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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안 찍으면 전쟁이 납니까?

조회 수 1143 추천 수 0 2002.06.05 14:08:00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주장하신 몇몇 분들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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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길라잡이]에 실린 진중권 선생의 글, [상대를 짓밟는 정치]의 원 제목은 [증오와 종말론의 정치]였다. 5월19일자 한겨레신문 [시평]에 실린 김민웅 선생의 ['종속파시즘'을 경계한다]는 이 글에 대한 반론인 듯 하다. 이 글이 말하는 '종속파시즘'의 무시무시함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나는 진중권 글의 원제를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민웅 목사는 지금 전쟁이라는 이름의 종말론을 설파하고 있다.

김민웅 선생의 글은 먼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리적 반칙을 범하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인가? 그렇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를 한번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그렇다'라는 대답을 전제한 채, 우리가 '종속파시즘' 세력과 대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종속파시즘' 세력의 집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가에 대해 '종말론적' 선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시장은 노무현이나 이회창을 위해 뽑는 게 아니라 1000만 서울 시민을 위해 뽑는 것이다. 이게 시민적 상식이다'라는 진중권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되지 못한다.

전통적 지지자를 일단 규합해야 할 정당이 '이번에 우리 안 찍어주시면 망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정권이 마음에 안 드는 지극히 당파적인 언론이 ꡒ이번 선거는 현정권에 대한 심판이다ꡓ라고 주장하고 선전선동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일례로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도 정당과 언론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 누가 보궐선거의 결과로 대선 예측을 하는가?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중권이 예로 든 서울시의 경우 이미 민주당이 8년 동안이나 집권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조순 시장과 고건 시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식인이라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략적 관점에서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지방선거 결과가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미신'이라고 비판해야 한다. 첫째로 그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것은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대안 세력의 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나는 김민웅 선생의 종말론의 내용 역시 일부 타당하기는 하나 과장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김민웅은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연대가 파기되는 순간' 부터 '종속파시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현실의 근본'은 '제국주의 세력의 정치공작과 지배전략'에 있다고 말한다. 김민웅은 진보정당의 독자활동이 '제국주의 세력'의 사주의 결과라고 말할 셈인가? 그래서 진보정당이 '진보적 개혁세력의 처참한 패배'와 '민족적 불행'을 획책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이는 상식 수준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있는 인식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 극우 헤게모니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강준만 교수와 홍세화 선생의 말에 적극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극우 헤게모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진보 세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극우 정당, 민주당을 보수 정당으로 단순 구분하는 데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그랬을지언정 87년 3당합당 이후에는 그렇게 간단히 구별할 수가 없다. 물론 호남차별 문제로 보자면 한나라당은 원초적인 과오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이다. 지역차별 문제는 한국의 극우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전부는 아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처럼 극우 헤게모니 담론을 적극적으로 생산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포섭된 상태로 기능하고 있다. 내가 노무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가 민주당을 보다 건전한 보수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지 현재의 민주당이 온전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만약 김민웅 선생의 말대로 진보적 개혁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면 먼저 노무현에게 민주당 내에서 동교동계 등 수구 인사들을 몰아내고 진보정당과 연대하라고 주문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정치의 맥락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이고, 나 역시 노무현에게 그런 순교자적 희생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노무현이 처음 보여주었던 개혁성향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비판할 뿐이다. 따라서 나는 김민웅 선생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도 진보정당에게 그런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김민웅 선생이 '김대중 정권의 실패에 대한 반감과 심판이 식민주의 파시즘 세력의 정치적 승리를 돕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집권하면 종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먼저 김대중 정권의 과오를 비판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민주당이 정략적 관점에서 벗어나 지방선거에서 겸허한 심판을 받는다면 '종속파시즘'의 대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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