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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공동체는 힘이 강해짐에 따라 개인의 위법 행위를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위법 행위는 더 이상 그 전만큼 공동체 전체가 존립하는 데 위험하고 전복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이른바 ‘선진국가’들이 범죄자에 대해 더 관대한 까닭은 저리 해석될 수도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인권’ 논의가 잘 먹혀드는 것은 그들 국가가 개인의 위법 행위에서 더 이상 체제의 위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하는 우리의 조국이 범죄자들에게 취하는 덜떨어진 행동 전체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중 가장 특징적인 법안을 논하는 것이 더 현명할 듯하다. 개인의 철없는 행동이 국가에게 심대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법 같지도 않은 법, 국가보안법 말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좌파보다는 좀 많지만, 여하간 한 사발도 안 되는 자유주의자들이 ‘사상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이며, 국가가 그것을 훼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봤자, 한국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주의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 머릿속엔 인권감수성이라는 게 없으니까. 그러므로 국가주의자들의 굳은 머리에 다소나마 혼란을 주기 위해서 나는 국가주의의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을 해설해 보려 한다. 


모든 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수호할 법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가령 히틀러가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해 그리 했던 것처럼 다수의 지지를 받아 공화정을 부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민주주의적으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체제이지만, 그 ‘모든 것’에서 단 하나는 제외된다. 민주주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부인하는 일이 있을 수는 없다. <은하영웅전설>에서 양 웬리가 곱씹는 그 딜레마 말이다. 물론 이는 논리적으로 볼 때는, 일관성의 결여일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는 그 점에선 자신이 가장 우월하다고 선험적으로 선포하는 체제인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국인들은 일관성엔 큰 신경을 쓰지도 않으니 이 점은 그냥 넘어가자. 그저 민주주의 체제에 일관성을 거슬러 가면서 자신을 수호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 규정을 법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한국의 경우 형법에 있는 내란죄나 내란선동죄 등이다. 민주주의 체제와 국가에 대한 테러는 이 법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국가보안법이 잡아내려고 하는 것은 김정일이나 북한에 대해 좋게 말하거나, 시청 앞에서 인공기를 흔들거나 하는 사람들이다. 말인즉슨 국가보안법은 겨우 옆나라 칭찬하거나 옆나라 국기 흔드는 것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위험해진다고 우기고 있는 거다.


듣기만 해도 심란한 얘기다. 국가보안법은 그 존재 자체로, 우리의 대한민국이 아직도 국민들이 제 나라 인민을 굶겨죽이는 이상한 나라에 ‘투항’할까봐 겁을 내고 있다고 웅변하고 있다. 시청 앞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서 느낀 위화감도 비슷한 것이었다. 그분들은 정말로 한국 사회가 공산화될 지도 못한다고 겁을 내고 있었다. 자본주의자들은 등따습고 배부르면 공산화 혁명 따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에 서유럽에게 그토록 원조를 퍼부은 것이고. 그런데 이분들은 국민소득 2만불의 이 나라가 공산화될 지도 모른다고 겁을 내고 계신 것이다. 그것도 그냥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라, 공산주의를 빙자한 전제왕정국가에 의해서.


이분들이야 한국전쟁의 상처를 새기고 있는 세대이니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아래 세대 ‘국가주의자’들은 국가의 품위나 체신머리 같은 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요새 언론에선 한국이란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개판이라고 떠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강함은 과시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강함을 과시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김승연 회장이 자신과 사회적 지위가 하늘과 땅 차이인 양아치들을 몸소 두들겨 패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코털을 건드린 생쥐를 두들겨 패는 사자가 강함을 과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타자를 견디지 못하는 것들, 타자에게서 위협을 느끼는 것들은 약한 것들이다.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서도 너무 약자 근성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 약자근성의 정점에 국가가 자신에게 맹종하지 않는 개인을 직접 두들겨 패겠다고 나서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것이다.


진짜 국가주의자라면 이 법이 얼마나 우리의 국가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들도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무협지를 볼 때는 초라하고 찌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분별할 게 아닌가. 그런 분별력을 발휘해서 우리의 국가의 수준을 견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인하르크

2007.05.18 08:51:23
*.99.241.60

예방접종을 맞는 사람에게 '넌 니 건강에 그렇게 자신이 없냐? 예방접종 맞는건 너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거야'라고 말하는 철없는 고딩이 하는 소리같네요.

국가보안법 안에 있는 기준이나 처벌수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의가 있을수 있다고 봅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부당한 것이 있으면 고칠수도 있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폐기냐 존손이냐를 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강함은 과시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깡패도 아니고 말이죠..

하뉴녕

2007.05.18 09:15:19
*.176.49.134

모기가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믿고 모기장을 둘러싸고 다니는 철없는 어른에게 모기장 좀 벗으라고 얘기하는 거구요.

제 기준에서는 국가보안법 '존속'이 너무 극단적인 견해입니다. 님 의견과 다르다고 '극단적으로'라는 표현을 쓰시는 것은 타당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깡패처럼 두들겨 패는게 강함을 과시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건데... '과시'의 수준 얘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과시'를 안 할만큼 윤리적인 인간들도 아니니까. 전적으로 오독을 하신 건지, 님 동네 깡패가 굉장히 쿨한 건지...

