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날아다니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나와 관련이 없었다. 성장기에만 꾼다는 그 꿈을 난 거의 십년 동안이나 꿨다. 23살, 그러니까 군대 가기 직전까지도.
앤 라이스 소설처럼, ‘꿈에서 뱀파이어였는데 날아다녔더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날아다니는 데 이유도 없었다. 꿈 속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날아다니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날아다니는 꿈은 대개 도망다니는 꿈과 겹치고 있었는데, 도망다니는 공간도 다양했다. 무슨 판타지처럼 커다란 홀과 같은 곳에 갇혀서, 덩치 커다란 괴물들에게 쫓겨, 7-8m 높이는 되는 창문으로 뛰어올라가 날아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무슨 첩보물처럼 엘리베이터 천장에 붙어 있다가 날아서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론 그냥 부모님과 함께 살던 아파트가 배경이고, 나는 부모님 몰래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날아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때는 어렸을 적 살았던 할머니 동네에서 이상한 마물들에 쫓겨 날아서 도망가기도 했다.
그렇게 그 꿈들은 거의 십년 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내 잠자리를 서성거렸다. 그리고 그 꿈들이 내 곁을 떠나게 된 계기는 군대에서 찾아왔다.
나는 천공의 섬 라퓨타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거대한 성채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창문을 통해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 육중한 성채는 굉장히 기분 나쁘긴 했지만, 거기까지는 지금껏 경험했던 다른 꿈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탈출한 다음이었다. 주변 하늘을 조금 날아다니던 나는, 내가 다시 그 성채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내가 나왔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나온 것처럼 다시 몰래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전의 꿈들에서는, 내가 도망나오는 장면에서 그 긴장감이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꿈에서의 나는, 도망나온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긴장했다. 성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발견되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감.
성채로 도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나는 꿈에서 깼다. 시간은 야심한 새벽, 24살의 어느 밤이었다. 그 꿈을 마지막으로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 꿈속에서 범죄자가 되어 쫓기는 경우도 있고, 내가 누군가를 추적하는 일도 있지만, 더 이상은 날아다니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웃으며 받아들일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