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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중앙대 신문사에 기고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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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 인터넷에서 "옥석 논쟁"이 한창이다. "옥석 논쟁"이란 명칭은 웹진 대자보의 인터넷 논객 공희준 씨가 만든 "옥석을 가리자, 면박을 주자!"는 유명한 슬로건에서 비롯된다. "옥석을 가리자"의 "옥석"은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이문"옥"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민"석"을 가리킨다. 그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 하고? 이것도 답이 있다. 표가 아니라, "면박을 주자". 김민석 후보의 자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진보적인 네티즌들이 이문옥 후보의 출마에 환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문옥 씨는 4급 공무원인 감사원 감사관으로 재직중이었던 1990년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감사가 상부의 명령으로 부당하게 중단된 비리를 <한겨레 신문>에 양심선언하고 구속되었다. 그는 20년을 감사원에서 일했으며, 그중 4년은 서울시를 감사했다고 한다. 반부정부패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진 그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5년간이나 홀로 뛰어 다니며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


이제 세 번째 선거에 나오는 그는 두 번의 낙선경력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92년에 시민단체 추대 후보로 광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며 97년에는 노무현 이부영 등과 함께 "꼬마민주당"에 참여하여 서울 노원 을에서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광주사람인 그는 민주당에 합류했다면 훨씬 편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호남의 "작은 지역주의"에 저항하는 정치행보를 걸어왔다. 정권의 부정부패와 비리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현 시점에서 이문옥 후보만큼 서울시장에 적절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고, 문제를 해결할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장점들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의 삶을 통해 증명했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꿋꿋이 지켜왔던 그의 삶은 노풍의 주인공인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와도 비교가 된다. 사실 지역주의에 대한 도전과 꼬마 민주당 활동 등 두 사람의 정치 행보는 유사한 점이 많다. "바보" 노무현과, "바보" 이문옥. 그러나 이문옥이 더 "바보"다. 당신이 감사원에 20년 근무했다고 치자. 이문옥처럼 연립 주택에 살고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애초에 이문옥 후보는 선거에 나올 생각이 없었다. 민주노동당 평당원들이 그를 찾아가 부탁하여 출마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이문옥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과 연합하여 "깨끗한 손"이라는 이름의 이문옥 팬클럽 사이트를 만들어 냈다. (http://moonok.com)


특이한 점은 이문옥을 지지하는 네티즌들 중 노무현 지지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노사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논객 일몽과, "옥석논쟁"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논객 공희준, 이문열 책 화형식을 주도했던 화덕헌, 연세대 "조선바보"에서 논술지도를 맡고 있는 김수민 등은 모두 노무현 지지자들이다. 노사모의 초기 맴버인 노혜경 시인은 아예 "노무현 대통령, 이문옥 서울시장"이라는 구호를 만들어 냈다. 이들은 자신들이 노무현과 이문옥을 동시에 지지하는 것이 전혀 모순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노무현의 원칙과 소신을 지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라는 당적은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문옥을 찍어봤자 한나라당 이명박을 당선시킬 뿐이며,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는 대선에서의 패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거세다. 또 현대 정치는 정당정치이기 때문에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김민석을 지지해야 한다고 한다. "이인제는 절대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의 저자인 대자보의 논객 장신기 씨는 "노무현과 김민석은 운명 공동체"라는 주장을 하면서 노무현 지지자는 김민석을 찍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응수했다. 숫자로만 보자면 대다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의 입장은 장신기에 가깝다. 그래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오마이뉴스의 "이문옥 외면은 또 다른 국민사기극?"이라는 기사에서 "최근 일부 열성적인 노무현 지지자들 사이에는 '옳기 때문에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이기 때문에 옳다'고 말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로 노사모 게시판 안에서도 금천온라인같은 사람은 "예전의 김영삼은 나라 망쳐 먹은 놈에 돌대가리, 노무현이 만나고 온 후의 김영삼은 민주화 영웅, 예전의 한이헌은 시민단체낙선대상자, 부산시장후보 한이헌은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쓰면서 노무현 지지자들의 "자기부정"을 지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과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른 이들은 노풍(盧風)이 불어닥친 이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합류하면서 노사모의 정체성이 조금 희미해졌다고 말한다. 누구도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노무현 지지자들의 대다수는 이문옥 후보가 행여나 "노무현 대통령"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문옥은 언론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배제하는 소수정당의 후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문옥 후보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과거 "비판적지지" 논쟁은 진보진영 내에서 벌어진 것이었지만, 소위 "옥석 논쟁"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일어났던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웹진 대자보에서, 노사모 게시판에서, 안티조선 우리모두에서, 그리고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 사실 이문옥 후보는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지지율도 높아지는 사람이었음을 과거의 경력이 증명하고 있다. 낙선했다고는 하나 광주에서, 그리고 노원에서 아무런 조직적 기반도 없이 출마해서 각각 27%, 11%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깨끗한 손" 이문옥은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진보진영은 이문옥처럼 대중에게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혹은 찾아낼 수 있을지를 물어야 한다. "노무현 바람"은 정치를 혐오하던 많은 사람을 다시 "유권자"로 복귀시켰다. 그들은 노무현을 통해 민주당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려고 했다. 수구세력은 민주당은 변하지 않으며, 그들의 행동이 결국 민주당을 그대로 존속시키는데 도움을 줄뿐이라고 속삭인다. 그들은 노무현 지지자들을 고립시키려고 한다. 국민을 감동시켰던 노풍은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전열을 정비하고 전쟁을 선포할 것인가. 만약 그들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문옥은 "한나라당 2중대"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문옥은 지금 노풍의 건강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서, "옥석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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