ㅡㅑㅕ

2007.05.18 14:25:54
*.110.32.129

라인하르트씨가 철없는 고딩같아..



라고 말하면 라인하르트씨는 기분나쁘겠지요?

비유

2007.05.18 10:42:42
*.235.61.167

토론할 때 비유나 은유 쓰기 시작하면 이미 막장테크.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미 오류가 들어가 있죠. 얼마나 들어가 있느냐 정도의 문제. 저 플라톤조차 그러했거늘, 일반인들은 이미 서로 토론하자는 마음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윤형 님은 그래도 상식적인 한계 내에서 조심스레 비유를 쓰시려는 것 같은데, 그걸 예방접종 비유로 맞받아치는 것은 실로 '극단적'이군요.

정말료?

2007.05.19 06:03:32
*.77.187.93

몰라서 묻는 건데, 토론할 때 비유나 은유를 쓰는 게 진정 막장테크인가요. 오류의 정도의 차이라면, 라인하르크 씨가 쓴 예방접종 비유와 한윤형 님이 쓰신 비유가 가진 오류 정도의 차이를 자세히 밝혀주셨으면 해요. 리플의 모기 비유야 라인하르트 님의 리플에 대한 패러디쯤으로 읽을 수 있다고 쳐도 이 포스팅에 올려진 비유가 어째서 '상식'의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왜 라인하르트 님의 비유는 어째서 '상식'이 아닌 '극단'인지.
저는 오히려 토론할 때 '상식'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토론은 막장을 타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비유 님의 리플에 다는게 적합할지는 모르겠는데, 한윤형 님에게도 질문 하나 할께요. 국가주의의 관점으로 국가보안법을 설명했기 때문에 '강함'의 논리를 쓰신거 같은데요. 그게 국가주의자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국가주의가 강함을 추구할 때 제국주의가 되는 거라면, 국가주의를 제국주의로 때려잡는 구도가 되버리는 것 아닌가요?

하뉴녕

2007.05.19 08:34:02
*.176.49.134

자자, 일단 중요한 건 '라인하르트'님이 아니라 '라인하르크'님이라는 겁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이분 블로그에도 이렇게 표기되어 있어요.

제가 말한 의미의 '강함'에서 제국주의가 나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강함'이란 개념에 대한 재정의(그러나 무어 그리 창의적이지도 않은)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국가보안법을 상대하고 있는건데, 정말료 님은 통속적인 의미의 '강함'을 염두에두고 국가주의가 '강함'을 추구할 때 제국주의가 되는 것이며, 따라서 제 논변은 제국주의로 국가주의를 때려잡는 것이라고 보고 계신 듯 합니다.

그리고 토론이 '막장'이 되는 테크는 단일하지는 않을 테니,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가 뭣하군요. 비유나 은유가 난무하면 막장이라는 비유님의 말도, '상식'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막장이라는 정말료님의 의견도 그에 해당하는 경험적 사례를 제 머리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흠, 그런데 제 포스트에서는 어떤 '비유'가 쓰였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비유

2007.05.19 09:25:02
*.235.61.167

정말료님 / 바로 님과 같은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비유는 논증보다는 공감의 문제. 공감은 클리셰의 문제, 여론의 문제, 상식의 문제. 이렇게 되면 서로 상대의 비유가 얼마나 공정했나, 얼마나 보편적인가, 얼마나 상식적인가 따지기 시작하죠. 결국 자기에게 찬성하는 사람 머리수나 헤아리기 시작합니다. 옳고 그름보다는 찬성 반대. 원래 논점은 버려진 채. 길고 지루한 소모전 끝에 비유의 정확성에 대해 피차 공감대가 형성되어진다 해도, 원래 토론의 논점 부분은 그대로. 토론할 기존 문제에 새로운 문제 하나 더 붙이는 격. 피차 논란의 여지가 적은 상식 선에서 조심해서 쓰는 것이 낫죠. 사실은 아예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님의 '상식' 이야기 나오면 토론 막장 탄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 같네요.)

한윤형님/ 포스트의 사자 코털 건드린 생쥐와 리플의 모기요.

하뉴녕

2007.05.19 09:26:21
*.176.49.134

아, 리플의 모기야 되받아친 거니까 알고 있었고요. 코털 뽑은 생쥐를 응징한 저 사자는 클리셰인데다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인데 비유라고 할 것 까지야. -_-;;;

비유

2007.05.19 09:42:29
*.235.61.167

ㅎㅎ. 그래도 비유는 비유니까요.그래서 상식 선이라고 했잖아요? ^_^

PT

2007.05.20 21:23:54
*.196.95.228

그러니까요..

체제가 그렇게 굳건하고 정당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어째서
'사상을 근거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체제의 정당함이
취약하다고 보는건지..

우리나라의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모순을
지켜보기에 국보법 논쟁만큼 적절한 사례도 드물겁니다.

김대영

2007.05.22 08:22:10
*.138.150.124

국보법을 폐지하는 가장 빠른 길은 김승연 회장 아들을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하는 것이여.

하뉴녕

2007.05.24 10:39:30
*.176.49.134

그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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