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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제 살 깎아먹는 민주당

조회 수 865 추천 수 0 2003.12.24 14:52:00
그래, 뭐 이 정도 길이면 봐줄만 하지...-_-;;  근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거 쓰고 있냐...이 때 연애도 했던 것 같은데.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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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일련의 글들을 통해 '열린우리당'이라는 실험이 노무현 진영에서 행할 수 있는 실험 중 최악의 것이었으며,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도 그들이 믿는 만큼의 의미는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듭, 제 살 깎아먹는 행위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위상을 올려주고 스스로를 실추시키고 있다.


먼저 민주당은 정권 초기 신주류 의원들이 과거 기득권세력 청산을 요구할 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굳이 '동교동계'라는 계파를 쓸어버릴 필요는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후보단일화'라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흔들기를 자행한 세력에 대해선 일정 부분 단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단 한 명의 의원들도 '정리'하기를 원하지 않았는지 끼리끼리 연대하여 정당을 두 패로 가르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론 절반 정도의 의원들의 분당을 추동했다.


강준만은 이를 '재활용파'와 '다 때려부수기파'의 대립이라 칭했다. 그러나 소위 신주류가 처음부터 '다 때려부기'를 주장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용어다. 오히려 그가 말하는 '재활용파'는 '하나 때려부수는 걸 못 견뎌 서로서로 엮어 다 때려부수지 않으면 때려부술 수 없게 만든 BJR파'라고 명명하는게 나을 것이다. 말하자면 배가 흔들린다고 모든 배를 쇠사슬로 묶은 것이다.


그리하여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탈당했을 때, 민주당엔 당초 개혁성향으로 분류되었던 조순형, 추미애, 김경재 의원등이 그대로 남았다. 그들은 분당이라는 결단을 이해할 수 없고, 개혁성 경쟁을 통해 누가 진짜 개혁주체세력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경쟁하자고 했다.


옳은 얘기다. 그들의 선의를 존중하여, 박상천이 대표가 있을 무렵 민주당이 벌인 닭짓은 잠시 잊기로 하자. 대통령이 헌법에도 없는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을때 덜컥 재신임을 받아들여 대통령을 퇴진시키려 했던 (나중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입장을 바꿨지만) 그 알량한 정치력도 용서하기로 하자. (강준만조차 개탄한 일이다.) 그런데 조순형이 대표가 된 이후, 민주당은 무엇이 바뀌었는가.


이번엔 정개협의 개혁 권고안에 역행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자민련과 연합해서 날치기 처리하려고 했다고 한다. 내용의 골자는 지역구를 확충하고 비례대표의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른바 지역기반이 뚜렷한 정당에게 매우 유리한 법안이다. 이는 참여민주주의 원칙 실현에 반대되는 법안이며, 지역주의 타파라는 한국 정치의 숙원을 배신하는 법안이다. 이런 법안을 내놓고, 그것도 어제까지 그렇게 욕하던 한나라당 자민련과 연합해서 날치기 처리를 기획해놓고, 민주당이 지금껏 표방하던 중도개혁의 정당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가지는 개혁성이라고 해봐야,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기 때문에 지역주의를 맹목적으로 선동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정도 뿐이다. 만약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악의적으로 선동하는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강준만의 말대로 실질적인 여당이라는 자세를 지니며 책임있게 개혁정책을 추구해 나갔다면, 열린우리당을 주도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해 그들이 바라는 정국 주도권을 되찾는 일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못보고 한나라당과 연합해 대통령과 여당을 명분없는 일로 공격함으로써,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통령과 한나라당 류의 전투다."라는 말을 내뱉을 빌미를 제공했다. 스스로는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중도개혁 노선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과 일관성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증명'의 결과는 물론 민주당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두척을 가라앉히기 싫어 서로를 쇠사슬로 꽁꽁 묶은 배는, 지금은 튼튼해 보여도 화공 한방에 전멸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한나라당 자민련에 대항하는,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비해서도 모자람이 없거나 오히려 앞서는 개혁성과 정책지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두눈 멀겋게 뜨고 열린우리당이 한때 그들이 가졌던 정체성을 가져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2중대가 되어, 호남의 자민련이 되어, 사라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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