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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블로그에 쌓여 있는 글들은

조회 수 856 추천 수 0 2008.02.29 16:32:30

내게 고통이자 쾌락이다. 군생활을 하던 어느 날, 나 자신이 글쓰기를 완전히 그만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이 되든지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또 어떤 형태로든, 나는 미래에도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자 내가 과거에 쓴 글에서 달아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역시 자연스레 찾아왔다. 그래, 어차피 그런 거라면 다시는 도망치지 말자, 고 다짐했고 그 순간 이 블로그에 대한 구상이 생겨났다. 얼마 전 잠깐 블로그를 닫았을 때조차도 옛날 글들은 비공개로 전환되었을 뿐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주일에 한번 정도 백업을 해서 블로그의 모든 데이터를 내 컴퓨터와 USB에 저장해 놓는다. 더 이상 나는 “내 글들이 날아가도 신경쓰지 않아-.”라는 식의 쿨한 척은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가정하기로 했다.


나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8년 전의 그 사건 당시, 내게는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인터넷에 올린 글을 부인하거나, 승인하거나.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아흐리만=한윤형’이라는 사실을 승인하는 길을 택했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부모 몰래 밤에 일어나 인터넷을 하고,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피시방 가서 글을 올리던 찌질한 고교생 주제에 말이다. 그때는 잘 몰랐다. 한번 책임을 지게 되면 끝없이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식의 책임이 무엇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멸시하게 될 거라는 것을. 그때는 충분히 알지 못했다. 지금의 감상을 가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알 수 없다.


군대에서 돌아왔을 때, 약간 기뻤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때의 사건보다, 그후 내가 인터넷에 썼던 글을 통해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그르다. 이번에 모 사이트에서 느낀 것이지만, 여전히 어떤 놈들은 8년 전의 그 사건을 가지고 비난을 한다. 그리고 사실 그때의 사건이나 그후의 글이나 나를 얽어매는 과거라는 점에선 큰 차이도 없다. 언제나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내가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다. ‘매명’이라는 비난은 적어도 무언가를 성취한 인간에게 퍼부어져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나는 이 사회에선 돈이 되지 않는 거대한 욕망에 비틀거리는 가련한 인간일 뿐이다.


여하간 나는, 단순하게 솔직한 인간답게, 내 모든 글을 스스로 모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난지도의 쓰레기장만큼이나 그득하게 쌓여 있는 이 글들을. 어차피 이 글들을 다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보다 탁월한 가면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솔직함을 통해 자신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에겐 그런 은폐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은폐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내가 들어갈 때마다 비웃는 여느 블로거들처럼, 나 역시 좀 더 자신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섞어주었다면, 그들의 나에 대한 적개심은 조금 더 누그러들었을까? 그들은 나라는 인간의 견고함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실은 나 역시, 이 사회가 나에게 자살을 명령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하나인데도.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 앞에서는 조증만을 보여준다. 아주 친한 친구쯤 되어야 내가 어떤 식으로 울증에 시달리는지를 조금은 알게 된다. 글쓰기는 혼자서 하는 일이기에 울증에 시달리면서 쓰는 일도 많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그것이 글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저항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만나보면 이 글들보다 훨씬 더 친근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말로는 이 글들보다도 더 우울한게 나다. 예전에 내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상은 '언제든지 죽어버릴 수 있는 인간'이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조증인가, 아니면 울증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P.S 하나의 반전. 내일(3월 1일)은 제 생일이라능-.


아큐라

2008.02.29 16:56:08
*.208.209.123

1빠군요.

이 블로그를 알게 된 작년 이맘때부터 해서 틈날 때마다 아카이브를 주르륵 읽고 어려운 글은 프린트해 읽었답니다. 저의 경우 울증은 호흡곤란과 부정맥으로 나타나는데 사실 님의 글이 큰 치료제가 되었답니다.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이 님의 울증에 치료제가 되길 바라며 덧글 남깁니다.

이상한 모자

2008.02.29 17:16:35
*.53.93.204

안녕하세요. 저는 심리학도 입니다.

erte

2008.02.29 17:31:31
*.99.83.71

헐... 생일 미리 축하한다능~ 그나저나, 글보다 조증이고, 글보다 울증이면, 글쓰는 동안은 딱 글만큼의 중간상태인거 아닐라나용 ㅋㅋㅋ

2008.02.29 17:33:04
*.150.47.91

생일 축하 한다능. ㅋ 아 오덕체 ^^;;

아흐리만팬

2008.02.29 18:19:54
*.41.226.112

윤형님 삼성이 프레시안을 고소했다네영 흠좀무

하뉴녕

2008.02.29 18:19:02
*.176.49.134

저도 방금 기사봤어요. 손배소의 일부만 성립해도 프레시안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테지만, 프레시안의 기사만 봐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일부도 성립하기 힘들 거라고 친구는 그러던데. 그럼 그냥 엄포용인 것인지 -0-;;;

노지아

2008.02.29 21:03:27
*.40.203.22

떡밥강화 ㄳ

프리마베라

2008.02.29 22:02:48
*.113.8.188

생일 축하 드려요~ 조증과 울증을 넘나드는 1인 추가^^;;

hyun

2008.03.01 02:27:19
*.99.81.195

네, 생일을 축하합니다.

andante

2008.03.01 07:02:49
*.85.224.211

생일 축하드립니다....

김대영

2008.03.01 11:23:46
*.46.116.96

알 수 없긴 뭐가 알 수 없냐?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데 백만표 던짐.ㅎㅎ

narziβ

2008.03.01 15:14:17
*.108.73.237

용기있으시네요. 전 감추는 걸 택했거든요; 문득문득 찾아오는 갈등을 참을 수 없겠더라고요. 뜬금없고 늦은 오후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까막

2008.03.01 15:21:34
*.186.231.192

글쓰는 것도 중독인 듯 해요. 누군가 그 상태를 벗어나게 해준답시고 밧줄을 던져주면, 잡을까 말까 하다가 홀랑 잘라버리고 하던 짓에 몰두할 것 같은. 사실 이건 팬질에 적용시키던 얘긴데;;;;

생일 축하드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 D

똠방

2008.03.01 15:25:45
*.10.229.178

윤형님의 생일잔치 벙개를 제안합니다.

하뉴녕

2008.03.01 15:38:32
*.176.49.134

^^;; 미리 모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다들 일정이 있어요. 그리고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벙개라니 그건 좀 ㅋㅋㅋ 다음에 뵙도록 해요~ ^^

똠방

2008.03.01 16:11:06
*.10.229.178

아.. 듣고보니, 그렇네요.

pinacolada

2008.03.01 20:03:57
*.190.2.137

생일 축하드려요~:)

공중그네

2008.03.02 10:59:35
*.237.83.68

Happy Belated Birthday!
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저도 이 블로그 알게된지 며칠만에 오래된 글들 포함 모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관련 글들은 내용을 몰라 읽었다고도 할수 없지만..) 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와 자극이 됩니다.

하뉴녕

2008.03.02 22:29:14
*.176.49.134

모두 감사드립니다. :)

ㅇ_ㅇ

2013.02.23 06:40:09
*.204.130.174

지금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에 들어와 맨 마지막 글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읽어나가고 있는 인간이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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