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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강준만의 논리기계 분석

조회 수 1831 추천 수 0 2002.05.20 14:02:00

깨손 자유게시판에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올린 글. 옥석논쟁의 일부분, 혹은 그보다 더 큰 것으로 진강논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는 진중권의 지지자였다. 그런데 이 글은 강준만 교수도 보았던가 보다. 이 글을 올린 후 발간된 <월간 인물과 사상>의 각주에서 그는 아흐리만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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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논리기계 분석 (1) -강준만의 인터넷 컴플렉스



네티즌이 가장 편한건, 게시판에 대충 써서 올려놓고 나중에 한편의 글로 취합해 볼 수 있다는 것. 장점은 활용하라고 있는 거니까 이번엔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쩝....

강준만 교수의 반론은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이번의 그의 글을 읽고 생각나는건, 단행본 인물과 사상에 실렸던 정진석 교수의 반론이다...이것은 단순히 "감"일 뿐이니 반론하지 마시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강교수 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만 반론하기 바란다.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만 더 짚고 가자. 진중권은 상대방이 내뱉은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능한 사람이다.  그런데 내 말을 이용해서 나를 깐다면, 그건 내 세계관의 완결성을 문제삼는 것이므로, 자기 성찰을 통해 정리를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내 말이 나를 공격한다는데 기분나쁜 나머지, 진중권에게 똑같이 되받아치고 싶은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게 완전한 실패가 되는 것이다. 애초에 진중권은 자기 주장을 한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담론의 체계의 완결성을 문제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말들을 도로 돌려 진중권을 공격해 봤자 그것은 허상에 뜰 뿐, 진중권에게 닿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로 되받아쳐"놓고 자기들이 진중권을 깨뜨렸다고 야무지게 착각한다.

강교수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 글에서는 조금 그런 냄새가 보인다. 어쨌든, 인상비평은 그만하고 소제목에 포함된 글들을 하나하나 평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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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형식의 이 단락 글에서 강교수는

"이건 질문을 빙자한 이문옥 선거운동이로군!" 하는 종류의 것으로서 다소 불쾌하게 생각했었다는 걸 고백

함으로써 그에 대한 내 신뢰의 상당부분을 상실했다.

첫단락에서 논쟁의 쟁점이 되는 것은 오직 이 부분이므로, 여기에 대해서만 설명하도록 하자.

나 역시 "당파성"이라는 낱말을 혼용하고 (가끔은 비하어로 사용하기도 하고, 가끔은 긍정적인 행동양식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두 가지 종류의 당파성을 구별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당파성은 판단의 결과가 만들어낸 당파성이다. 요모조모 따져봤더니, 이 쪽이 제일 낫더라. 그래서 지지하게 된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부정적인 당파성은 판단의 기준으로 기능하는 당파성이다. 나는 XXX 당 지지자이므로, 이렇게 해야 한다. 이 당파성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정치적"도 용어가 중립적/ 비하적으로 혼용되는데, 여기서는 비하적 의미, 그러니까 정치인같다는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공정하지 않다.

그간 강준만 교수는 "기계적인 중립"을 거부하고 "긍정적인 당파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회 참여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그의 장점이다. 그러나 연구가 특정 대상에 집중되어 "선입견"이 개입된 흔적이 있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김대중 죽이기"나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은 강준만의 장점과 단점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두 책의 내용은 올바르다. 그러나 애초에 연구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선입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선입견없이 글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기 관심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것을 이유로 강준만을 공격하기는 힘들다. 강준만은 김대중이나 노무현에게 관심을 가지면 되는 것이고, 좌파학자들은 강준만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만큼 자신의 관심사에 애정을 투사해야 했다. 그렇다면 사회전체적으로는 "공정"한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준만을 "대중저술가"로 치부할 때에 가능한 일이다. 대중저술가가 저런 내용의 책을 쓰었을 경우 누구도 시비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강교수는 학자이고 싶었으며, 학자이고자 했다. 학력차별, 여성차별, 장애인차별, 지역차별이라는 네 가지 모토는 그가 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이 아닌 전체상을 그리고자 하는 학자적인 야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그가 "공정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의 결과로서 당파성을 드러내는 학자"로 대우받고 싶다면 그의 판단의 보편성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죽이기"는 보편에 근접한 현상을 분석한 책으로 생각된다. 호남차별과 김대중에 대한 편견은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문제에는 그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의 경우에는 정도가 더 심하다. 굳이 진보진영까지 가지 않더라도 "왜 굳이 노무현을 주제로?"라는 질문에, 공정한 학자의 입장에서 적절한 답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강교수의 노무현에 관한 저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진중권은 강준만의 논리기계를 가져와, "이문옥"을 INPUT 시켜보았다. 그러자 "정답이네!!"라는 OUTPUT이 나왔다. 그래서 진중권이 질문했다.

