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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팬심으로 대동단결"은 없다.

조회 수 825 추천 수 0 2007.03.20 13:27:22
http://sylent.egloos.com/3213743

sylent님의 글은 현 상황에선 피지알의 글쓰기 폐쇄로 인한 스갤인들의 분노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답변은 적절하지 않다. 사람은 어찌됐건 각자 대가리를 굴리며 사는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목표가 하나라도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소수이긴 하지만 협회를 옹호하는 이들도 '팬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고, 피지알 글쓰기 폐쇄를 단행한 운영자의 변도 '팬심'으로 가득차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신들을 피지알이 배신했다고 느끼는 스갤러들도 '팬심' 그득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 '팬심'을 추구하는 방식이 극한 대립으로까지 치닫지는 않는다. sylent님이 언급한 선수 팬들끼리의 대립이나 종족 밸런스 논쟁, 맵 밸런스 논쟁 따위는 스타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용될 때 나타나는 '팬심'의 대립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간혹 갈등의 파국을 막기 위해 "팬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타리그가 망할지 안 망할지 장담할 수 있는 이런 국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우리는 협회의 행동을 (노팔횽의 짤방처럼) 화약고 앞에서 위험하게 불장난을 하는 생양아치의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협회, 구단 관계자들, 감독들, 그리고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은 그들 역시 스타리그를 잘 되게 하기 위해, 스타리그의 미래를 위해 그러고 있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들의 얘기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말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다. 그들이 그런 명분을 내건 순간, 이제 '팬심'이란 단어는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영역으로 점프해 버렸기 때문이다. 올바름을 가리는 논쟁이나, 그 올바름을 성취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있어 우리는 '팬심'이란 것을 '없는 것처럼' 취급해야 한다.

피지알의 운영자들은 적어도 이 상황이 '팬심'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겁하게 논쟁의 지형도에서 도피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팬심' 운운은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sylent님은 그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봉합을 위한 필사적인 외과수술을 단행한다. 난망한 일이다.

스타리그가 망하는 마당에 팬심이 분열하지 않을 수는 없다. 나는 아름다운 '팬심으로 대동단결'을 지키기 보다는 팬들끼리 싸우게 되더라도 스타리그가 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쪽을 택하겠다. 정말로 망한다고 쳐보자. 그것이 망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스타리그에 열광했던 내 시간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 자신의 지난 기억들에 Delete 키를 누른다는 것이다.

나 역시 피지알도 스갤도 열심히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스갤에 올린 덧글 수보다 피지알에 올린 글 숫자가 더 많은 '피지알러'다. 하지만 나는 피지알 운영자의 비겁한 행동을 규탄한다. 그들에게 말못할 고뇌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버텨줬어야 했다. 구단 쪽 친구들에게 "왜 나한테 그래? 그건 내가 쓴 글도 아니란 말야."라고 변명을 하고 게시판에서는 버로우를 탈지언정 게시판 자체는 그대로 놔뒀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쯤이면, 어떤 인간적인 고뇌가 있을지라도 비난받을 만한 짓을 한 거다. 이제 일단 협상이 타개되었다고 하니, 다시 글쓰기 게시판을 열 것인가? 그러다가 또 다시 협상이 틀어지면 또 다시 게시판을 닫을 것인가? 정말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비난한다. 그리고 내 비난은 정당하다.

"팬심으로 대동단결"은 없다. 하지만 그에 가장 준하는, 스타리그가 외부 요인에 의해 망하지 않도록 팬들의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피지알 사람들이 스갤인들이 만든 커뮤니티에 대거 합류하는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피지알 운영자들을 규탄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을 옹호한다거나, 그들까지 은근슬쩍 '팬심'의 테두리 안에 집어넣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게 된다면, 우리는 애초에 협회와 대립할 이유도 없는 거니까.


한줄요약 : "팬심으로 대동단결"을 말하지 말고 스타리그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P.S 그래도 일단 협상이 타결되었다니 다행이다.

P.P.S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esportsfighting에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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