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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푸훗. 이런게 될 거라고 그때는 생각했다니. ^^;;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씨는 참 재미있는 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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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성이란 무엇인가?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스스로 유물론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언어를 도대체 현실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가 없다. 당파성이란 낱말이 왜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열린좌파는

"당파성을 가지는 것과 당파성에 매몰된 것은 구분해야한다."

고 말한다. 그러니까 진중권이 말하는 당파성의 특징은 "당파성에 매몰"된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열린좌파는 또 말한다.

"그러나 당파성 자체를 편파성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당파성을 가지자는 것은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자는 것이다. 보편성, 객관성이라는 미명하에 방관자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정책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글쎄? 나는 열린좌파가 "보편성 자체를 유토피아주의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정책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라는 것은, 내가 보기에 당파적인 명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명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진중권은 보편성에 의거해 약자인 프롤레타리아의 성장을 지지한다. 열린좌파는 당파성에 의거해 약자인 프롤레타리아의 성장을 지지한다. 그런데 진중권은 프롤레타리아를 위해 다른 집단을 과잉탄압하거나, 프롤레타리아 지지의 내적논리를 훼손하는 것은 보편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열린좌파는, 그런 행위를 "당파성에 매몰된" 행위라고 본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 도대체 왜 "당파성"이란 말인가? 진중권이 말하는 당파성이 "당파성에 매몰된" 행위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지점을 벗어나 사용할 수 있는 당파성이란 단어의 맥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파성론자들은 보편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당파성은 실체가 있는가? 무엇이 진짜 프롤레타리아를 위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토의가 필요하다. 하나의 학적 입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에서도 분명 실재론과 구성론의 대립이 나올 수 있다. 보편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당파성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부당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당파성에 있어서 그렇듯이 토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보편성은 당파성보다는 한두단계 더 토의수렴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아무 차이가 없다. 확고하고 검증가능한 명제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고 명확한 검증이 불가능한 명제로부터 도출된다. 그게 학문이 움직이는 방식 아닌가? 도대체 그것 스스로 존재하는 확고하고 검증가능한 명제가 있다는 말인지?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단순히 다른 형이상학 체계를 가진 사람을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분히 실용주의적 내 관심사와 어긋난다. 내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당파성론자들의 자기모순이다.

보라. 당파성론자들이 "진정 프롤레타리아 당파성을 위해선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니까 수군작의 말대로 "<반역과 해방>!! 이것 빼면 맑시즘이고 레닌이즘이고 다 좆이야!"라고 생각한다면, 왜 그들은 보편성론자를 자신의 당파성 강화에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가? 당파성 강화를 위해선 이념도 좆이고 철학도 좆이 되어야 마땅할 그들이, 민주노동당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타박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 모순이 아닌가?

당연히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은 당파의 이익을 위해 진중권과 같은 보편성론자들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오직 수군작만이 이 점을 직시하고 있다. 나는 그의 철학은 엉터리라고 보지만, 그의 감각이 뛰어남을 인정한다. 그런데 수군작은 그 점을 정확히 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념에 빠져 "쁘띠 대가의 좆물이나 빨아서 고국에 수입이식하는 처지가 된 게 다 이유가 있어!"라고 외친다. 윤리보다 이권을 높이 친다는 그 유물론자가 맞는가? 수군작은 자신의 이념에 빠져 당파성을 배반할 참인가?

좌파들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진보적인 사회적 관심을, 반드시 좌파이론의 형이상학체계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관념이 문제다. 커리큘럼을 짜는 건 좋은데, 누구나 그 커리큘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수군작은 나더러 "부족을 찾아 확실히 배우고 오라"고 하지만, 나는 지가 판단하기 전에 커리큘럼부터 짜는 놈은 공부하는 놈이 아니라 따라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텍스트를 보고 독후감상문을 쓰는 수필쟁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없길.) 내 사상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왜 소속정당 때문에 내가 공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가? 내가 위에서 논증했듯, 보편성론자 진중권과 당파성론자 열린좌파가 현실에서 충돌할 일은 없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충돌한다면, 그 부분에서 논쟁하고 비판하라. 그게 합당한 일이다.  

같이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라. 자신의 철학에 의해 해야할 일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드물다. 당파성론자든, 보편성론자든, 그들이 확고부동한 논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뻥에 가깝다. 그들의 행동은 상당부분 직감에서 나온다. 같은 실천을 한다는 것은, 그 직감이 비슷한 종류의 것이라는 얘기다. 정당은 실천을 향한 직감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나는 형이상학 체계를 배우기 위해 입당하지 않았다.

나는 진중권과도 생각이 많이 다르고, 수군작/예루리/열린좌파와도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진중권은 생각이 다르다는 점에 있어 내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지만, 수군작/예루리/열린좌파 등은 자신의 생각을 "좌파라면 마땅히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으로 치장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정당 지지자는 동일한 형이상학 체계를 지녀야 한다는 말인가? 그거야말로 플라톤주의이며, 유토피아주의 아닌가? 아니, 수도원 공산주의인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좌파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의 후진성이 나를 좌파정당으로 이끌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곳에서 일정부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므로. 그러나 진보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서는, 좌파 정당이 동일한 형이상학 체계를 갖춘 사람들의 교회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와 민주노동당 사이에 점이지대를 형성하라. 진중권을 이용하라. 보편성을 믿는 인문적 감수성을 지닌 좌파들을 대거 생산하라. 그들에게 보편성을 가르치고, (당신들이 믿는) 당파적으로 실천하게 하라. 그게 진보다. 당파성 논쟁을 실용적으로 매듭짓는 길이다.

인문좌파 육성하자. 진보누리부터 그걸 하자. 진보누리가 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못 한다. 민주노동당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외연을 넓히자. 언제까지 교회당에 갇혀 있을 것인가? 사회를 진보시키려면, 스스로부터 진보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나마 진보누리를 가장 믿기에 하는 말이다.

아흐리만.


Hendrix

2011.11.02 21:31:30
*.129.41.34

수군작.. 그 얼마만에 듣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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