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명박과 노무현

조회 수 988 추천 수 0 2004.07.09 23:11:00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울림이 없이 끝나 버렸지만, 그렇다고 글쓰기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내가 탄핵 운운할 때, 어떤 노빠들은 내 주장을 대놓고 조소했지만 그들보다 비교적 선량했던 다른 많은 노빠들은 자기들 블로그에 틀어박혀 이명박 욕이나 해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꼴은 못본다. 그들의 안온한 일상을 방해하는게 내 윤리의식이 걸맞다. 그리하여, 이런 글이 나온다. 진보누리에 올렸던 건 확실한데 미디어몹에도 올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

이명박은 민선 서울시장이 된 이후 청계천 복원, 노점상 철폐, 강북 뉴타운 건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버스 노선 개편 등 굵직굵직한 일을 해왔다. 그 모든 일은 환경과 하층민들에게 해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에게도 실소를 자아낼 만큼 사리에 어긋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은 충분히 비판받고 있다. 아니, 충분히 비판받지는 않는지 몰라도, 적어도 비판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이명박을 씹고 있는데 느닷없이 "내가 뽑은 서울시장이야!"라며 나도 가지고 있는 그 흔한 투표권을 자랑하는 사람도 없고, "대안을 말해봐! 대안을!"이라고 말하면서 쿠데타를 선동하는 사람도 없다. (헌법에 엄연히 탄핵 이후의 절차가 나와 있는데 대안을 만들어서 옹립하라는 얘기가 쿠데타가 아니고 뭔가?) 노빠님들 중 일부는 (요새 내가 노빠들을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다는 지적이 많아서, 한동안 존칭을 붙여드리기로 했다.) 자기 블로그에 틀어박혀서 노무현이나 김선일 얘기는 입도 벙긋 안 하고 이명박이 왜 나쁜 놈인지에 대해 설교를 하신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교통연대라는 단체가 이명박의 교통정책을 강력 규탄하고 서울시장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인가 싶어 면면을 보니 지하철 버스 노조에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민주노동당이 슬쩍 얹혀 있는 식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노빠들은 민주노동당이 걸핏하면 '퇴진'이란 구호를 내거는 것이 유권자를 기만하는 일이며, 대안없는 비판이며, 행정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 논거를 따른다면 민주노동당은 서울시민들을 기만하고 있고, 대안없는 비판을 하고 있으며, 행정에 지대한 방해를 주고 있다. 이명박의 실정은 아무리 잘 봐줘도 정책적인 것이다. 함부로 퇴진을 말할 사유는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 단체와 민주노동당은 퇴진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 어떤 노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열린우리당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노빠들의 위의 논거는 모조리 다 부활할 것이며, 이명박과 싸우는 것은 "대통령 흔들기"라고 규정될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역시 함부로 퇴진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구호를 내걸기 전에 당내에서 좀더 많은 진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 징그러운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


노빠들은 신분차별론자다. '내'가 국민이 될 때엔 국민이 위대하고, '네'가 국민이 될 때엔 국민이 별거 아니다. 국민에게 차등이 있다면 그 차등있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도 같을 수가 없다. 정치인에게도 뽑은 국민의 함량에 따라 성분이 매겨지며, 정치인은 행위가 아니라 성분에 의해 우선적으로 검증받는다. 성분이 좋은 정치인은 실책을 저지른다해도 일차적으로 "왜 그가 이런 실책을 저질렀을까."라는 견지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성분이 나쁜 정치인은 원칙에 의해 비판해야만 한다. 이런 구별을 그들은 '상식', '합리'라고 부른다. 이 구별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감정적'인 사람이 된다.


노빠들은 양비론을 싫어하고 상대적 감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상대적 감별' 해주겠다. 이명박과 노무현을 비교해 보자. 둘 다 나쁜 놈 아니다. 노무현이 훨씬 더 나쁜 놈이다. 왜? 이명박의 실책이 정책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 반면에, 노무현의 실책은 헌법의 수준마저 초월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은 국가가 그 의무를 저버린 사건 아닌가."라는 권영길의 질문에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이 위풍당당한(?) 답변 뒤에 내가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곤 "너는 왜 월급받니? 너는 왜 밥 먹니? 너는 도대체 왜 사니?" 뿐이다. 파병 문제로 물타기 하지 말자. 나는 파병 문제는 '어느 정도는' 정책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의 수차 헌법소원이 실패한 까닭도 거기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상당부분'은 헌법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 그 하나다.


