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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미디어몹 블로그에 아흐리만이란 이름으로 올렸던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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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이 강준만 교수의 비평글에 대해 반응했다. 왜 [반응]이라고 표현했는가 하니, 유의원 스스로도 그 글을 반론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의 목적은 강준만의 비평으로 인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써 마땅히 져야할 의무겠지만, 그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강준만의 비평이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므로, 유시민의 논리를 비교적 간략하게 비판해 보고자 한다.

유시민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열린우리당 내부의 개혁세력이 바라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깨끗한 정당을 만드는 것, 둘째, 당원이 주인노릇을 하는 민주적인 정당을 만드는 것. 그리고 민주당의 다수파는 이 [혁신]에 대한 요구를 거절했기에 분당이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에는 강준만이 말한 바 기회주의자들도 많지만,  혁신을 믿는 이들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으며, 따라서 강준만의 우려가 빗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 유시민과 진성당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기억하기를 즐기는 노빠들의 지지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유시민이 정리한 두가지 혁신의 요구는 분당 당시의 논쟁지형과 거리가 멀다. 민주당 신주류-구주류의 논쟁은 처음에 대선 전에 노무현 흔들기를 했던 후단협 맴버들에 대한 처벌 요구로써 시작되었으며, 분당 과정에서 주요한 논점은 지역주의 문제였다. 내 생각에,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한 강준만의 시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나는 강준만의 시각에서도 민주당(구성원들에 대한) 편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시민은 이 논점에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가? 그 논점들이 강준만이 비판한 바 헤게모니 투쟁으로 생각되기 쉽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둘째, 유시민은 자신이 만든 정당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무리수를 범했다. 깨끗한 정당, 당원이 주인인 정당은 민주당 분당 이전에 유시민이 이미 만들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개혁국민정당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유시민이 바란 것은 깨끗한 정당,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 아니라 그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일국의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큰 정당이다. 유시민이 개혁당 해체를 결심했다는 것은, (개혁당을 해체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웃기는 짬뽕이었고, 실제로도 아직 개혁당이 남아있지만) 덩치와 원칙의 딜레마에서 유시민이 선택한 것이 덩치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유시민은 그 사실을 외면함으로써 자신의 딜레마를 숨기고, 자신의 아름다운 원칙만을 논점으로 남겨놓고 있다.

셋째, 강준만의 비평 중 상당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이를 극구 옹호하는 유시민 의원, 그리고 이에 동의하는 노무현의 핵심 지지자들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시민은 기회주의자라는 용어 하나를 가지고 강준만의 비판의 대상을 [노무현+a]에서 [열우당 의원들]로 치환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자신들은 비판의 대상에서 쏙 빼놓고, 내부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변할 셈이다. 이런 행동주의적 논변은 지지자들 감동 먹이기엔 좋을지 몰라도 논쟁에선 아무 쓸모가 없다. {노력하는 이는 아름답다.}면, 민주당 내부에서 노력하자고 주장했던 추미애 의원이 가장 아름답다고 주장할 셈인가? 이것 역시 치사한 짓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데올로그들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개별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나 판단은 생략해 버리고 추상적인 지향만 남긴다. 그 지향 속에서 그들은 언제나 옳다. 사람사는 세상의 문제가 어찌 이리 단순할 수 있을까. 간혹 결론이 단순할 수는 있겠으나, 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마저 저렇게 단순할리는 없다. 유시민 스스로 지난번에 {열린우리당이 정당개혁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고백하지 않았나. 그때 노빠들은 또 노력하는 유시민 찬양하느라 바빴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리 될 거였다면 민주당은 왜 깼나. 개혁당은 왜 깼나.}라고 생각하는게 정상아닐까.

지향이 나쁜 정치인은 없다. 아니, 지향이 나쁘다고 인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지향의 올바름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정책적 수단이 그 지향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이다. 민주당 분당 역시 그렇게 토론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이며, 노무현의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대응은 더더욱이나 현시점에서 토론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광신적 지지자들은 지향의 옳음을 근거로 언제나 이러한 토론을 생략하려 든다.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중히 여기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가끔 신이 나서 주장하는 바대로 혁명세력과 가장 많이 닮았다.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에서 배워야할 것은 좌파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들의 정치는 복잡한 현실문제를 도피하기 위해 고안된 판타지이며, 하나의 슈팅게임이다.

틀림없이 이 글에도 슈팅하려는 녀석들이 달라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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