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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구대성 은퇴

조회 수 3419 추천 수 0 2010.08.16 14:24:21

어렸을 적에 나는, 마무리 투수는 원래가 3-4이닝은 던지는 보직인 줄 알았다. 구대성 때문이었다. 그가 이상훈보다 엄청 더 센 투수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세계에서도 유니크한 투구폼을 가진 좌완투수였고, 그래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라도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선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국제대회에 나가서 상대팀 타자들을 학살하기에 정말 좋은 투수였던 것. 그래서 구대성은 국제대회에선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만큼이나 팀에 든든한 존재였다.


2006년 가을에 나는 군대에서 병장계급을 달고 한화가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올라오는 꼴을 보고 있었다. 준플 상대는 LG였던 것 같고 플레이오프 상대는 기아였던 것 같다. 한화가 기아를 3점차로 앞서고 있었고 주자가 2명인가 있었던 상황에서 구대성이 올라왔다. 타석에 이종범이 들어서자 나는 볼륨을 높였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당직부사관 완장을 달고 내무반의 후임들에게 그렇게 얘기했을 때, 이종범이 구대성의 공을 때렸다. 기아가 2점을 냈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됐어. 2점이면 됐어. 이제 더 이상 칠 놈이 없다."


그리고 한화는 5-4의 스코어를 그대로 지키며 승리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는, 내가 분대장 완장 찬 지 한달도 넘어 뒤늦게 분대장교육대를 가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 삼성이 한화와의 연장전 싸움에서 구대성의 맞상대로 네 명의 투수를 올리고 승리했다는 풍문을 전해들었을 따름이다.


다시 한번 그가 2루쪽을 흘깃보고 던지는 그 요상한 투구폼으로 타자를 유린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크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광경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구대성은 이제 은퇴를 선언했다. 내가 우에스기 타츠야보다 사랑했던 유일한 투수가 영원히 마운드를 떠난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P.S 검색하다가 발견한 잘 정리된 글.

역대 최고의  왼손투수들 (6) - 구대성 / RK님 글
http://blog.daum.net/leggie/17187138
http://blog.daum.net/leggie/17187139
http://blog.daum.net/leggie/17187140


P.P.S 그리고 스포츠는 역시 기록도 기록이지만, 장면인데, 진짜로 쩔어주는 게 구대성의 장면들이었다. 아래 기사 참조.
http://kr.news.yahoo.com/sports/baseball/view?aid=2010081609223222794&from=rank

김신식

2010.08.16 18:45:53
*.143.214.178

"비밀글입니다."

:

파도

2010.08.16 20:39:28
*.41.254.50

쿠옹 ㅠㅠㅠ 므르브에서도 랜디존슨 상대로 홈 주루 플레이만 안했어도 더 잘했을 것 같은데 ㅠㅠ

ssy

2010.08.18 02:17:49
*.192.117.216

- 2006년 한국시리즈는.. 구대성이라는 '캐사기 유닛'과 라이온즈의 무지막지한 불펜진의 싸움이었지. 한화 입장에서는 우승할 만한 적기였지만, 그러기에는 저쪽의 쪽수가 너무 많았어.. 나오는 놈마다 150을 꽂아 넣었는 걸 뭐. (그때는 '임'도 있었다우) (& 그 시리즈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은 배영수는 완전히 방전되어, 지금도 허덕거리고 있다우)

- 나는 무엇보다도 그의 표정이 너무 좋았어. 내게는 그저 일구 일구가 소중할 뿐, 다른 무엇은 아무 관계없어 하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아주 가끔 경기를 말아 드셔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표정으로 내려올 때는 정말 굉장했다. (에이스가 자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 괜히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덜덜거리는 여타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지)

- 이제 종범이 兄 하나 남은 건가..

nomen nescio

2010.08.18 16:59:01
*.127.35.211

쿠의 무심투를 사랑했던 한화의 팬으로서 정말 슬펐어요.

쿠~우우우웅

2010.08.23 00:58:36
*.171.82.72

그런데, 2006이라면 준플레이오프가 한화:기아, 플레이오프가 한화:현대, 한국시리즈가 한화:삼성 입니다. 아마도 보신 경기가 준플레이오프 경기였을겁니다

하뉴녕

2010.08.23 15:36:03
*.6.78.199

아하, 그러고보니 준플 3차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플레이오프 현대전에서도 쿠옹이 엄청 활약했었죠. 5대 2 상황이다가 5대 4 상황, 현대가 막 역전할 분위기였는데 쿠옹이 올라와서 그냥 불을 꺼버리는 등...;;;

유선의

2010.08.27 00:53:50
*.176.46.23

대전사람치고 쿠옹의 은퇴를 아쉬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쿠옹의 은퇴는 역시 쿠옹답다는 생각도...ㅎㅎ

구속이나 구위는 줄어들었을지언정 배짱은 줄어들지 않아서,

이리저리 피해가고 어렵게 가는 투수로 변신하기보다는 차라리 쿠옹 스타일대로 은퇴를 ㅋ

나만의 생각인가 ㅡㅡ; 레알 간만에 놀러와서 헛소리하고 간다~~ 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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