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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10년 전 고삐리, 진중권을 접하다
[21호] 2008년 01월 30일 (수) 17:43:19 한윤형 (인터넷 필명 아흐리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진중권 지음
개마고원 펴냄

이른바 ‘<디 워> 사태’ 때문에 이제는 우리 부모님도 진중권이 누군지 알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1998년 어느 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구입했을 즈음에는 나도 저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에 빠져 들어, 채 일 년이 지나기 전에 열 번 정도 읽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내 지식  수준에서 단박에 이해되는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쉽게 읽히지만, 논변이 단순하지는 않아서 열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일까?

사실 이 책은 내가 사회참여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는 시발점이 되었지만, 정치 포지션의 관점에서 명쾌한 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이제 나는 진중권의 자유주의 비평의 칼날을 피해 갈 수 있는 어느 똑똑한 극우파를 상상해볼 수 있다. 지난해 출간된 <호모 코레아니쿠스>의 어느 부분에서 진중권은 스스로 그런 반박을 가정한다. “일본 우익은 자기들이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말하고, 한국 우익이 박정희를 ‘근대화 혁명가’로 치켜세운다. 방식이야 어떻든 산업화 자체를 절대적 가치로 보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발상이다. 이들에게 폭력적 근대화의 그림자에 대해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들은 푸코를 들어 서구에서도 근대화는 어차피 감시와 처벌, 군대식 훈육의 결과였다고 할 테니까. 여기서 ‘근대화’ 자체를 비판하는 푸코의 논지는 한국적 근대화의 폭력성을 옹호하는 논리로 둔갑한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그가 겨냥한 필자는 모조리 다 논파당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의 글쓰기는 인문학 텍스트의 그릇된 인용이나 아귀가 맞지 않는 소리에 대한 강력한 혐오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것들을 정면으로 논파하는 그의 전략은 매력적이고, 정치 포지션에 관계없이, 논리 사유가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리하여,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열 번씩 읽는 동안 이 책은 나의 논리학 교과서가 되었다.

   
   
 
아직도 실현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지난 내 10년을 규정했다. 특히 좋아하는 문장 : “피임을 가능케 하는 콘돔은 합목적적이다. 그런데 콘돔의 반투과성이 어떻게 독재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걸까?” 박정희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해 수단의 정당성과 목적의 정당성이 깔끔하게 구별될 수 없음을 증명하려는 이인화에 대한 진중권의 일갈이다. “콘돔의 반투과성이 어떻게 피임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걸까? 마찬가지로, ‘잘살아보세’ 철학의 합목적성이 어떻게 독재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걸까?”라고 써줬다면 더 친절했겠지만, 그래서는 이해하는 순간 데굴데굴 구르게 되지는 않았을 것.

이처럼 논리적이면서도 섹시한 비유라니, 지금 봐도 여전히 놀랍다. 진중권의 책 중에서 정치 에세이로는 <폭력과 상스러움>을, 미학 관련 책으로는 <앙겔루스 노부스>를 지지하는 나이지만, 처음 발견한 이 책은 책을 넘어선 하나의 물건이었다. 부디 다음 세대에도 읽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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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얘기를 이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 인생의 책"을 묻는데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죠.

그나저나 노정태군은 사진을 보고 "뭐야? 몸무게가 한 80은 넘어 보인다! ㅋㅋㅋ"라고 반응하더군요.


아흐리만팬

2008.02.11 12:24:30
*.172.216.146

윤형님 오늘 김대중 주필이 한건 올렸네요. 어차피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은 사는데 필요없으니 영어라도 잘하잡니다.

또르

2008.02.11 12:43:05
*.254.25.107

진중권 글중에 가장 논리적이면서 공격적이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kritiker

2008.02.11 12:59:19
*.50.194.71

어어, 새로운 테디베어;ㅂ;?

