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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마감의 영원회귀

조회 수 4403 추천 수 0 2007.05.02 16:52:09
어제는 직장 다니다가 때려치고 공부해서 세무사가 되신 누님의 사무실에 가서 저녁으로 피자를 얻어먹고 후식으로 맥주와 과일을 얻어먹었다. 술이 좀 부족해서 거기서 만난 친구와 함께 완산정에 와서 한잔 더 했는데 물경 3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친구가 다 계산하여 결과적으로 나는 어제 택시비밖에 안 썼다.

"그래서 넌 거기(=드라마틱)서 얼마나 받아?"

라고 누나가 묻길래, "이번달에는 40만원 들어왔어."

했더니 깜짝 놀라며 글써서 그만큼 받다니 충격적이라고 응답했다.

"뭐가 많아? 이번 달엔 방세 엄마한테 내달라고 해야할 판이구만. 다음달 부턴 두탕 뛰니까 좀 더 들어올거야."

"...너 참 훌륭한 사람이구나."

"회사가 훌륭한 거야."

딱히 갈 곳 없는 사람을 거두어줬으니 말이다. 여하간, 드라마틱 들어와서 <고맙습니다> 포인트리뷰한 거 빼면 나는 <마왕>에 대해서밖에 안 썼다. 19호에 "엉뚱한 곳에 와서 고생하는 서양의 '마왕' "(1p)를 썼고, 20호에 "<마왕>에 스며든 '거짓의 심리학' -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로 <마왕> 해부하기"(2p)를 썼으며,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21호에는 지금까지 나온 사건을 개괄적으로 정리하는 " '마왕'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왕>의 사건일지"(2p)와 중간평가 성격의 글인 "<마왕>, 심리학과 고전에 적절히 의지한 미스테리-복수극"(1p)을 보낸 상태다. 내가 출신성분이 드라마빠가 아니다 보니, 드라마 외적으로 얘기할 것이 비교적 많은 이 드라마를 전담마크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나는 <마왕>의 시도를 높이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대 드라마로서는 <고맙습니다>를 더 좋아한다. 나는 포인트리뷰에서 <고맙습니다>에 줄곧 별 네 개를 주고 있는데, <마왕> 담당자는 네 개를 주거나 세 개반을 주거나 하고 있다. 원고 송고한 후 편집장님이 "만일 윤형씨가 이번에 <마왕>에 별점을 줬다면 몇 개줬을 것 같아요?"라고 묻길래 "세개반이나 네개요."라고 대답했는데, 어쨌든 <고맙습니다>가 더 높아야 한다는 생각인 것. <고맙습니다>는 개연성이 없었던 몇 개의 사소한 설정을 제외하면 흠잡을 때가 없는 드라마다. 하지만 편집장님은 이상하게도 '이경희 알러지'가 있어서 저 유명한 <미안하다 사랑한다>조차 견디지 못했고 <고맙습니다>도 1회 30분 보다가 껐다고 한다. 내 대답을 듣고 "아...<고맙습니다>가 재미있긴 재미있는 모양이군요."라고 반응했다.

위에서 '두탕' 뛴다고 말한 건 판타스틱 2호부터는 판타스틱에도 객원 에디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늘 대충 배면할당이 끝난 상태인데 판타지와 무협을 중심으로 한 장르토착화에 대한 특집기획을 6p나 할당받았다. 혼자 쓰는건 아니고 둘이 쓰는 것이긴 하지만. 이 마감은 5월 7일까진데 외고는 아니니까 컨셉 확실히 잡으면 2-3일 미뤄줄 수는 있단다. 백종현 선생님이 코멘트 받고 싶으면 레포트를 5월 말까지 내라고 했는데, 이래저래 마감은 끝나지가 않는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 제길.




P.S 한국이 사람살 곳이 아니라고 명쾌하게 선언한 스콧 버거슨의 <대한민국 사용후기>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험기간에 서점에서 몇 페이지만 봤는데 정말 절절히 공감이 갔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글을 쓴 외국인들은 군인, 파견나온 기업인, 언론인, 종교인, 한국 남자와 결혼한 여성 등이었다. 요약하자면, 그들은 거대조직에 속해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왔다. 한국 사회에서 조직이라는 방패가 없으면 얼마나 살기 힘든지 한국인들은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 방패 안에선 말을 막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버거슨은 그냥 미국이 싫어서 한국에서 자기 마음대로 살려고 온 사람이고, 한국에서 그게 안 된다는 걸 절절하게 깨달은 사람인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외국인이 쓴 한국론 중에서 수준으로 보나 의의로 보나 최상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자꾸 책을 구입하는 걸 잊어먹고 있는건, 어쩌면 아주 괴로운 독서가 될 수 있다는 '무의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버거슨이야 남한이 유일한 현실인 것처럼 속고 살다가도 그 꿈에서 깨어날 수 있고, 도망갈 곳도 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태공망

2007.05.02 20:59:47
*.109.202.16

백종현 선생님이라면... 봉천동 근처에서 학교 다니시나봐요 ^^

하뉴녕

2007.05.03 13:30:41
*.46.105.45

;;;

김규섭

2007.05.06 12:37:22
*.134.38.17

<대한민국 사용후기> 이 책 몇 페이지 보긴 봤다고? 내가 어제 이 글을 보고, 오늘 낮에 서점가서 한참 읽는데, 무지 실망스럽던데? '미국에 환장하는 골빈 한국 된장녀들 다 죽어버려라' 대충 이런 식인데 . . 인터넷에서 늘 보던 수준;;

하뉴녕

2007.05.06 15:54:33
*.176.49.134

거의 서문부분만 읽었달까. 더 읽어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ㅎㅎ

adana

2007.05.07 21:20:20
*.199.161.248

어 판타스틱 다음호에 글 쓰는구나 처음엔 살짝 놀랬는데 취향을 생각해보니 당연한듯 -ㅠ- 그나저나 언제 라마 1권 내놓을거야 ㅎ 나 출국하기전에 만나달라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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