"강준만 선생, 이문옥이 정답입니까??"


이것은 패러디의 달인인 진중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진중권은 강준만의 불쾌감 대로, "선거운동"을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강준만의 글쓰기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도도,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목적이 어우러졌으나, 둘 중 어느 것도 욕먹을 만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강준만은 "긍정적인 상업성"과 "긍정적인 당파성"의 효용을 칭찬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 그래서, 엔지니어 강준만은 자신의 기계를 다시 뜯어봐야 한다.  "다소 불쾌"하다가 "진중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무지무지하게 솔직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여하튼, 이제 강준만은 두 가지 대답을 할 수 있다.

하나, 어, 친구. 나도 "이문옥" 넣어봤더니 "정답이다!!"라고 나오더군. 그 말이 맞네.

둘,  흠, 사실 설명서엔 안 써놨는데, 이 논리기계의 함수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 자네가 그걸 몰랐다니, 안타깝군.

강준만은 두 번째를 선택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엔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엔지니어 강준만의 "몇 가지 전제조건"이 상식 수준에 부합하는지, 혹은 논리기계와 연산 착오를 일으키지 않는지를 우리가 직접 살펴보아야 그의 기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 슬슬 "엔지니어 강"의 새로 첨부된 설명서를 보도록 하자. -_-;;





Name      아흐리만  (2002-05-19 00:06:16, Hit : 76, Vote : 0)


Subject  
 강준만의 논리기계 분석 (2) -진중권은 좌파요, 민주노동당원인가?


앗!! 엔지니어 강, 자기 기계를 뜯어보다 말고 남의 기계를 뜯어본다.

애초에 진중권의 문제제기 맥락은 대략 두 가지.

하나, 강준만의 논증은 다 옳다. 그런데 왜 특정대상에게만 작용하는가? 라는 의문.

둘, 왜 강준만을 존경하는 지지자들이 강준만의 논증에 부합하는 사람을 저렇게도 욕할까? 라는 의문.  

따라서 엔지니어 강은, "내 기계의 고객들은 기계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라고 따뜻하게 화답하거나, "엔지니어 진, 내 기계엔 사실 함수를 제약하는 전제조건들이 있어. 그걸 설명해주지."라고 말해야 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후자.

그런데 갑자기 엔지니어 강은 진중권의 기계를 논한다.

"과연 진씨 기계는 좌파 기계고, 민주노동당 기계인가???"

그런데 제대로 뜯어보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좌파(?)에 대한 우파(?) (좌 우파 어쩌구 하는 언어가 무지하게 맘에 안드나, 일단은 다들 그렇게 알아들으므로 그렇게 쓴다.)의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실에서 내가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우월감,
둘은 "나보다 더 이상적이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경의.

이 둘은 사실 대조적인 것이 아니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노무현은 현실적인 대안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나는 이 상반된 감정을 본다. 즉, 우파는 현실과 상식을 독점하고 있으며, 좌파는 이상적이라는 점에서 경의"만"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에구에구. ^^;;;

이건 좀 어폐가 있는 소리다. 왜냐하면 내 성격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치들에게는 경의도 주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준만과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그처럼 점잖은 성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한나라당 2중대" "이재오 김문수" "한나라당은 극우, 민노당은 극좌"라고 욕을 퍼부어 대는 것일 게다.