국가는 24시간 말미를 준 테러리스트들이 '괘씸'해서 24시간은커녕 6시간도 지나기 전에 "파병방침 불변!"이란 돌팔매질을 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싫어할 미군을 통해 협상을 시작했다. 상대방의 유일한 요구는 버려두고, "돈이나 먹고 떨어져!"라고 말하려던 것이었을까? 국가가 테러범들에게 굴복해서 안 된다면, 협상은 왜 하는가? 외교부 직원은 거기 왜 갔나? 모든 것이 사기에 불과했던가?


그것은 정권 자체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며, 말 그대로 행정부 수반에 대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다. 그러나 아무도 탄핵을 얘기하지 않는다. 아니, 탄핵을 얘기하는 사람을 조소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책임을 지우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외무부, 국방부, 국정원 간부 중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속세의 기준을 초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또라이 집단임을 증명했다. 국가가 살릴 수 있었던 국민을 국가가 땡깡으로 죽였는데, 아니 저들의 사고방식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역량이 부족해서 혹은 노력이 부족해서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복지부, 통일부, 문화부 개각하면서도 외무부는 철밥통이다. 인사청탁 문제 가지고 오지철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반기문은 철밥통이다.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저 지멋대로 작란하는 대통령을 위해 시민단체와 오마이뉴스는 파병반대 시위에서 노무현 정권 퇴진이란 구호는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냥 순수하게 파병반대만 외치자는 말이다. "순수하게 파병반대"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 파병반대란 정권더러 들으라고 하는 말이고, 그러니까 그 말을 듣지 않았을 경우 정권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순수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 파병반대가 무슨 이론이성에 의한 인식인줄 아는 이가 있다면, 그래서 "정치없이 순수하게 탐구하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집에서 순수하게 관조나 하시라. 탐구는 집에서 해야 능률이 오른다.


퇴진이란 구호를 시민단체들이 막아놓았더니 의심꾸러기 대통령 각하께서는 기껏 행정수도 이전 반대 주장에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읽어낸다. 이러한 전도는 우리 사회에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할 '자유'가 없음을 함축한다.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할 자유가 있다면 왜 다른 운동에서 퇴진운동을 읽어낸단 말인가.) 대통령 탄핵까지 이루어졌던 나라에서 기껏 퇴진운동 할 자유가 없다는게 말이 되는가. 그것은 시민사회의 층위에서 일부 세력들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노빠들은 제발 탄핵이든 퇴진이든 하고 싶은 사람들 하고 싶은 데로 내버려 두기 바란다. 그대들이 억압하면 할수록, 노통께서는 억압된 것이 어디로 분출될지를 몰라 전전긍긍하시는 모양이니까. 좀더 상태가 심각해지면 기사 쓰는 것 자체가 대통령 퇴진 운동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이명박 퇴진 서명운동이 정당하다면, 노무현 퇴진 서명운동은 그보다 1백만배는 더 정당하다. 이명박 퇴진 서명운동이 부당하다 해도, 노무현 퇴진 서명운동은 정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활성화되고 있고 후자는 억압받고 있다는 것, 여기서 우리 사회의 정신병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을 비판하는 그대들, 노무현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 데일리서프 김석수씨 글들에 대한 비평 (2) 하뉴녕 2004-12-10 1035
10 리처드 로티 : 책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들 하뉴녕 2004-12-02 1351
» 이명박과 노무현 하뉴녕 2004-07-09 988
8 김창현 비판, 어디까지 정당한가? 하뉴녕 2004-05-12 1385
7 강준만 교수의 '상대성 원리'에 대하여 하뉴녕 2003-09-29 905
6 노혜경 님의 허수아비 논증에 대해. 하뉴녕 2003-07-25 1536
5 준마니즘 분석 - 준마니즘의 진화와 속류 준마니즘의 탄생. 하뉴녕 2003-03-20 1350
4 [보강형 사고]를 넘어서자. 하뉴녕 2003-03-14 1080
3 언론의 당파성, 이념성, 공정성 -강준만과 진중권의 글을 보고 하뉴녕 2003-03-08 1358
2 진중권 : 조우커의 임무 하뉴녕 2002-12-08 2321
1 강준만의 논리기계 분석 하뉴녕 2002-05-20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