하뉴녕

2008.02.11 13:00:54
*.176.49.134

수염도 안 깎고 찍었더니 정말로 곰처럼 보인다. 낄낄낄. 나름대로 누군가에겐 "주지육림에 빠져 사시는 것치고는 날씬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말이지. (어이, 그 말도 칭찬은 아니잖아?;; )

pancake

2008.02.11 13:02:39
*.131.176.45

뭐야? 몸무게가 한 80은 넘어 보인다! ㅋㅋㅋ (2)

하뉴녕

2008.02.11 13:07:40
*.176.49.134

ㅋㅋㅋ

이택광

2008.02.11 13:04:38
*.180.119.70

관상학상, 윤형은 얼굴에 살집이 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와 명예가 따를 듯...보기 좋네...ㅎㅎ

하뉴녕

2008.02.11 13:09:05
*.176.49.134

'부와 명예'라....ㅡ.,ㅡ;;
사실 제 자신의 셀프 이미지는 까칠한 쪽에 가까운데 말이죠. ;;

극단혹은중용

2008.02.11 14:43:54
*.48.150.26

전 2권을 두 번 샀습니다. (1권은 사무실에 있었던지라 다행히도(?) 살아 남았구요.)

군대 있을때 이 책을 읽었는데, 검열시간에 걸렸지요.

정보과 장교에게 왜 이 책이 불온서적이냐고 개기다가 군기훈련에 가고 책은 제가 보는 앞에서 바다에 던져 버리구 (전 해군을 제대했습니다.)

저에게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책 입니다 ^^;;

hyun

2008.02.11 14:50:43
*.99.81.195

아니 저 저 짝 째진 호랑이 눈매라니, 좋습니다 좋아요. 이름도 좋고 얼굴도 좋고... 등등등.

Wolverine

2008.02.11 14:54:42
*.141.202.64

정성일 씨?

누룽

2008.02.11 15:06:10
*.157.204.82

저도 고2때인 2006년의 어느날 이걸 접했는데..^^; 교보문고 구석탱이에 앉아서 내내 낄낄대면서..
지금이야 원래 그분이야 그런걸 알고 웃고 말지만 그땐 '이렇게까지 해도 될까?'하는 걱정이 진심으로 들었다지요...
ㄱ리고, 생각보다 유순(;;)하게 생기셨네요. 보기 좋아요~~

하뉴녕

2008.02.11 15:10:44
*.176.49.134

여동생이 옆에서 허파에 바람들린 듯 웃고 있습니다. -0-;;; 파일저장해놓고 우울할 때마다 한번씩 쳐다봐야겠대요. ㅋㅋㅋ

이상한 모자

2008.02.11 15:33:38
*.0.131.27

이야! 진빠 1호! 저 사진, 거룩한 저 태양을 바라보며.. 아아, 나의 주군이시여.. 라는 표정이군.

볼빵

2008.02.11 16:14:25
*.46.23.58

아아... 제 이미지속의 윤형님은 깡마르고 안광이 번뜩이는 그런 분이었는뎅... 항가항가
저는 진빠 몇호일랑가요.

그나저나 저 사진이 오프매체로 전국에 뿌려졌단 말입니까! ㄲㄲ

고독이

2008.02.11 16:58:33
*.136.146.88

고향에 내려가는길에 시사인을 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시만

2008.02.11 17:09:29
*.99.62.34

저 느닷없는 "발그레..." 표정은 뭔가;;; 사무실만 아니었음 원없이 데굴데굴 굴렀을 텐데.^^

하뉴녕

2008.02.11 17:11:10
*.176.49.134

아마도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서...-0-;;;

임계질량

2008.02.11 18:52:56
*.173.22.177

자신의 정체를 '인터넷 논객'으로 규정한 것은 일부러 윤형님이 의도하시는 건가요?
적어도 자기 현재 직업과 소속을 밝히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그게 싫으신건지..

하뉴녕

2008.02.11 19:49:35
*.176.49.134

저는 매체에서 청탁한 글을 되도록이면 컨셉에 맞춰서 써주는 사람에 불과하죠.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제 글을 어떻게 팔아먹을 것인가는 매체에서 판단하죠.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씨네21의 경우는 딱히 다른 직함이 없어서 저를 인터넷 논객이라고 표현한 것 같구요. 시사in의 경우는 '아흐리만'이라고 써주는 쪽이 한 명이라도 더 저를 알아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저서도 없고 '자유기고가'라고 우길 수 있을 정도의 경력도 쌓지 못한 풋내기 글쟁이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없구요. 인터넷 논객이 썩 마음에 드는 호칭은 아니지만 (블로그에서도 종종 언급했듯 저는 차라리 키보드 워리어라는 호칭을 더 선호하는데, 물론 인터넷에서만 쓸 수 있는 호칭이죠? ㅎ) 그래도 '서울대생' 따위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네요.