근데 말이다. 더 치사한 것은 "경의"다. 경의를 주는 대신에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경의"하나도 필요없는데 말이다. 물론 이 구조가 유지되는 건, 어떤 인간들이 그런 "경의"받아먹고 대단히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회주의자다. 나에게 경의를 바쳐라. 그리고 너는 개량이다. 내게 빚진 마음을 가져라!!"

라는 말을 하면서, 엄청나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강준만은 좌파를 그런 상태로 몰아넣고 싶음이 틀림없다.

왜 나는 강준만의 선의를 모독할 수도 있는 이런 무리한 추측을 하는가? 왜냐하면, 실제로 최근 어떤 함량낮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뭐라고 할까봐 사족, 노무현 지지자들 중 존경받을만한 사람이 무지 많다. -_-;;) 그런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좌파들과 엄청난 친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 원용수 후보 캠프에서 일한다는 윤석훈 씨의 글을 보자. 그는 진중권의 "이문옥 외면은 국민사기극?"을 외면하면서, 이렇게 썼다.

"진중권 님의 글 속에는 이문옥 후보를 노풍에 태우려는 의도가 베어 있습니다. 좌파라고 한다면 자신의 '진검'으로 승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당선권에 근접하는 '진보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유혹일 수 있습니다. 혹은 '청백리'의 이미지로 '좌파'를 포장하는 것은 이념을 뒤로하고 분바른 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일 뿐입니다....이번 지방선거에서 '노풍'으로부터 배태된 좌파 정체성의 위기를 말끔히 씻어낼 '진정한 좌파'를 만나고 싶습니다."

강준만도 진정한 좌파를 원한다.

"나는 진중권이 이문옥을 위한 선거운동이 '좌파'와 '민주노동당'의 대의에 부합되는 것인지 도무지 그걸 모르겠다. 진중권이 진정한 '좌파'요 진정한 '민주노동당원'이라면 '노무현 바람'에 편승하려 할 것이 아니라 '좌파'와 '민주노동당'의 대의에 부합되는 관점과 방식으로 이문옥을 위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노무현 바람에 "편승"??? 왜 하면 안 되나? 이것은 상업성에 대한 강준만의 관대한 태도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일개 뮤지션인 서태지도, 자기 공연하면서 인디밴드 팀 6개씩 불러다 놓고 "나를 밟고 올라서라"고 말하는데, 노풍은 "새끼 노무현들을 확대재생산"하지 않고 원맨쇼로 끝낼 거란 말인가?

문제는 "편승"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누가 편승했느냐이고, 그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이다. 윤석훈의 글에 대한 내 반론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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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저는 "노풍으로부터 배태된 좌파 정체성의 위기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는 윤석훈 기자의 상황 인식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노풍의 성공으로 사람들이 대세나 주류가 아닌 자신들의 가치 판단 기준을 선명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윤석훈 기자의 말대로 "정말로 세상 많이 좋아"져서 진중권 선생이나 홍세화 선생이 신문 지면에다 대고 "사회주의자"임을 커밍 아웃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드러내라!"고 요구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드러냄의 내용이 좌파와 동떨어져 있다 해도 사람들이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가 되는 담론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득입니다. 그곳에서 좌파는 커밍 아웃을 "함께 꾸는 꿈"으로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좌파는 노풍에서 정체성의 위기가 아닌 환희를 느껴야 합니다.

