민단체들의 감성주의가 이 정도일진데 일반인들의 의식은 어떠하랴. 노무현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양비론’을 사용하지 말라고 흔히 주문한다. 그들 입장에서 그런 식으로 섭섭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상대평가를 해달라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평가 역시 어떤 행위의 변별을 통해 이루어진다. 적어도 노무현 대선자금의 규모가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규모의 1/8쯤 되더라, 뭐 이런 식의 행위의 차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겨우 성립하는 말이다. 이 경우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것인지도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모른다. 가령 “불법대선자금”이란 카테고리에선 두 당이 같이 잡히는 것이고, “불법대선자금의 규모”란 카테고리에선 두 당이 차등을 보이는 것일 것이다. 이중 어느 카테고리를 중히 여기는 가에 대해서도 ‘판단의 차이’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노빠들이 “불법대선자금”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한나라당을 비판하면서,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카테고리 미스테이크, 즉 범주오류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의 무식을 민주노동당의 당파성으로 치환해 버린 그들의 업적에는 깊은 찬사를 보내는 바다. 그런데 노빠들이 언제 범주를 제대로 찾은 적이 있었던가? 그들은 “차떼기”가 아니라 “다이너스티떼기”라고 말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친히 자기도 “티코떼기”는 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확하게 같은 행위’에 대해서 판단에 차등을 두는 것은 어찌 이해해야 할까. 이 경우엔 양비론이니 뭐니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억울한 일이다. 언젠가 유시민 의원이 민주노동당 의원들더러 열린우리당만 비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다. 무슨 소린가 해서 기사를 읽어보니 그때에 열린우리당이 어떤 행위를 했고, 그 행위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비판을 했더라. 한나라당은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한나라당까지 비판하겠는가? 사실 한나라당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이분들은 자기들 편할 때는 “양비론”도 요구한다.


가치기준의 차이는 그 다음이고, 일단은 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윤리적으로도 그게 올바르고, 실리적으로도 그게 올바르다. 어설픈 관심술 쓰면서 고뇌를 이해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배반' 뿐이다. 지지자가 정당에게 영향을 주는 수단이라곤 비판과 지지철회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이 보수 회귀했을 때 비판하지 않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끼어 사멸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 사실 자체는 나같은 사람에게 아쉬울 것이 없으나, 그들의 굴절된 정치의식이 한국 사회에 가져올 악영향은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한나라당 지지자 앞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상대적 차이를 통해 전체 수질 개선을 하자고 선언했던 당신들이, ‘서로 서로 더러워지기 게임’에 종사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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