정통고품격찌질찌질

2008.02.11 20:10:20
*.216.114.61

참으로 필력에 걸맞는 연륜이 느껴지는 중후한 안면이오. 천년먹은 햄스터 같소.

하뉴녕

2008.02.11 20:18:43
*.176.49.134

천년학도 아니고 천년햄스터? ㅋㅋㅋ

고독이

2008.02.12 02:34:33
*.136.146.88

질문입니다만. 씨네리의 유토디토의 경우 몇분이 돌아가시면서 하는겁니까? 예전엔 두분이 번갈아가며 하셨던거 같은데 윤형님 글은 지금까지 두개를 본거 같습니다만 주기를 파악하기가 곤란하군요.

하뉴녕

2008.02.12 11:03:50
*.176.49.134

세명이 돌아가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3주에 한번씩 돌아와야 정상인데, 이번의 경우는 설 합본호가 나왔기 때문에 4주만에 제 차례가 돌아올 겁니다.

공중그네

2008.02.12 14:33:16
*.165.41.125

지난번 비밀덧글 후로는 처음 써보는 덧글입니다만 필명을 바꿀 수 있게 되어있네요. 궁금한게, 덧글 쓸때마다 필명을 바꾸더라도 같은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겁니까? ..

사진 후덕(?)하게 나왔네요. 지난번 다른 글에서 몸무게를 밝히신 걸로 보았는데 그 수치와는 상당히 달라보입니다.
전 아직 이 책 안 읽어보았는데 꼭 읽어봐야 겠네요.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를 다른 분들 (이택광님이나 우석훈님 등등) 블로그로 들어가는 포탈로도 이용하고 있는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뉴녕

2008.02.12 15:16:51
*.176.49.134

동일 아이피 검색이 가능하긴 한데....아이피도 바뀌셔서 누구신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공중그네

2008.02.12 15:24:44
*.165.41.125

아하..역시 그렇군요. 저는 비밀 덧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썼던 사람이고 그때는 집의 컴퓨터를 이용 했었고 지금은 회사의 컴퓨터에요..

하뉴녕

2008.02.12 18:49:33
*.176.49.134

아 그럼 아마도 유**님이시겠군요. ^^;;;

N

2008.02.12 18:45:20
*.98.170.209

제 인생의 책을 고르자면 중학교때 서점에서 책표지와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아무 생각없이 붙잡았던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 였던듯 싶군요. 진중권 교수 처음봤을때 이름의 어감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저거 강준만 짝퉁인가 했었다능;;; 쿨럭~ 쿨럭~

하뉴녕

2008.02.12 18:50:10
*.176.49.134

N님 세대라면 "김대중 죽이기"가 딱 맞죠. 김대영씨도 그렇다고 하던데...(나이로 거리두기? ㅋㅋ)

노지아

2008.02.12 22:04:46
*.88.222.94

이 위의 N은 그 N.이 아닌데?

N

2008.02.12 23:03:54
*.98.170.209

김대영 님은 군대에서 강준만 교수의 책을 본 거죠. 그리고 한윤형님 01학번 아니셨던가요? 저와 같은 세대인데요... -_-;; 제 정체는 계속 비밀.

하뉴녕

2008.02.12 23:37:28
*.176.49.134

아 헷갈려....@.@

메리

2008.02.13 00:02:21
*.70.44.102

사진 때문에 덧글을 안 쓸 수 없군요. 얼마 전에 얼굴 본 거 같은데 누구한테 얻어맞으시기라도 한 게요? 아무튼 윤형씨 지못미(혹은 햄스터 지못미).

하뉴녕

2008.02.13 00:14:36
*.176.49.134

-0-;;; 뵌 날짜와 사진 찍은 날짜가 며칠 차이 안 날터인데...ㅎㅎㅎ

저는 십 년전부터 사진빨이 잘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면 더 비참해질 뿐이겠죠? ㅋㅋㅋ

청순가련변신미소녀

2008.02.13 19:23:03
*.229.155.21

호호홋~ ^^*
첨보는 시만 사촌인줄 알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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