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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번 주 씨네21 원고 외

조회 수 821 추천 수 0 2008.03.03 19:14:20

1.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란에 원고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디 워>의 꿈 vs 영어몰입교육의 꿈".  

오오, 누구 말대로 <디 워>는 나의 사골국물인 것인가. 뭐, 이젠 무슨 단행본을 쓰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짧은 원고에서 <디 워>를 다루는 일은 없겠죠.


2.
대한민국은 이미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죠. 경향신문에서 그후 사형수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를 실었네요. 네이버 리플들이 가관입니다. 사형제 논쟁은 예전에 미디어몹에서도 많이 했었는데...

주장의 부적절함을 떠나서, 정말이지 탁월한 비문을 하나 발견했어요. 곧바로 인용 들어갑니다.

사형제는 김대중 정권부터 잘못 만들어진 피해자의 망상적 역사이다. 이는 인권을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법치국가로써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 위헌적이고 반역사적인 불법행위이다.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헌법행위를 위만하는것이며, 악마같은 악질범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되선 안되고 유영철같은 악마는 사형시켜서 그 무고한 생명을 죽인 냉엄한 댓가를 치루게 해야한다. 그리고 이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한다

자, 만일 컴퓨터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친다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독해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무작위의 장난에 의해 생성된 문자라고 인지하겠죠. 한문장씩 뜯어볼까요?

사형제는 김대중 정권부터 잘못 만들어진 피해자의 망상적 역사이다.

사형제를 반대하시는 분 같죠? '피해자의 망상적 역사'(물론 이 구절도 문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습니다만)를 대변하는 게 사형제라고 합니다. 비문임을 감안하고 문맥으로 읽는다 해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지나치게 반영한 사형제는 잘못 되었다, 그리고 그건 김대중 정권부터 시작된 제도다, 라고 읽히는 군요. 하하하.  

이는 인권을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법치국가로써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 위헌적이고 반역사적인 불법행위이다.

흠 '서의'와 '써의'는 자격격과 기구격인데, 이건 뭐 저도 잘 틀리는 거니까 패스. 사형제의 근거가 헌법에 나오지도 않지만, 적어도 '반헌법적'이라고 적으셔야죠. ㅠ.ㅠ 아니면 '위헌적'이라고만 적으시던가. '반위헌적'이라니, 그건 헌법에 대한 이중부정이 되니, 결국은 헌법에 합치하는, 합헌적이라는 의미가 되지요. ㅠ.ㅠ

그리고 헌법이 법 위에 있는데, 위헌적이고 반역사적이다, 라고만 하면 되었지, 뒤에 불법행위라는 말이 따라붙는 건 또 무슨 까닭이람. ㅠ.ㅠ 아주 견적이 안 나옵니다.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헌법행위를 위만하는것이며, 악마같은 악질범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되선 안되고 유영철같은 악마는 사형시켜서 그 무고한 생명을 죽인 냉엄한 댓가를 치루게 해야한다.

이 구절은 그래도 이분이 쓰신 몇 안 되는 문장 중에선 가장 쉽게 읽히는 군요. 하지만 '위만'이란 단어에서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이분은 '기만'이란 단어와 '위반'이란 단어에 대한 심상의 사이에서, 참으로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셨습니다. 좀더 세심한(?) 비평에 들어가면, '무고한 생명' 앞엔 '그'가 나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가 없다면 무리없이 연결이 되는데, '그'라는 말을 들으니 마치 앞에 뭔가 지시대상이 있는 것 같잖아요. 컴퓨터가 읽으면 '그 무고한 생명'이 유영철의 생명이 아닌지 잠깐 동안 의심할 지도......

그리고 이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한다

이것도 구조적으로 묘하게 이상한데...... '냉엄한 댓가=이 세상에서 사라짐'이죠?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앞문장의 한 부분에 대한 부연설명이죠. 이것을 '그리고'라는 대등접속사로 연결시켜 놓으니...... 뭐, 단어가 틀리고 호응이 안 맞는 이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글쓰기 스킬은 아니겠습니다만......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면, 그를 '문맹'이라 불러도 합당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서구의 경우 문맹의 기준이 우리보다는 훨씬 높다고 합니다. 이렇게 언어능력을 갖추지 못 하신 분들도 스스로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런 믿음이 상식인들에게 무리없이 수용되는 이 상황은 참으로 안습입니다......

......아, 물론, 이 분이 이렇게 되신 이유도 영어교육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겠죠;;


어렸을 때 저는 비문을 쓰는 인간들은 글을 쓰지 못 하도록 하는 왕초가 지배하는 조그마한 뒷골목을 상상했었죠. 끄적거리던 판타지 소설 설정 중에 하나였습니다만 ;;;



P.S 어떤 멍청이들은 비문 쓰지 말자, 그리고 제대로 된 단어를 사용하자, 고 하면 엘리트주의나 학력주의의 징후를 읽어낼지도 모릅니다. 왜 이렇게 인간들이 하향평준화되었는지. 위에 언급한 것들은 중학교 수준에서 떼어야 하는 거라구. 저는 사람이 선량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만 요구합니다. 미문을 쓰라는 얘기도 아니고 그저 비문을 쓰지 말란 얘기인데. 뭐 물론 살다보면 가끔 비문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나아질 수도 없는 것이겠고. 요새 보면 어떤 이들은 줄곧 "내가 깽판을 쳐놓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시는 것 같아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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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이 어쩌구 저쩌구... 저도 잘 모르는 얘기를 하다가 삑사리를 낸 상황이 되었으니 윗글을 한번 글쓴이의 원의에 맞춰 수정해 보도록 하죠. 표현 자체는 되도록 손되지 않았습니다.

사형제 폐지담론의 역사는 김대중 정권부터 잘못 만들어진 인권단체들의 피해망상의 역사다. 이는 인권을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법치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위헌적이고 몰역사적인 행위이다.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헌법질서를 위반하는것이며, 악마같은 악질범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기에 결코 용납되선 안 된다. 유영철같은 악마는 사형시켜서 그 무고한 생명을 죽인 냉엄한 댓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그런 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

내용은 여전히 구리지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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