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군복무는 대체불가능한 경험인가

조회 수 1016 추천 수 0 2007.05.15 03:41:04
 

군복무를 마친 장혁의 복귀작인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종영되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채 종영되었고, 평가도 나쁘지 않으니 장혁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다. 초반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나 종영 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마녀유희>를 생각한다면, 그가 얼마나 복귀작을 잘 골랐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2004년 11월에 입대한 장혁은 2006년 11월에 전역했으니까, 대충 전역 6개월만에 완벽하게 사회적응을 한 셈이다. 같이 군대를 간 송승헌은 훨씬 큰 관심을 받으면서 전역했지만,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가 하나 엎어지는 바람에 아직 안방극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왕의 남자> 장생 역을 못 하고 끌려간 군대라 아직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장혁은 이래저래 행운아임이 분명하다.



나는 2005년 1월에 군대를 갔고, 그들과 사단은 달랐지만 어쨌든 같은 동네인 강원도 화천에 있었기 때문에, 풍문처럼 이들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신병교육대서부터 옆 사단 간부나 조교들에게 들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내 귀를 간지럽혔다. 자대로 온 다음부터는, 내 4개월 후임의 절친한 친구가 송승헌의 ‘알’동기이며 같이 군생활을 하고 있다 하여, 가끔 그의 이야기를 얻어 들을 수 있었다. 군대에 끌려온 이들은 누구나 군인이었다. 송승헌이 말년 휴가 직전에 사단장 포상휴가를 받아 집에 먼저 가게 됐는데, 휴가가는 날 아침에 자기 알동기를 깨우고 갔더란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 군인들이 하는 말이란 하나같이 똑같다. “뭐해? 왜 아직도 여기 있어? 형은 먼저 집에 간다~”



송승헌이 전역했을 때 우리는 내무반에서 연예뉴스를 통해 그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오직 남은 날짜의 약소함만이 진리이며 선이며 아름다움인 징병제 군인의 정신세계를 단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예증하던 그는, 제법 의젓한 척 병역비리에 대해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그때 군인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이랬다. “했으면 됐지 뭐.” 회피에 대한 가중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군인들의, 예비역들의 박탈감이란 것은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한 거다.



사실 송승헌이나 장혁은 병역비리 때문에 군대에 왔기 때문에, 어떤 다른 연예인들보다도 군생활을 힘들게 한 편이다. 그들은 GP나 GOP에 있지는 않았지만, 38선 이북의 부대의 본부중대 정도에서 군생활을 했다. 그건 내 군생활과 비슷한 정도의 레벨이다. 2004년 12월에 입대한 윤계상을 그들과 비교해 보자. 내가 자대 전입 왔을 때, 국방일보에는 GP가 된 윤계상의 사진이 실렸다. 자신이 GOP보다도 더 위험한 GP임이 자랑스럽다던 그는 얼마 후부터 후방의 연예병사로 빠져 장병가요 베스트의 진행자가 되었다. 그와 같이 진행한 여성 케스터는 온게임넷 더 리플레이에 출연했고, 국군방송을 거쳐 지금은 TVN에 종종 나오는 이다진씨였는데, 당시엔 ‘이진희’ 혹은 ‘지니’란 예명을 쓰는 중이었다. 사회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다리가 너무 예뻐서 군인들이 환장하던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장병가요 베스트 인트라넷 게시판엔 “으악~ 계상씨~ 꿀빤다~”와 같은 덧글이 노상 올라오곤 했다.


한편 2005년 11월에 입대한 원빈의 경우를 보면, 그는 다리에 다소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병역면제 판정을 받느니 일단 군대에 들어갔다가 전역 판정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 10개월 후임이 김도진 훈련병(원빈)의 훈련소 동기였는데, 그는 훈련소 생활의 절반이상을 의무대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것도 나름대로 고생이긴 했겠으나, 그는 군생활 내내 그런 식으로 생활하다가 1년 조금 지나서 전역했다.



그러니 차라리 송승헌이나 장혁에게 군인들이 친근감 혹은 안쓰러움을 느낀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관대함의 근원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했으면 됐지.” 이런 식의 용서의 심리의 기저엔, 군복무는 대체불가능한 경험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그들은 다른 무엇으로 군생활을 보상하려는 시도보다 군대 자체를 제대로 다녀온 송승헌 장혁에게 관대한 거다. 이런 종류의 관대함은 그 순간엔 훈훈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복무제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심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체복무제’라니, 이 단어 자체가 그들에겐 형용모순이다. 그들에게 군복무 경험은 결코 대체불가능한 무엇인 거다.



“군복무는 대체불가능한 경험인가.” 이 질문은 그 자체가 우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 목숨 정도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대체가능하다고 가정된다. 사과의 가치는 2,500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대체불가능하다고 우긴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가능하지도 않다. 반드시 상품이 아니더라도, 제도의 영역에서도 주관적인 인간들은 그 주관적 잣대를 상호 교환하여 어떻게든 대체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낸다. 징병제의 착시현상은 이것은 모든 이가 해야 하는 일이므로 대체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징병제의 우월성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이 착시현상을 해결할 방법부터 고심하는 편이 좋겠다.


