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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언론운동,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조회 수 879 추천 수 0 2002.12.09 02:19:00
진보누리jinbonuri.com 사이트에 '아흐리만'이라는 아이디로 올린 글이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쓴 글이긴 하지만, 안티조선 운동 진영을 떠나온 후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리고 글의 어투에서 (아직까지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 대한 경멸이 조심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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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권영길"을 검색하면 나오는 단신기사들은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이 판별조사로 2주 연속 두자리수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에 따라 6%에서 12% 정도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이 의미를 보도하지 않는다. 아니 제대로 소개도 해주지 않는다. "있는 일"을 "없는 일"로 둔갑시키려 한다. 조중동은 수구적인 입장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한겨레는 행여 노무현에게 해가 될까 침묵한다. 오히려 무색무취의 군소언론들이 조금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불공정하게 당파적"인 한국언론들이 실로 오랜만에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안티조선운동이 조선일보에게 당부한 핵심은 "공정하게 당파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은 주장하는 이다. 세계적으로, 신문은 사설을 축소시키고 보도중시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신문은 주장하는 이다. 보도할 것과 보도하지 않을 것을 가리는데서, 보도하는 것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는가에서 주장이 드러난다. 신문 편집에 깃든건 세계관의 창틀이다. 주장하는 이라면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당파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논쟁에도 거짓 근거를 대는 이와 진실된 근거를 대는 이가 있다. 신문은 주장함에 있어 진실된 근거를 대야 한다.

조선일보가 문제가 되었던 건 수구세력을 대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거짓말"의 명수였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교묘히 왜곡해서 진보적인 학자를 "빨갱이"로 몰고, 원래 말더듬는 증세가 있는 노조위원장이 "파업을 정당화할 논리가 딸려서" 더듬거리는 것처럼 묘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노무현같은 정치인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 씌웠기 때문이다. 시니컬한 사람들은 말한다. "조선일보가 이회창을 지지한다... 그게 도대체 뭐가 문제야? 한겨레는 김대중 지지 안해?" 우리는 대답했다. "거짓 근거로, 불공정하게 지지하니까 문제죠."

안티조선운동은 조선일보의 독점적인 위상과 영향력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선 성공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진보에 큰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조선일보 한놈만 두들겨 패면서 다른 언론들에게 "공정하게 당파적으로 살아!"라는 교훈을 주자는 애초의 의도는 실패로 끝났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오히려 "당파"를 두려워하여 약간 "중립"으로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공정해지지는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다른 신문들이 조선일보 한놈 깨지는 걸 보면서 "아이구, 조금 중립인 척 해야겠다."는 교훈을 받았다는게 사실이라면, 안티조선운동은 본래의 목적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해왔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일찍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으나 주요 운동구성원들로부터 부인받았던, "안티조선운동의 정치적 당파성"을 집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싸움 구경하는 이 누구나 조선일보가 이회창 지지해서 노무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얻어맞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다른 언론들이 "불공정"이 아닌 "당파"를 염려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안티조선네티즌"의 분노는 "불공정"이 아니라 "당파"에서 폭발했음을 경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이문열에게 보여줬던 테러에 가까운 과잉분노가, 왜 "언론사 사주 풀어줄 수 있다"는 망언을 한 한화갑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는가?

더욱 큰 문제는 이른바 진보언론들까지 "불공정하게 당파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조선일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앙 동아와 비슷하게 불공정해졌고, 오마이뉴스는 "청출어람이 청어람" 조선일보를 가뿐히 넘었다. 진보언론의 힘이 커지면 당파성의 천칭은 수평을 이룰지도 모르겠지만, 천칭에 묻은 때는 도대체 누가 감시한단 말인가?

특히 오마이뉴스의 당파성은 한국사회의 언로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대륙이 갑자기 바다 위로 떠오르자, 숨죽이던 "20대"와 "30대"라는 이름의 민족이 대이동해 자기 지분을 찾았다. 신문제국의 절대적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파이 자체가 커지는 바람에 영향력은 축소했다. 그런데 인터넷 대륙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나라는 (처음으로 나라를 세워, "선빵 프리미엄" 덕에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다.) 신문제국의 공국들보다 더 화끈하고 치사하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새로운 세상에서.  

2002 대선 정국에서 벌어진 한국언론의 "권영길 왕따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언론운동이 계속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임을 예고한다. 요구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안티조선운동이 애초에 담지했던 의미, "공정하게 당파적"일 것을 조선일보뿐 아니라 모든 언론 즉 조중동과,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조선일보는 이념적으로도 퇴출 대상이기 때문에 까기가 쉬웠다. 공정함을 요구할 때도 하나만 쳐다보면 되니까 힘이 덜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언론을 비판하려면 그 정도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결국 언론운동은 이제 대중적인 네티즌 운동과 결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첫째, 위에서 말했듯 일반네티즌이 하기에는 전문적인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둘째, 다수 네티즌에게 개방된 공간은 안티조선운동의 한계가 보여주듯 정치적 당파성에 오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모두" 방식의 언론운동이 이제 퇴장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그간 대단히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며, 앞으로도 "만인이 공감할 만큼 부조리한 사건에 저항하기 위한 여론형성"의 모델이 될만하다. (그것도 아주 성공적인) 하지만 이제부터의 언론운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민언련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간 바다에 나와 잘 놀았다, 근데 이제 강으로 돌아가자."가 되겠다. 그래서 안티조선운동에서 가장 올바르고 가장 오래갈 건 "조선바보" 잡지다. 언론운동은 다시 소수 노력가들의 힘을 빌려야 할 듯 하다. 환경이 나아진 건, 인터넷이 있으므로 자금이 많이 들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 고전적인 언론운동에 이른바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공정"을 보는 능력은 당파성을 판단하는 능력과는 다른게 사실이나, 당파적인 사람은 자기 당파의 "불공정"은 못 볼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언론정화 운동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공정하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이젠 남의 도움을 바라는 언론운동이 아닌 주체적인 언론운동을 고민해 봐야 한다.    

대단히 지난한 일이 될 듯 해 빠지고 싶다. - -;;;

아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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