저는 윤석훈 기자와는 달리, 이문옥 후보가 "이념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내민 "분바른 손"이 아니라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진검"이라고 봅니다. 태연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한국 사회를 통제하는 부패라는 거대한 고리에 정면으로 맞설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부패 문제는 국민들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므로 진보정당이 이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념에 기초한 정당 지향"과 "실용주의적 온건 보수 노선"의 모순은 한국의 좌파 정당이 고민하기에는 너무나 먼 미래입니다. 그 "먼 미래"가 현실로 닥쳐왔을 때, 모순을 안고 갈 것인지 각자의 길을 따로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면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부대표로 재직했던 이문옥 후보의 선명성은 문제삼을 구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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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신학자와, 우파 상식주의자의 묘한 공생. 이 틀 위에서, "진중권은 상식적이다. 그러므로 좌파가 아닌 것 같다."(?)는 해괴한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이고,
"진중권은 현실적이었는데, 이젠 현실적이지 않다."는 자가당착적인 소리도 튀어나오는 것이다. 왜? 상식은 우파 혹은 민주당 개혁파만이 점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상은 좌파 신학자만 점유할 수 있는 것이고. 물론 헛소리다. 좌파 정당과 우파 정치인이 어떻게 두 가지 층위의 "현실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밝혔던 예전 내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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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대표의 딴지일보와의 인터뷰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지역주의 문제에 있어서는 좀더 섬세한 대답을 했어야 했다.

그건 그 대답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의의를 집중부각 시켰어야 한다는 말이다. 딴지일보가 "민주노동당은 지역문제에 무대책"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도록.

민주노동당이 지역문제를 근본부터 무너뜨릴 수 있는 정당이라는 주장은 맞는 주장이다. 노무현의 경우 영남인으로서 호남당에 나와, 영호남을 직접 화해시키는 방식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에 반해 민주노동당은 지역과 정당이 연결되어 있는 고리 자체를 깨부수려고 하는 정당이다. 계층별로 투표하게 되면 지역주의는 설 구석이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지역주의의 해체 여부를 볼 수 있는 바로 미터이다.

이런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럴 경우 노무현의 방식과 민주노동당의 방식은 층위가 다른 방식으로 존중받게 된다.

예를 들어 "학벌 사회 해체"라는 주장을 했을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어드밴티지를 없애는 안티 학벌 운동을 직접적으로 전개할 수도 있겠고 (이것이 노무현의 방식이다.)

대기업을 해체하고 공무원 사회를 개혁해서 아예 명문대가 서로 밀어주기를 못 하도록 토양을 바꿀 수도 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방식이다. 대기업 월급이 많고, 공무원이 떼먹는 것 많고, 거기에 명문대가 잘 들어가니까 학벌 사회가 존재하는거지, 안 그러면 서울대 나와서 뭐에 쓰겠는가? 법조계 제외하고.)  

이렇게 층위를 구분해 주고, 또한 상대방의 방식도 긍정할 때에 우리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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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나 진중권 같은 사람은,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노무현 컴플렉스"에 빠져 패배주의에서 허우적대며, 현실이 아닌 "경의"만 받고 싶어할 때, (정신병적 경향이다.) 게시판에서 난리 치는 거다. 좌파 정당이 그렇게 돌아가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가지 층위의 현실성이다. 신학자는 영성을 고양시킬 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 한다.


그러므로 "우파 상식주의자"들은, "좌파 신학자"들과 윈윈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좌파 상식주의자"들이 좌파 진영 내에서 헤게모니를 잡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이인제보다 노무현을 보며 환호했듯. 그것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연대다. 그러나 사태가 거꾸로 돌아간다. "우파 상식주의자"들이 어느새 "상식은 우파의 것"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근데 왜 진중권은 좌파 신학에 따르지 않으면서 좌파라고 스스로를 칭하지? 상식을 가지려면 우파라고 커밍아웃해야 할 것 아냐!! 뭐 이런 얘기다. 엔지니어 강의 한탄을 들어보자.

"이건 참으로 뜻밖이다.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여태까지 늘 해온 이야기가 '인물 중심 세계관'을 버리라는 것 아니었던가?"

노무현은 허접한 붕당에서 유일하게 정치가 수준을 갖추고 있는 괜찮은 인물. 그래서 현실적인 맥락에서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가능. 그것에 대한 반론은 '인물 중심 세계관'을 버리라는 것.

이문옥은 정당수준의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마인드가 한심한 정당에서 상품성 있는 인물. 그래서 이상적인 맥락에서 민주노동당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성의 미비를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찍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고 있는 것. 이것에 대한 반론도 "인물 중심 세계관을 버리라?"

