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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건 '용어'에 해당하기도 할 것 같은데... 쩝. 진보누리에 아흐리만으로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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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나는 비판에서 "최소주의의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선의를 최대한 인정하면서 글을 독해한 후, 거기서 문제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심리주의 비평은 이 원칙과 가장 멀리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진중권이 강준만에 대해 "자신이 다른 사람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신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진중권 역시 내 입장보다는 심리주의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물론 그 중엔 "니가 하는 식으로 하면 이렇게도 되잖아!"라는 가정법이 생략된 복수성 심리주의도 많다.) 그리고 사실 평검사의 글쓰기는 포지션만 다를 뿐 강준만의 글쓰기와 비슷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논쟁적 글쓰기에서 그런 심리적 글쓰기를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생산적 논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강준만의 [당파성에 대한 공포]가 비판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인의 "중도집착" 정서이며, 둘은 한국인의 "정치혐오" 정서이다. 정치를 하자면 아무래도 편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둘은 하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도집착" 성향을 비판하려면 "당파성" 보다는 아무래도 노정태가 말한 "이념성"을 긍정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즉,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이념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 더 걸맞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념성"을 "당파성"으로 치환하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강준만이 은폐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논의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편의상 "당파성"을 "당파성 빼기 이념성"  - 즉, "자기 당파의 이익을 위해 자기 이념을 희생하는 행위"로 정의해 보자. 예시를 들어 본다면 이런 것들이다.

1. 조선일보는 독재세력을 옹호하는 신문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의 대권에 방해가 되자, 박근혜를 맹렬히 비난한다.

2. 오마이뉴스는 개혁을 이념으로 내세우는 신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승리를 위해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보는 그들의 이념이 아니니까 일단 빼고) 민주노동당을 견제한다.

이 경우 우리는 "이념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면서, "당파성에 대한 비판" 역시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강준만의 글은 뒷 내용을 슬쩍 생략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글이 아니다. 그래서 진중권이 "아마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과 친(親)민주당 매체들이 보여주었던 노골적 당파성을 변명하고 싶었던 모양이다."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었다.

그가 실천적으로 보급시킨 "안티조선"의 주요 근거는 조선일보의 "극우성"과 "당파성"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 그는 후자를 별로 강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경우 그가 지속적으로 분노를 표명해 왔던 언론의 "죽이기" 행태는 어떻게 되는가? 수구언론이라면 마땅히 왜곡보도를 통해 정적에게 타격을 입혀야 하는가? "거짓말"과 "왜곡"이 설마하니 수구의 "미덕"이란 말인가? 다른 나라의 언론 수준이 그렇지 않을진데, 언론학자인 그가 그 점을 간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중권의 표현대로 "'당파성'을 "민주주의"의 원리로 축성하"는 것도 석연치 않는 부분이다. 그것은 그가 평소에 하던 말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자존심"이라는 책을 통해, 노무현의 승리는 한국국민의 자존심 문제라는 주장을 했던 그가, "국민의 거의 반 가량이 그릇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그런 선거가 어찌 민주주의일 수 있단 말인가? 민주주의와 초당파성은 서로 맞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초당파성이 미덕으로 예찬받는 것엔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강준만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노무현의 승리도 한국국민의 자존심을 충족시키는 일이 되고, 이회창의 승리도 한국국민의 자존심을 충족시키는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는 왜 "주장"을 하는 걸까?

요악하자면, 강준만은 "이념성에 대한 공포"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당파성에 대한 공포"를 비판할 수 없다. 그의 지금까지의 주장을 고려해 보면, 그것은 석연치 않다.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이념성을 권장하며, 당파성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용어정의에서가 아니라, 내가 이 글의 앞부분에서 내린 용어정의에서 그렇다.)

그러나 공정을 기하기 위해 말하자면, 그가 비판하는 행태들,


1. 유력 언론사는 무조건 이용 대상이라고 보는 행태
2. 유력 언론 매체가 사실상 분명한 당파성을 갖고 있는 건 전혀 문제삼지 않으면서 그 매체의 당파성을 논의 주제로 삼는 건 금기시하는 행태  
3. 강한 당파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정당 가입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행태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그의 생각대로 시정되어야 한다.


진중권은 [당 기관과 당 문학]이란 글을 통해 당파적 저널리즘을 비판하고 있다. 나는 그의 생각에 대략 동의하지만, 그의 논증이 그다지 섬세한 것 같지는 않다.

첫째는 그가 강준만의 용어혼동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잖아도 정보와 의견, 기사와 컬럼이 구별 안 되는 한국의 신문들"이, "정론지"이면서 "이념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진중권이 제시했다면 강준만의 주장은 더욱 무력해졌을 것이다.

둘째는 "당파성"을 학적용어로 인식한 그가 제시한 서구의 사례를 과연 사람들이 "반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의 문제다. 진중권은 "후진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에게, "폐해가 이미 드러났고, 2차세계대전 이전의 일"이라는 근거 제시는 충분한 논증이 될 법도 하다. 하지만  시간성에 관심이 없고 단지 현 상황에서 올바른 것을 찾아보려는 이에게는 이런 논법이 아무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강준만의 경우 비록 마지막에 민주주의 원칙 어쩌구 하며 망가지긴 했지만 그 이전엔 한국 언론환경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더 클 것이다. 진중권이 첫째 실수 (사실 실수라기보단 지면제약상의 편집으로 생각되지만)를 범했기 때문에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진중권이 바라는 정론지는 이념성에서 당파성을 빼는 과정에서 생성될 것이다. 그가 초창기 오마이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나중에 오마이뉴스를 비판한 사실, 한겨레에 칼럼을 게재하다가 나중에 필진을 사퇴한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진중권이 보는 공정성은 당파성이 없는 이념성을 말하는 것이다. (역시 아까 이 글에서 내린 용어정의에 의해 그렇다.) 이는 내 생각과도 같다.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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