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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컴퓨터가 깔끔하다-.

조회 수 788 추천 수 0 2008.01.16 06:53:13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윈도우즈 미디어 플레이어가 녹색화면으로 뜨는 오류가 나서 8con님에게 부탁해서 고쳐놨더니, 그 며칠 후엔 갑자기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았다. 다시 피시방 신세가 된 나는 명백한 컴맹답게 다시 8con님에게 SOS를 쳤고, 그는 어제 아침 우리집에 당도하여 컴퓨터를 살펴보고는 "하드디스크가 뻑난 건 아니고 윈도우즈 오류니 윈도우즈를 다시 깔면 해결 될듯"이라고 판정했다. 일단 그에게 우리집 주소를 알려주고 윈도우즈 CD를 소포로 받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피시방에서 인강을 듣고 있자니 화딱지가 나서 지인들에게 윈도우즈 CD를 구하는 단체문자를 날렸다.

지인 중에서 CD를 명백하게 가지고 있을 사람은 문돌이 주제에 Nerd Test 결과 Nerd Score가 95점이 나온 'Nerd God' 노지아님. 하지만 그는 매우 바쁠 것이기에 나는 내가 그의 집에 가서 CD를 수령해 오고, 다른 이에게 설치를 부탁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당시 엠에센에 들어와서 나와 얘기를 하던 이상한 모자님의 경우도 8con이나 노지아에 비하면 조금 모자라는 면이 있겠지만 엄연한 컴덕후. 내가 이런 제안을 하자 이상한 모자님은 "그럼 오늘 저녁은 원쓰리치킨? ㅋㅋ"이라고 반응하며 꽤나 좋아했다.

하지만 반전드라마. 노지아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어차피 공부를 못하겠다며 자신이 직접 와서 컴퓨터를 봐줄 테니 낮술이나 한잔 하자고 제의했고, 결단력 있게도 오후 2시경에 사당에 도착했다. 내 USB에 백여개의 한글파일만 보관하고, (나처럼 글쓰기 외엔 별 취미가 없는 사람은 이럴 때 편하다.) 윈도우즈를 재설치하면서 컴퓨터를 포멧했다. 컴맹 주인을 둔 덕에 야만적인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의 침탈에 속수무책이었던 내 컴퓨터를 위해 그는 자동적으로 컴퓨터를 관리하는 두 가지 종류의 백신을 깔아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왜 파티션이 안 나눠져 있지?"

"글쎄, 네가 설치한 거 아냐?"

"내가 안 했는데."

"그럼 팔콘이 했겠군. 내 컴퓨터야 너 아니면 팔콘이 설치했겠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부활한 컴퓨터는 너무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바탕화면 색깔조차 정결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 음주본능으로는 그 오빠에 결코 뒤지지 않는 한** 양은 김치전을 만들면서 오빠더러 빨리 막걸리를 사오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요리사로서의 그녀의 재능은 결코 미진하지 않았으나, 최초의 김치전은 명백하게 실패로 기록되었다.

"막걸리엔 김치-. 그러니까 그냥 김치라고 생각하고 드세요."

"......그런데 김치가 왜 이렇게 탔죠?"

노지아는 그간 내가 자신에게 술값을 투자하지 않았음을 비난하며 (누가 들으면 내가 주변에 술값뿌리고 다니는 줄 알겠다.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굳이 음주수지를 따져보자면 내가 얻어먹은 쪽이 더 많은 흑자경영이란 말이지.) 저녁으론 곱창을 사달라고 주문했다. 막걸리-김치전 이후 원쓰리치킨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켜먹은 후였다. N님이 합류했고, 그 다음에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사당으로 온 이상한 모자님도 합류하여 넷이서 곱창을 먹었다. 198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사당역 근처 맛집 방배골 곱창에서. 좀 늦게 온 이상한 모자님이 배가 차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영혼과 육체는 언제나 합심하여 고기를 갈구한다는 사실이 매우 명백했기 때문에 우리는 2차로 고기집에 들어갔다. 소금구이 2인분을 시키고 공기밥 하나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서야 우리는 헤어졌는데, 그때 시간이 겨우 9시 40여분이었다.

요 며칠 나는 저녁 10시 취침-새벽 4시 기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다가 5시쯤 운동하러 나가서 5km 정도를 뛰고 온다. 지난 주엔 네번 달렸고, 이번주엔 월,화,수 3일 연속 그렇게 달리고 있다. 매우 천천히 뛰면 38분쯤 걸리고, 그보다 좀 더 빨리 뛰면 33분쯤 걸리는데, 노정태 말이 5km를 2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이면 페이스 조절 연습을 하면 마라톤 코스를 3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이른바 '서브스리') 가능성이 있는 거라고 한다. 앞으로 거리를 늘릴 생각을 하지 말고 시간을 줄여볼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나저나 아침에 우연히 발견한
이 코스 는 꽤나 마음에 든다. 언제 한번 홍대가서 시험해 봐야겠다.


jocelyn

2008.01.16 09:28:03
*.246.187.134

주종을 몇 가지를 섞으셨나요 ㅠ_ㅠ 막걸리와 맥주와 소주? 우왕~

하뉴녕

2008.01.16 09:29:15
*.176.49.134

원래 섞어 마시는 거 좋아하고...폭탄주도 좋아하고...그렇습니다 -0-;; 근데 어젠 별로 안 마셨어요. ^^;

plath

2008.01.16 14:31:52
*.162.212.206

저 프라하캐슬인지 비추. 지하이다보니 공기 너무 안 좋고, 맥주와 안주값 지나치게 비싸.
--저기 말고 홍대 역근처에서 안주 꽤 맛있고도 미친듯이 푸짐하고 싼 대박 술집(...정확하게는 전통찻집?;;)을 소개받았소. 나중에 알려주리다.

하뉴녕

2008.01.16 14:54:05
*.176.49.134

사실 밥집이 땡겼지 하우스 맥주집이야 강남에도 수두룩하죠. 안주가 저렴한 술을 마실 수 있는 전통찻집이라...그거 폭음하기에 좋은 환경이로군요. :)

이상한 모자

2008.01.16 20:21:00
*.41.237.115

아 왜들 그 시간에 맛이 가있었나 했더니 낮부터 마셨구나.. 어쩐지...

노정태

2008.01.16 22:23:23
*.162.212.206

20분 안에 5킬로를 뛸 실력이 되면, 800미터를 전력질주했을 때 몇 분 몇 초가 나오나 재보면 언더쓰리 가능성을 점칠 수 있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원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거지. 링크를 참조하시오.

http://jaewook.net/entry/%EC%95%BC%EC%86%8C800-%EC%84%9C%EB%B8%8C3-%EB%8B%AC%EC%84%B1-%EC%9C%84%ED%95%9C-%ED%8A%B9%EB%B3%84%ED%95%9C-%EC%8A%A4%ED%94%BC%EB%93%9C-%ED%9B%88%EB%A0%A8%EB%B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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