연애편지

2007.05.15 12:42:12
*.188.216.118

본글과는 좀 엉뚱한 이야기겠지만.. 일단 아직 휴전 상황을 평화체제로 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로 군수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아요. 마치 미국이란 나라처럼--;;

참어정부가 50조원을 땅개발에 투자하는 동안 이미 신자유주의는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고 사람들은 신자유주의화 되고..ㅋㅋ

정말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네요.ㅋ
정확하게 말하면 잃어버린 15년이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연애편지

2007.05.15 12:44:18
*.188.216.118

전 대체복무제에 찬성이예요. 솔직히 윗대가리들은 다 빠져나가잖아요. --;; 이래저래 억울한것은 서민들이라는 족속들에게 밀려서 쫓겨난 젊은이들 --;;

당장 대체복무제는 아쉽지만 불가능하고... 일단 휴전에서 정전으로 바꾸는게..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하뉴녕

2007.05.15 18:07:00
*.176.49.134

근데 그것이 '휴전 협정'이 된건 번역의 문제라고도 하더군요. 그 영어단어는, 그 당시에 대개 '정전'이란 의미로 쓰이는 것이었는데, 이승만 정권에선 그렇게 해석이 되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만들었다는.

CJ

2007.05.15 15:23:35
*.112.40.221

대중이 단 한번도 공평한 대체 복무란 것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듯 합니다. 사실 '대체 복무'란 건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죠, 지금도 존재하고. 병역특례라던가, 전설의 6개월 학사 장교라던가(전두환 아들 덕분에 생겼다는 그 제도),.. 강남에서 현역가면 바보라는 속설만 해도 그렇고요...

이런 경험들과 피해의식을 켜켜이 쌓아온 사람들한테 '공평한 대체 복무'란 것은 논리적 가능성일 뿐입니다. 지식인한테라면 모르겠지만, 대중을 비판할 때 논리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좀 허무한 것 같아요.

하뉴녕

2007.05.15 18:12:52
*.176.49.134

일견 타당한 말씀이긴 한데요. 그러면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기도 하죠.

1) 대중은 공평한 대체 복무란 것을 경험한 적 없다.
2) 그러므로 대중은 (비교적) 공평한 대체 복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
3) 여기에 대해 대중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대체 복무제를 제시한 적도 없지만, 위 논법대로라면 제시하더라도 대중의 동의를 구할 수 없거든요. 그러면 유일한 방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 추진하거나, 이명박씨가 청계천 운하 추진하듯이 권력자가 '결단'을 통해 무작정 밀어붙여놓고, 대중에게 억지로 그 '경험'을 주입시켜주는 것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것을 '대안'으로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 경우에도

1) 반대하는 대중은 틀리지 않다.
2)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책결정자는 틀리지 않다.

는 식의 양시론을 취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만일 이런 모순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대체복무제를 할 수 없고...

뭐 이렇기 때문에 허무하더라도 비판을 하곤 하는 거죠. 사실 대중 비판이 허무하다면, 정치인 비판도 마찬가지로 허무합니다. 어쩌면 정치인 비판이 더 허무하죠. 그 친구들은 전적으로 이익을 따라 움직이니까.

CJsound

2010.02.17 18:17:42
*.111.162.234

잘 읽었습니다 ^^^^ 트랙백 하나 달고 갑니다 6^

CJsound

2010.02.17 18:18:36
*.111.162.234

엇 !!! 근데 저 위에 CJ라는 분은 제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이런 우연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의미 부여 [25] 하뉴녕 2011-02-16 3265
42 [딴지일보] 본격 정치평론 : 2PM 재범이 남기고 간 것 [38] [1] 하뉴녕 2009-09-10 1814
41 이해가 안 가는 국군 보급의 민영화... [16] 하뉴녕 2009-02-17 996
40 [씨네21/유토디토] 박정석과 유토디토 [7] 하뉴녕 2009-01-10 1043
39 논쟁의 효과, 그리고 인문학과 과학 [44] 하뉴녕 2008-03-15 3923
38 뭐?? 군생활을 보상하라고 날뛰는, 한국 예비역들이??? file [8] 하뉴녕 2008-02-18 876
37 뭐?? 쥐뿔 보상도 안 되는 군가산점 따위가??? [3] 하뉴녕 2008-02-18 979
36 징병제 사병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방언의 사례 [11] 하뉴녕 2008-02-11 2963
35 군대에서 영어 몰입 교육을? [17] 하뉴녕 2008-02-07 4278
34 보급병의 추억 [20] 하뉴녕 2008-01-05 2684
33 문어체 소년의 인용구 노트 2 : 고통과 삶 하뉴녕 2007-08-21 986
32 전역 후 6개월 file [13] 하뉴녕 2007-07-17 920
31 사회복무제 도입과 군가산점제의 문제 [15] [1] 하뉴녕 2007-07-11 1011
30 날아다니는 꿈 [2] 하뉴녕 2007-06-02 960
» 군복무는 대체불가능한 경험인가 [7] [1] 하뉴녕 2007-05-15 1016
28 마초의 위기 [12] [1] 하뉴녕 2007-04-18 942
27 달리기와 술 하뉴녕 2007-04-04 850
26 사병의 입장에서 본 파병 [3] 하뉴녕 2007-04-03 882
25 부스걸 논란에 대한 단상 [3] 하뉴녕 2007-02-18 902
24 난쟁이 컴플렉스 하뉴녕 2007-02-02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