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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전시와 처벌

조회 수 4850 추천 수 0 2010.07.31 01:59: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30182211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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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엔 권력자만이 시민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다른 시민을 감시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기술진보를 통해 구축된 사이버스페이스와 그곳에 자신의 삶을 전시하려는 시민들의 욕망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의 다양한 공간에 제 사는 모습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삶과 자신의 삶을 견주어본다. 그러고선 우쭐거리기도 하고 ‘열폭’(열등감 폭발)하기도 한다. 평소에 그런 행동은 사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연히도 그런 사적인 행위가 공적인 이슈가 되는 순간이 있다. 우연히 그렇게 ‘지옥의 문’이 열리면 수십명만이 엿보던 당신의 삶을 수만 수십만명의 사람이 열람하고 단죄하고 평가한다. 소위 ‘XX녀’ 논란들이 그렇게 전개됐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2PM을 탈퇴해야 했던 박재범군이 그렇게 평가되었다.


최근에도 어떤 교사가 EBS 강의에서 ‘군대 비하’ 발언을 했단 이유로 해당교사의 미니홈피, 학교 홈피, EBS 홈피가 몸살을 겪어야 했다. 이런 ‘사이버테러’를 당하는 이들의 경우 그들 스스로 약간의 잘못을 했거나 빌미를 제공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사이버상의 군중에게 당하는 고충이 그들이 저지른 ‘잘못’의 수위에 적절한 형벌인 것은 아니다. n분의 1의 군중은 딱 n분의 1만큼의 폭력을 행사한 후 그 폭력의 총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외면한 채 사회부조리를 처단했다는 뿌듯함에 젖어 집에 돌아간다.


아마 보수언론들은 ‘광우병 괴담’과 엮어 이런 현상들을 비판하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주장하고 싶을 거다. 인터넷 실명제가 적절한 정책인지는 별도의 논점이 되지만, 위와 같은 문제들은 인터넷상의 개인이 너무 불투명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투명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망을 공개하기 때문에 굳이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발가벗겨진다. 예전에는 몇 사람만이 알고 지나가던 사적인 비밀들이 이제는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그런 비밀들의 융합이 언제 어디서 어떤 스파크를 일으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의 문제가 된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만인이 만인을 재단하는’ 이 시대에 기존 권력자들이 시민을 감시하기도 더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취업시장에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최종 면접자들의 이름을 ‘구글링’해서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들여다본다는 풍문이 떠돈다. 시장의 영역에서 손쉽게 ‘민간인 사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이젠 총리실이 한두 개도 아니다. 예전이라면 사적 공간에서 떠돌았을 담화들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공공기관들은 이에 대해서도 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미 KBS는 김미화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 대해 소송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그저께는 ‘상지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라는 곳에서 상지대 전 이사장 김문기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민노씨’란 아이디를 쓰는 파워블로거를 고소하는 일이 있었다. 1993년 사학비리로 대법원에서 1년6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문기씨가 상지대로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그 블로거의 활동에 대한 대응이었다. 인터넷의 투명함은 세상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탄압하는 데 기여하는 중이다. 인터넷문화가 빨리 발달해 그 특유의 문제를 맞이한 동시에,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인 권력기구들의 준동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라 하겠다. 민노씨는 그들의 ‘고발’ 행위조차 자신의 블로그에 ‘전시’했다. 블로거다운 일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이상한 모자

2010.08.05 17:32:17
*.114.22.71

리플이 없어서 리플달음
감시와 처벌의 패러디인가여??

하뉴녕

2010.08.05 21:00:26
*.39.144.120

잇힝.

다시다

2010.08.09 15:42:45
*.124.106.137

집단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사는 것도, SNS 때문에 강제로 통합되더라고요. 나 원래 오락가락하는 사람이에요가 안 통해요.

하뉴녕

2010.08.10 09:19:59
*.5.126.182

좀 그렇죠 ;;

Nairrti

2012.03.13 13:37:19
*.217.213.106

공간마다 다른 id를 사용하면 가능해집니다.

carlos

2010.08.10 10:58:40
*.135.51.183

박재범군이 글쓴 곳은 마이스페이스 랍니당

하뉴녕

2010.08.11 09:50:40
*.241.65.128

오류 지적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또 이 사례를 말할 때는 정확하게 쓰겠습니다. ^.^

한찬희

2010.08.24 18:02:09
*.90.117.34

재단 정상화는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야. 상지대와 똑같은 케이스지.. 비리를 저지른 구재단이 다시 입성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도 마찬가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것은 역시 학생들.
과거 학교신문에 구재단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고 학생기자를 구재단에서 고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어.
(난 그밖의 문제로 그 기자와 갈등이 있어서... 뭐 같이 술마시면서 그건 풀었다)
지금 총학은 구재단 저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워서 당선되었고.. 나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 총학을 탄핵하려고 하고 있고 2학기에 아마 결론이 날듯 하다.
재단 정상화에 대한 갈등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소수이며, 그 블로거가 구재단 관련 글을 썼고 명예훼손이라는
고발을 하였더라도 그 블로거를 응원할 수가 없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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