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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상대성 원리'에 대하여

조회 수 905 추천 수 0 2003.09.29 14:15:00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이 올린 글. 보아하니 직전에 강준만 교수가 무슨 글을 썼던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강준만 교수의 정치적 글쓰기 전체를 비평한 글인 것 같다. 말하자면 '강준만의 종언'을 말하는 글인데, 지금도 이 논변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냐고 물으신다면, 글쎄, 나도 헷갈린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하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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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논리의 핵심은 '상대성 원리'다. 사실 '소극적 진보'는 이 원리가 낳은 판단의 귀결일 뿐이다.

그의 '상대성 원리'는 크게,

1.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이므로, 어떠어떠한 일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

2.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하므로, 어떠어떠한 부패 사실이 있더라도 강도높게 비난해서는 안 된다. (또는 한나라당을 더 강력하게 비난하는 행위 없이 비난해서는 안 된다.)

로 이루어진다. 이는 일부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NL 진영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사실 위의 논리구조는 NL이 북한을 옹호하는 논리와 동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제를 받고 있으므로, 인민을 굶기는 것을 비난하기 힘들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므로, 군비증강을 하는 것도 비난하기 힘들다.

등의 명제를 도출해 낼 수 있겠다.)

'상대성 원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맥락(컨텍스트)주의'다. 강준만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데 부지런하며 능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정보를 통해 '맥락'을 파악하고, 기록하고 평가하고 심판한다. 사실 이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땅히 갖춰야 할 미덕이다. 이를 게을리하면, 생활고로 인한 자살을 보고 "자살은 나쁜짓이야. 그런데 거기서 무언가를 (예를 들면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라든지) 떠올린다는 건 자살을 옹호하는 거야."식의 단순 논리로 빠지게 된다.

그가 진중권을 '텍스트주의자'라고 비판한 건 아마 진중권이 그런 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준만은 본인이 너무 맥락을 철저히 고려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맥락을 '전혀' 보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내 생각에, 그의 논의가 의미가 있는 시절도 있었다. 그의 얘기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야, 니네 우리나라가 양당제라고 생각하냐? 그래서 그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 그런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냐? 그런데 우리나라가 양당제라면, 어째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

말하자면 그는 시스템의 현재 수준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한국의 시스템이 '양당제'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진실은 '양당제의 외투를 쓴 일당독재'였다. 기득권은 새로운 맴버를 수혈하며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시스템의 현재 수준이었다는 것은, 김대중의 당선을 막으려들었던 시스템의 막강한 저항이 입증한다.

그러나 김대중의 당선으로 그의 논의의 효용의 절반 이상은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양당제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양당제 국가가 되자마자, "지역주의에 기반한 양당제" 시스템의 문제점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물론 김대중 가신과 민주당의 부정부패였다. "부패신장개업당" 이는 사장을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구조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강준만에겐 할 말이 남아 있었다. 애초에 그가 짚었던 문제의식, 그러니까 양당제 국가를 막으려는 시스템의 저항은 아직도 남아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조중동이 "이 정권은 5년밖에 안 간다."고 보고 행동했던 것. 시스템은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무현 당선이라는 '반복'으로 철저하게 붕괴되었다. 노무현 당선은 강준만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강준만의 논의의 효용이 사라지는 지점을 표상한다. 그리고 조중동이 '양당제 시스템'의 완성을 방해하는 '시스템의 저항'이라는 생각도 이젠 통용되기 어렵게 되었다. 양당제 시스템은 완성되었다. 조중동은 그 중 한쪽 파트너와 사이가 나쁜 '시스템의 일부'다. 그들의 대립항,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그리고 TV 권력 등도 나름의 지분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 '강준만식 논리'가 통용될 공간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가령 최근의 한나라당-민주당-신당의 권력관계를 보라. '상대성 논리'는 대립항이 양자일 때나 그럭저럭 기능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변수가 많아질 경우, '상대성 논리'는 해석에 해석을 낳는 악무한의 상황을 만들어낼 뿐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약자이므로, 좀 싸가지 없는 짓을 해도 인정해 줘야 한다.

-신당은 민주당에 비해 약자이므로, (대통령이 강자가 아니라는 건 강준만이 줄곧 강조하던 것이지 않은가!) 의원 빼가기 등 좀 싸가지 없는 짓을 해도 인정해 줘야 한다.

-(이제 내년에 의석이 생기면) 민주노동당은 기타 정당에 대해 약자이므로,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강준만은 진강논쟁에 열불나 '감히'  <민주당이 약자라고 비판을 소홀히 했더니 오늘날 이렇게 부패했지 않았던가! 그러니 앞으로 민노당이 이상한 짓 하면 비판할 거다으다으다으~>라고 소리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얼렁 민노당 비판하고, 신당은 더 비판하고, 민주당은 밟아버리고, 한나라당은 아예 죽여버려야지~ ^^;;

강준만은 아마 자신이 5년전에 조중동이 수행했던 것, 즉 '시스템의 저항'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여전히 자신이 '시스템의 저항'을 발견하고 대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 사회의 빠른 발전이 낳은 시대의 비극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를 불쌍히 여기기엔 진보진영에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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