강준만의 말대로라면 좌파들이 사람들이 "인물중심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고 이문옥을 내세웠다는 것은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왜 칭찬을 해주지 않는가?

강준만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 진중권은 좌파요, 민주노동당원이다. 강준만의 생뚱한 질문에 의해 분명해진 것은, 일각의 좌파신학자들이 노무현보다 이회창을 원하듯이 (자기들 전선이 뚜렷해지니까) 어떤 이들은 좌파 상식주의자보다는 좌파 신학자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들어 그러한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강준만은 그것을 명시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무의식중에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본인의 의도야 어쨌든 그간 강준만이 좌파에 대해 보여준 "존중"과 "경의"는 박제 앞의 찬사요, 묘비명을 읊는 행위라는게 증명된 셈이다. 물론 어떤 좌파들은 그것에 매우 만족스러워 할 테다. 하지만 그건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Name      아흐리만  (2002-05-19 01:24:20, Hit : 55, Vote : 0)


Subject  
 강준만의 논리기계 분석 -(3) 노무현 지지도 국민사기극인가?


아, 이상한 맥락에서 어이없는 질문을 들으니 막 야마가 돈다. 대선에서 "노무현 지지도 국민사기극인가?" 대답은 물론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진중권도 역시 이렇게 대답할 게다. 뻔한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는 애초에 민주당에서 이상수가 출마했다면 자신은 출마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문옥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문옥이 출마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을 사람이 태반이다. 왜? 다른 민주노동당 후보는 "국민사기극"의 요건에 포함이 안되서? 당연하지. 포/함/이/안/된/다./

자, 이 상황을 분석하자면 이런거다. 엔지니어 강, 함수를 규정하는 전제조건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들은 무지하게 섬세한 거다. 그래서 논증하기가 귀찮다. 그래서 반례를 든다. "야, 니말대로라면 권영길을 넣어도  '정답이야!'가 산출돼!! 그럼 노무현 찍는것도 국민사기극이냐?"

반례는 자신을 설명하는 자의 논증방식이 아니다. 진중권은 바로 그 "전제조건"을 물은 것이므로, 강준만은 그것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한다.

나는 이문옥과 권영길을 강준만의 논리기계에 집어넣었을 경우 조금 다른 결과가 산출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지만, 권영길이 노무현보다 더 대통령감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문옥 역시 자질은 뛰어나나, 야심이 없는 사람이므로 노무현보다 더 대통령감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야심은 필요하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될 야심이 있었으므로 나라에 대해 한참 고민을 해 보았고, 그 결과물이 존재한다. 많은 시민운동가들의 경우 자질은 그렇다 치고 그런 면모가 없으므로 노무현에게 뒤진다.) 그러나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에 한정해 볼때, 이문옥은 노무현을 지지했던 논리기계를 상당부분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중권은, 민주당측의 후보역시 강준만의 기계 안에 집어넣는 과정을 거쳤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문옥 외면은 국민사기극?"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강준만이 이에 대해 반론하려면, 역시 김민석을 자신의 기계 안에 넣어봐야 한다. 그런데 그는 그럴 자신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진중권의 운동권, 한총련에 대한 혐오를 지적한다. 진중권의 심리상태를 바탕으로 그의 판단을 검증한 것이다. 진중권이 민주노동당 실명게시판에서 주사파들에게 한 욕을  예로 들며 "진중권의 운동권혐오증"을 걱정하는 것은 맥락에서 확실히 벗어난 철저한 "오버"로 읽힌다. 강교수가 스스로 서핑을 할만큼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가져다 준 자료로 내린 판단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그의 무맥락적인 인용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여기서 문제는 "김민석이 이명박보단 낫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언명이 아니다. 낫다면, 얼마나 나은지가 문제다. 김민석이, 제 3의 후보가 필요없을 만큼 이명박보다 나은가? 그리고 노무현의 개혁적인 민주당에 김민석이 어울리는가?

이문옥 선거운동을, 이명박을 도와주는 행위로 폄하하는 것이 옳은가.  

"전략적 투표"는 선거 막판에 가서도 할 수 있다. 이문옥에 대해 그렇게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문옥의 득표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굳이 신경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양당 구도"를 만들 능력이 안 되는 후보가 나왔는데, 지지자들이 "양당 구도"를 만들려고 애를 쓰는 거다. 그러기 위해 "제 3의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묻어버리는 것이 현재의 실상이다.  



그러나 어쨌든, 의도하지 않았을 지언정 강준만은 여기서 자신의 논리기계의 전제조건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것은 "민주당의 현실적인 힘"이다.

"나는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민주당 소속인 노무현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그 말을 썼던 것이다. 물론 내가 그걸 명확히 하지 않고 쓴 대목도 많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나의 비판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이라는 현실성의 힘에 기반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노무현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의 말은 옳다.

그리고 누구나 그 정도는 읽어낼 수 있을 것이고, 나역시 그랬다. 어떤 이들은 진중권은 그것을 읽어내지 못하고 이문옥을 함수에 집어넣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진중권은 "주로 노무현 지지자들을 향해 노무현과 친화적인 이문옥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그 말을 썼던 것이다. 물론 진중권이 그걸 명확히 하지 않고 쓴 대목도 많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그의 비판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현실적인 힘이다. 고로, 노무현 지지자들이 김민석을 포기하고 이문옥을 밀어준다면 이문옥은 된다. 그런데 이문옥이 "소수정당 후보라는 이유로" 가능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고, 김민석으로 가닥을 잡는다. 이는 이회창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이, 이인제 지지자들의 "대세론"에 밀려 발을 동동굴렀던 상황과 동일하다. 왜 그런 패배주의에 빠져있는가? 그래서 "국민사기극"이다.

자, 여기서 이 논쟁이 어째서 노무현 지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는지가 드러난다. 민주당 후보보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그들에게 더 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의 지지율은 60%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30%다. 나머지 30%는 민주당이 잘하면 민주당에 오고, 민주노동당이 잘 하면 민주노동당에 온다. 그건 상식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노무현과 민주당을 비끌어매어 나머지 30%를 "민주당"의 틀에 강요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정당을 빼고 생각해 보라.

1. "노무현"은 내 성향에 맞다. 그리고 민주당에서 후보가 된다면 현실적인 힘을 지닌다. (전통적인 민주당의 힘.) 그리고 민주당 한나라당에 모두 실망한 부동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만 한다면 유력한 대선후보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을 지지해서 대한민국을 바꾼다.

2.  "이문옥"은 내 성향에 맞다. 그리고 노무현 지지자들이 지지해준다면 현실적인 힘을 지닌다. 그리고 김민석 이명박에 모두 실망한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지지만 받는다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다. 그래서 나는 이문옥을 지지해서 서울을 바꾼다.

맞아들어가지 않는가?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찍고,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을 찍어라."는 말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상황인식이다. 그들은 절반에 이르는 노무현 지지자들을 무시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유권자의 민주당에 대한 판단을 혼동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변한다면 자연스레 노풍의 주역들은 민주당 지지자로 흡수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면 그 표는 민주노동당에 갈 수도 있고, 다른 곳에 갈 수도 있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노무현이 "조직과 계보가 없어서 대선후보가 되지 못할거야."라고 사람들이 빠졌듯이, 이문옥이 "소수정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국민사기극이라는 의미다. 이것이 엔지니어 강의 논리기계 함수의 전제조건 설명에 대한 나의 반론이다. 엔지니어 진은 그것 역시 고려하고 함수를 돌렸던 것이다. 이것에 동의할 수 있는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김민석이 나왔다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노풍을 규합할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적극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구태의연에 빠져 소극적으로. 남은 것은 '그래도 한나라당보단 낫다'고 윽박지르는 논리인데, 과연 그것이 민주당을 변화시켜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비개혁적인 인물을 내놓고도 실패를 맛보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개혁은 요원하다. 따라서 김민석의 당선은 유권자의 민주당에 대한 제어력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나는 판단한다. 진정으로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불합리한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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